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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해지 위약금 20억? 이상하다 생각해서 지적했죠”
“계약 해지 위약금 20억? 이상하다 생각해서 지적했죠”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7.23 11: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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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이승아 의원을 만나다
현장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이 비로소 ‘소통’이라 말하는 그
“제주문예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계약서 문제 지적한 이유는?”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지난 17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이하 문광위) 제362회 임시회 제2차 회의에서 문광위 소속 도의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자리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주제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의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 계획 관련, 재밋섬 건물 매입 과정에 대한 의혹이었다.

이날 제기된 다양한 문제 중, “계약금 1원, 계약 해지 시 위약금 20억원”이라는 재단의 이상한 행보를 발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낸 초선 의원, 이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오라동)을 만났다.

이승아 의원이 지난 제362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승아 의원은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시 오라동 선거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지난 4일, 제11대 제주도의회 개원식 때 했던 선서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법령을 준수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죠. 아마 다른 의원분들도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도민과 소통하며,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 역시 저와 같을 거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소통’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정치계에서 유난히 자주 쓰는 말이 ‘소통’인 것 같다.

그래서 물었다.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일까?

“현장에서 지역 주민분들과 직접 만나보는 것. 이거야말로 진정한 소통이라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잘했다’는 칭찬을 듣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쓴소리를 듣는 경우도 많거든요. 싫은 소리 듣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대화해야 합니다.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였을 때, 이것이 결국 진정한 ‘소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 도의원 후보 시절이었던 6월, 동성마을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을 방문해 피해자를 위로했다. 당시 그는 선거 활동도 멈추고 주말 동안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현장에서의 소통했던 이 의원의 지난 행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6일, 제362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재밋섬 건물 매입과 관련, 예술공간 이아 등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사업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문화예술도 마찬가지예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다 보면 지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도민이 원하는 방향의 문화예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도내에는 많은 문화예술 지원사업들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업들이 단발성으로 끝나버리기에, 이제는 지속가능한 정책을 만들고 싶다는 이 의원이다.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니라, 더 멀리 내다보며, 도내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큰 밑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

그러고 보니 궁금해진다. 지난 17일, 문광위 임시회 회의에서 재단의 계약서를 지적했던 활약은 어떻게 이루어진 걸까?

“6월 25일 열린 제360회 임시회 문광위 제1차 회의에서 재밋섬 건물 매입 관련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곧바로 재단은 28일, 1차 중도금 10억을 지급했죠. ‘뭐가 이렇게 급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다 보니 문제가 보이더군요.”

평소 꼼꼼한 성격이라는 이 의원. 한밤 중 계약서를 살피던 그는 ‘계약 파기 시 위약금 20억원’이 상식에서 벗어난 조항이라는 생각에 곧장 법률 자문을 구했다.

“매매계약서를 살펴보니 특약 사항이 6~7개 있었어요. 자세히 봐야 보일 정도로 깨알같이 적혀 있었죠. 여기에 ‘계약 파기 시 20억원’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요, 제가 돈이 없어서 100억원 건물을 안 사봐서 모르겠는데, 제 상식에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 가더라고요.(웃음) 재단 기금은 곧 도민 혈세인데,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법률 자문 결과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답을 얻었고, 이를 토대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승아 의원이 지난 제362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의원이 발견한 재단의 문제는 또 있다. 재단의 업무보고 내용에서 도 제출자료와 의회 제출자료의 세출명세가 다른 것이다. 도의회 임시회를 통해 이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그는 재단이 제출한 총 예산이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도 밝혔다.

“재단 측에 따르면, 오타로 인해 지출액 총액 113억이 112억으로 바뀐 것이라고 해요. 하지만 숫자 하나만 다른 게 아니에요. 세부 지출 내용 또한 전부 다르거든요. 큰 문제죠. 이 부분은 원희룡 도지사께서 직접 살피겠다고 하셨으니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19일, 정무부지사와 기획조정실장, 문화체육대회협력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현안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서 원 지사는 20일 예정되었던 재밋섬 건물 2차 중도금 60억원 납부를 중단시켰고, 매입에 대한 내부 절차를 직접 들여다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 ‘시민들이, 도의원들이 아무리 떠들어봤자 무슨 변화가 있겠어?’라는 생각은 틀렸다.

공공기관의 행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 혹은 의혹이 있다면 시민은 목소리를 높여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 도의원들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제기함으로 물밑 속에 있어 보이지 않던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면 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은 의혹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이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발걸음이다.

이 의원은 “이번에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도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과정으로 문화예술인을 위한 장소를 마련해준다면 반대할 이가 누가 있겠냐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든, 재단의 기금은 도민의 혈세로 모인 돈이잖아요. 때문에 100억원이 넘는 사업을 구상 중이라면, 응당 도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쳐야죠. 충분한 기간을 거쳐 적법한 절차로 진행되는 좋은 사업이라면 저도 응원하겠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책 읽는 나라는 강하고,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나라는 행복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누구나 쉽게 누리는 생활문화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작년 제주도 문화지표 자료를 살펴보니, 도민의 문화예술 관심도는 40%가 조금 넘더라고요. 이 관심도가 나날이 증가할 수 있도록 도민과의 소통뿐 아니라 행정과의 소통에도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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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준 2018-07-25 00:36:47
섬세하고 예리하며 두려움 없는 멋진 모습에 박수와 경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