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공개한 이사회 회의록, "발언 모두 문제투성이"
재단 공개한 이사회 회의록, "발언 모두 문제투성이"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8.21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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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에 따른 의혹 <6>
-재단 이사회, 육성기금의 용도 몰라서 사용 승인했나?
-재단 자생력 위한 육성기금, 다 써버리면 어쩌나?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이 원도심 지역의 재밋섬 건물을 100억원을 들여 매입하겠다고 밝히며,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도의회 및 도민 사회에서 건물 매입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행정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며, 결국 원 지사는 7월 19일 긴급현안회의를 통해 건물 매입을 일시 중지시켰다.

현재 도 감사위원회에서는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를 감사 중이다. 하지만 고위직 공무원들이 당연직 임원으로 있는 재단이기에, 자칫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감사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미디어제주>는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에 숨은 새로운 문제점을 지적하려 한다. <편집자주>

재단 관계자는 지난 8월 17일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밋섬 건물 매입 관련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겠노라 밝혔다. 비공개 사유로는 “이사회 회의록 공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사님들의 동의를 얻어서 공개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회의록 공개를) 반대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사실은 타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미디어제주>는 이에 앞서 지난 8월 3일, 재단 측에 ‘이사회 회의록 정보공개 청구신청’을 접수한 바 있다. 약 2주간의 기다림 끝에 재단은 제2차 (임시)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단, 발언한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각 이사의 성명 부분이 삭제되어 있었다.

정보공개청구 결과, 제주문화예술재단은 5월 17일, 제2차 (임시)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했다.(이사회 개인성명 제외)

5월 17일, 제2차(임시)이사회 회의에서 의결된 의안은 아래 3가지다.

△ 제1호: 기본재산(제주문화예술재단 육성기금) 활용한 건물 매입의 건 (원안가결)

△ 제2호: 인사관리규정 일부개정 규정(안) (원안가결)

△ 제3호: 2018년도 제3회 일반회계 추가경정예산(안) (원안가결)

위 세 가지 안건 중 재밋섬 건물 매입과 관련된 것은 제1호와 제3호다. 이번 기사에는 제1호 부분만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1. 재단 이사회, 육성기금의 용도 몰라서 사용 승인했나?

5월 17일, 제2차 (임시)이사회 회의록 내용 일부. 육성기금의 용도를 묻는 모 이사의 질문에 박경훈 전 이사장이 답하고 있다.

5월 17일, 이사회 회의에서 모 이사는 재단 육성기금의 '본래 용도'를 물었다.

이에 박경훈 전 이사장은 “재단의 설립 및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으로 쓰인다”라고 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아래 조례를 참고하자.

<제주문화예술재단 설립 및 육성조례> 

제4조(기금의 설치)

재단의 설립 및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재단에 제주문화예술재단육성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을 설치한다.

② 제1항의 기금조성은 2020년까지 300억원을 목표로 제주특별자치도와 그 외의 출연금으로 조성한다.

도는 재단의 설립 및 육성조례 제4조 1항을 통해 “재단의 설립 및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육성기금을 설치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한, “육성기금은 300억원을 목표로 조성한다”라는 제2항으로 기금 조성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육성기금’이란 말 그대로 재단을 육성하기 위해 모으는 돈이다. 

따라서 육성기금을 건물 매입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은 "기금 조성은 2020년까지 300억원을 목표로 (중략) 조성한다"라는 재단의 조례 제4조 2항의 내용과 대립한다.

박 전 이사장이 언급한 "(육성기금은) 재단의 설립 및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으로 쓰인다"라는 말은 조례를 입맛대로 살짝 바꾼 것에 불과하다. 육성기금은 쓰이는 돈이 아니라, 300억원을 목표로 모으는 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박 전 이사장의 답변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사는 없었다.

회의에 참석한 이사들은 ‘육성기금을 건물 매입에 활용하겠다’라는 일방적인 재단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2. 재단 자생력 위한 육성기금, 다 써버리면 어쩌나?

5월 17일, 제2차 (임시)이사회 회의록 일부 내용. 경상비 확보 방안을 묻는 이사의 질문에 박경훈 전 이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본래 재단의 경상비는 기금의 이자로 쓰는 것으로 하고, 육성기금 조성목표를 300억원으로 잡았다고 했다.

이어 박 전 이사장은 “현재 재단이 25억여 원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고, 기금을 활용하자는 의견은 전국 재단에서도 나타나는 상황”이라면서 재단은 도의 지원으로 재단 경상비를 충당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경상비는 인건비 등 매년 연속적으로 반복 지출되는 경비로, 대체로 액수에 변동이 적은 편이라 예측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경상비는 급료나 출장비 등 자산이 되지 않고 비용으로 없어져 버리는 소비성 지출이기 때문에 관청이나 기관은 매년 발생하는 이 지출에 대한 재원 마련을 중요하게 여긴다. 경상비에 대한 재원이 해결된다면, 기관은 앞으로 진행할 사업에 대한 자금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재정 상황이 어려운 기관이나 회사는 “경상비부터 줄이라”는 방침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재단은 경상비 확보를 스스로 할 수 없기에, 매년 도에 손을 벌려야만 한다.

만약 도에서 “올해는 지원이 예년 수준보다 어려울 것 같다”면서 낮은 금액의 출연금을 지원한다면? 재단은 사업 진행은커녕 경상비 확보부터 허덕여야 하는 꼴이 된다.

따라서 문화예술기관이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자생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생력을 잃은 기관은 자본과 권력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재단에도 고충은 있다. 문화예술 분야가 타 산업보다 ‘돈을 소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단은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박 전 이사장의 말처럼 '건물을 사는 것은 재산의 성격이 바뀌는 것'이라는 단순논리로 접근하면 안 된다.

육성기금 조성은 재단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도 역시 이를 알기에 매년 일정 수준의 출연금을 지급해왔다.

재단이 육성기금을 모으는 것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겠다고 밝힌 사고방식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현재 은행 이자는 과거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단, 2020년까지 300억원을 모을 수 없기에 육성기금을 사용하겠다면 ‘육성기금으로 건물을 사겠다’라는 한 가지 안건이 아니라, 더 다양한 육성기금 활용 방안이 회의에서 논의되었어야 한다.

또한, 육성기금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과정 또한 공론화되었어야 옳다.

재단은 제주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스스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도의 출연금, 도민의 세금에만 기대자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재단은 문화예술 생태계의 자생력을 논하기 전, 재단의 자생력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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