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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짓골 사업 '뒷북 자문', 사실은 필요 없는 "엉뚱한 자문?"
한짓골 사업 '뒷북 자문', 사실은 필요 없는 "엉뚱한 자문?"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11.26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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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매계약, 새로운 문제 <2>

-재밋섬 건물 부설주차장 자문..."핵심 파악 못 해"
-"주차장법 충족 여부 및 주차난 문제 자문했어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한짓골 사업에 법률 자문했다던 재단, “뒷북 자문으로 밝혀져”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매입을 추진 중인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재밋섬 건물. © 미디어제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매입을 추진 중인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재밋섬 건물.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는 지난 11월 15일 <한짓골 사업, 뒷북 감사에 이어 “뒷북 자문까지?”>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했다. 한짓골 사업 관련 법률 자문을 했다고 말한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 관계자의 말이 사실은 ‘뒷북 자문’이었음을 지적하는 기사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9월 말부터 신탁 관련 내용을 확인했는데, 이를 보완하자는 차원에서 자문을 진행한 것”이라면서 “자문 요청 날짜는 10월 23일로 되어있지만, (자문 요청) 메일을 보내고 전화한 것은 9월 말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탁 관련 자문이 9월에 이뤄졌든, 10월에 이뤄졌든 ‘뒷북 자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세금 100억원을 건물 매입에 사용하겠다면, 건물 매매계약을 체결한 6월 18일 이전에 관련 문제들을 철저히 검증했어야 옳다.

 

한짓골 사업 '뒷북 자문', 사실은 필요 없는 "엉뚱한 자문?"

서론이 길었다.

자, 이제 지난 기사를 통해 예고한 대로 오늘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재단이 제출한 서류를 근거로 비판하겠다.

재단은 9월 8일 자로 법률사무소에 ‘부설주차장 관련 법률 자문’을 구했다.

그런데, 자문 내용을 보면 '재단 측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제주>에서는 9월 3일, <한짓골 아트플랫폼은 주차난 가중시키려는 건물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건물에는 주차법상 최소 주차대수가 산정되어 있다. 재밋섬 건물도 그렇다. 현재 재밋섬 건물의 최소 주차대수는 82대로, 이 중 17대는 인근지의 별도 부지를 통한 주차장에 포함된다.

재밋섬 건물의 주차장 목록에서 ‘인근지 주차장’이 제외된다면, 주차 가능 대수가 줄어들어 ‘주차자법 시행령 위반’이 되는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재단이 ‘인근지 주차장’을 빼놓고 건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재단 측은 "건물의 용도 변경을 통해 주차장법 위반이 되지 않도록 최소 주차대수를 다시 산정 받으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밋섬 건물이 있는 지역은 주차난이 굉장히 심각한 곳이다. 주차장 면적을 줄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넓혀도 모자란 판국이다.

즉, 재단의 ‘건물 용도 변경’이라는 해결 방식은 주민들이 겪을 불편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답변이라 하겠다.

자, 다시 재단의 자문 서류로 돌아와 보자.

재단은 아래와 같은 자문 내용을 OOO법률사무소에 보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OOO법률사무소에 구한 자문 내용>

“노외부설주차장은 위락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매도자가 설치한 것이며, 재단은 재밋섬 건물 매입 후 동일 용도로 운영하지 않을 계획인 바, 노외주차장과 분리하여 체결한 매매계약의 유효성에 대한 법률 자문을 구한다.”

“본 계약의 유효성 논란과 관련하여 재단이 고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자문을 구한다.”

재단이 자문했어야 하는 내용은 이게 아니다. "현 재밋섬 건물의 부설주차장 없이, 용도 변경을 통해 주차장법 충족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용도 변경(리모델링)을 해야하는가", "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으로 인해 야기될 주차난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

어찌보면 재단이 자문한 '매매계약의 유효성' 문제는 쓸데없는 자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신축 분양하는 A라는 아파트가 사실은 주차장법을 위반한 건물이라고 가정하자.

이때 A아파트가 주차장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A아파트의 입주자가 분양 업체와 맺은 매매계약은 유효하다. 다만, 시공사 혹은 분양업체 등의 책임자는 주차장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재밋섬 건물의 경우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재밋섬 건물의 부설주차장은 건물에 귀속되는 형태가 아니다. 별도의 토지로 존재한다. 따라서 주차장 토지를 제외한 재밋섬 건물 매매계약은 당연히 유효하며, 주차장법 위반과 건물 매매계약의 유효성은 별개의 문제다.

재단 측이 9월 8일 자로 신청한 자문 서류.
재단은 OOO법률사무소에 ‘부설주차장 관련 법률 자문’이라는 제목으로 자문을 구했다.

이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기자조차 알고 있는 사실인데, 왜 계약 당시에 진작 알아보지 않고 계약 체결 후 3개월이 지나서야 변호사에게 자문한걸까. 그리고 왜 자문 내용은 초점이 어긋나 있을까.

어떤 사업을 체결하는 데 있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면 문제점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절차에만 집중하고, 세금 사용을 쉽게 생각하다 보면 이렇게 탈이 난다.

재단 측은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에서 “박경훈 전 이사장이 한짓골 사업과 관련해서 도지사와 독대를 많이 했다”면서 사업에 대한 고민은 충분했다고 말했다.

"세금 113억원을 재밋섬 건물 매입에 사용해도 된다"는 내용의 예산서를 승인한 제주도는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자 “감사위원회 결과에 따르겠다”며 책임을 보류하고 있다.

11월 30일, 재밋섬 건물 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 조사 재심의가 한국감정원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이 결과와 함께 도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주도의 ‘뒷북 감사’ 탓에 일각에서는 감사 결과를 믿을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행정의 구멍은 한낱 ‘실수’로 치부될 수 없다. 도민 삶의 노고가 담긴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이기에, 그들은 오직 도민을 위한 방향으로 최선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

도민은 없고, 행정의 결단만으로 속전속결 진행된 탓에 잡음이 많은 '한짓골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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