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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밋섬 건물 말고, 서귀포 시민은 어디로 가나요?”
“재밋섬 건물 말고, 서귀포 시민은 어디로 가나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8.02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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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를 바라보며
제주의 문화예술이 나아가야 할 길 고민해보기 <1>

“문화예술은 소외된 이들까지 포용 가능해야 한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이 173억원을 들여 추진하겠다는 (가)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을 발표하며, 절차적 정당성과 행정적 투명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재밋섬 건물 매입 과정 전반에 걸친 각종 의혹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은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결국 7월 19일 재단으로부터 재밋섬 건물 매입을 '일단 정지'시켰다.

감사위원회가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투명성을 조사 중인 가운데, 제주의 문화예술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해보도록 하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한 공론화는 단 한 차례, 지난 5월 15일 주민설명회뿐이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한 공론화는 단 한 차례, 지난 5월 15일 주민설명회뿐이었다.

 

1. 문화예술은 '지역민'과 가까워야 한다

문화예술은 대중과 가까이 있어야 좋다. 

이유는 분명하다. 대중이 찾지 않는 예술이라면, 지속성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중과 가까운 문화예술이 되려면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제주 전역에서 문화예술이 접근성을 가지려면, 지역 곳곳에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과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하겠다.

제주시 애월읍에 거주하는 주민에게는 연동 시내의 거대한 아트센터보다 마을회관을 활용한 자그마한 갤러리가 소중하다.

서귀포시 법환동에 사는 주민이라면, 제주시 원도심에 생길 지도 모를 공연 연습장보다 귤 창고를 개조한 소박한 연습실을 더 찾을 것이다.

이처럼 문화예술에 있어서 ‘접근성’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심 지역의 접근성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예술은 최대한 다양한 곳에서 다채로운 장르로 꽃필수록 좋다. 자가용이 없으면 멀리 이동하기 불편한 제주에서는 더 그렇다. 본인의 터전에서 지역민과 소통하고, 이로써 각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예술가가 많을수록 도민의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는 많아진다.

 

2. 문화예술은 권력화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재단의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계획은 다소 위험하다.

현 삼도이동에 위치한 재밋섬 건물을 113억원에 매입, 리모델링비 60억원을 들여 거대한 문화예술 권력의 집약체를 만들겠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예총과 민예총과 재단이 한 건물에 근무함으로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재단이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겠다고 나선 근거는 ‘사무실 증축’이 아닐 것이다. 재단은 부족한 공공 연습장과 연습실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단이 스스로 나서 공공 연습장과 연습실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칭찬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굳이 원도심 지역에 위치한 112억원의 낡은 건물일 필요는 없다.

문화예술기관의 거대화는 경계해야 한다. 세금으로 굴러가는 기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3. 삼십년 건물 사용에 172억?..."더 나은 가치 존재할 것"

재단은 재밋섬 건물을 리모델링하면 ‘한 세대 이상은 쓸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 세대란, 보통 30년을 의미한다.

재단이 사용하겠다고 밝힌 기금은 리모델링비까지 총 172억원이다. 그리고 이 돈이면 30년간 이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건물보다 제주지역 곳곳에 다양한 문화예술 시설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공연 연습장과 공연장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문화예술의 접근성이 좋지 않은 지역에까지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전파할 수 있을 텐데. 계약금 1원, 계약해지금 20억원이라는 이상한 계약서를 쓰면서까지 꼭 재밋섬 건물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172억원을 사용하기 위한 더 나은 가치는 분명 존재할 것 같다.

 

4. 문화예술, '공간'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그간 문화예술을 접하지 못했던 도민들이 문화예술 향유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면, 큰돈을 들여 노력하지 않아도 제주의 문화예술은 저절로 부흥기를 맞을 것이다.

서울의 대학로 연극거리, 홍대의 버스킹 거리 등 문화예술인이 모여 일종의 아트플랫폼이 조성된 지역을 살피면 대부분 인구 밀도가 높고, 지하철과 버스 이용이 편리해 접근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텅 빈 원도심 지역, 주차난이 심한 곳에 ‘아트플랫폼’ 공간을 조성한다고 사람들이 마구 몰려드는 것이 아니란 거다. 이는 탐라문화광장, 예술공간 이아의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인간은 역사를 통해, 과거를 통해 현재를 깨닫고 미래를 설계한다. 과거에 어려움을 겪은 비슷한 사례가 있다면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옳다.

문화예술은 문화예술인을 위해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많은 수의 일반 시민을 위해 존재하기도 해야 한다.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의 투명성은 감사위원회에서 조사 중이기에 결과를 기다려야 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보다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공론화 과정이 절실하다.

제주시뿐 아니라 서귀포 지역, 문화예술에서 소외된 도민의 이야기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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