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의 한짓골 사업, 뭐가 문제야? "총정리"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한짓골 사업, 뭐가 문제야? "총정리"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10.02 17:1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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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에 따른 의혹들, 한눈에 살펴보자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미디어제주>에서는 지난 5월부터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의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 사업 관련 내용을 심층 보도하고 있다. 그간 기자는 △제대로 된 주민의견 수렴 과정 없이 일사천리 진행된 계약 과정 △계약금 1원, 계약해지금 20억원의 이상한 매매계약서 △ 신탁된 건물을 위탁자와 거래한 정황 △재밋섬 건물에 귀속된 인근주차장을 빼놓은 계약체결 등 수많은 문제를 지적해왔다.

자세히 살피면 살필수록, 더 많은 문제가 보인다. 기사를 쓰는 기자 본인마저 전부 나열하기 힘들 지경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준비했다.

도 감사위원회에서 재밋섬 건물 부동산 감정평가액의 적정성을 살피며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한눈에 속성으로 살펴보자. 문제점은 시간의 흐름대로 나열했다.

문제1. 평일 낮에 열린 한 차례 주민설명회, 무슨 의미 있나?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추진중인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해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회의에서 의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진은 최근 메가박스 제주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때 모습.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메가박스 제주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때 모습.

재단은 지난 5월 15일 예술공간 이아 3층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화요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됐다. 평일 오후는 직장에 다니는 일반 주민들은 참여가 어려운 시간이다. 이를 증명하듯 설명회 자리에 참석한 주민은 10명 내외였다.

설명회 자리에서 박경훈 전 재단 이사장은 말 그대로 재단의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을 ‘설명’했다.

주민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기보단 반대 의견에 재단이 반박하고, 사업의 타당성을 들며 설득하는 모양새였다.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주민의 의견을 듣는 간담회가 수 차례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울 따름이다.

 

문제2. “건물 매입 빨리 추진하라” 부추기는 재단 이사회, 왜 서두르지?

건물 매입에만 100억원, 리모델링에 60억원 세금을 사용하겠다고 말하는 재단. 부가세 및 기타 경비를 포함해 재단이 발표한 금액만 총 173억원에 이른다.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은 이정도 금액을 단 하나의 건물 매입에 사용하겠다는 거대한 계획이었다. 따라서 재단 이사회는 사업 진행을 감시하고, 철저히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를 뛰어넘는 법.

재단 이사회 회의록에는 ‘건물 매입을 빨리 추진하라’는 발언이 가득하다.

재단의 각 이사들은 재밋섬 건물 매입을 빨리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공개한 이사회 회의록 중 일부 발췌. 재단의 각 이사들은 재밋섬 건물 매입을 빨리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혈세 173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빨리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은 공공 공연연습장을 조성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100억원짜리 건물 매입만이 능사가 아니다. 원칙을 지키며, 천천히 진행했다면 혈세를 아낄 수 있는 여러 방향의 대안들이 나왔을 것이다.

 

문제3. 재단 자생력 기르기 위한 육성기금, 맘대로 써도 돼?

재단은 지금까지 모은 육성기금 170억원 중, 113억원을 한짓골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재단의 설립 및 육성조례를 위반하는 행위다.

제주도는 재단의 설립 및 육성조례 제4조 1항을 통해 “재단의 설립 및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육성기금을 설치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육성기금은 300억원을 목표로 조성한다”라는 제2항으로 기금 조성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설립 및 육성조례> 제4조(기금의 설치)

① 재단의 설립 및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재단에 제주문화예술재단육성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을 설치한다.

② 제1항의 기금조성은 2020년까지 300억원을 목표로 제주특별자치도와 그 외의 출연금으로 조성한다.

‘육성기금’이란 말 그대로 재단을 육성하기 위해 모으는 돈이다. 

따라서 육성기금을 건물 매입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은 "기금 조성은 2020년까지 300억원을 목표로 (중략) 조성한다"라는 재단의 조례 제4조 2항의 내용과 대립한다.

 

문제4. 계약금 1원, 계약해지금 20억원 부동산 매매계약서 본 적 있나요?

재단은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따라서 사업을 시행할 때, 절차적 정당성과 행정의 투명성을 가지고 ‘원칙대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재단은 ‘계약금 1원, 계약해지 위약금 20억원’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원칙대로 건물가의 10%를 계약금으로 책정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원칙에서 한참 어긋난 계약을 꼭 서둘렀어야 했을까.

 

문제5. 제주도 승인 예산 113억원으로 재밋섬 건물 못 사요

제주도가 (가)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 특별회계로 승인한 예산은 113억원. 여기에 건물 매입비로는 100억원이 책정되어 있다.

그런데 부동산 매매계약서에는 건물 부가세가 10%(6억7380만원) 책정되어 있다. 따라서 부가세 포함, 건물 매입에 필요한 총금액은 106억7380만원이다.

도 승인 예산(건물 매입비 100억원)으로 건물을 매입하려면 6억7380만원이 모자라, 사업 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마련한 ‘예비비(5억7500만원)’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9880만원이 부족하다.

재단의 세출예산서에는 재밋섬 건물에 대한 부가세가 빠져있다. 따라서 세출예산서의 예비비를 사용하더라도 9880만원의 예산이 모자라게 된다.&nbsp;
재단의 세출예산서에는 재밋섬 건물에 대한 부가세가 빠져있다. 따라서 세출예산서의 예비비를 사용하더라도 9880만원의 예산이 모자라게 된다.

이를 예산안 작성 과정에서 나온 ‘단순 실수’로 인정하기엔 그 금액이 결코 적지 않다.

재단은 모자란 돈을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경은 예기치 못한 지출요인이 생겼을 때 편성되는 예산이지, 예상되는 지출 항목에 편성하는 예산이 아니다.

국민 혈세 113억원을 건물 매입에 사용하겠다면서 가장 기본적인 건물 매입비가 모자라게 된 상황인데. 과연 추경심사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무사히 통과될 수 있을까?

 

문제6. 빼놓으면 ‘불법’인 인근지 주차장, 쏙 빼고 거래한 이유는?

주차장법에 근거, 재밋섬 건물이 보유해야 하는 주차장 면대수는 총 82대다. 이 중에서 17대는 삼도이동 827-15번지 주소의 ‘인근지 주차장’에 귀속된다.

하지만 재단이 맺은 계약서에는 ‘인근지 주차장’ 주소가 제외되어 있다. 건물에 등록된 주차장 목록 중, ‘인근지 주차장’이 빠진다면 ‘주차장법 시행령 위반’이 되는데도 말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주)재밋섬파크가 체결한 부동산 매매계약서.<br>​​​​​​​ ‘인근지 주차장’ 주소(삼도이동 827-15)가&nbsp;포함되어 있지 않다. <br>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주)재밋섬파크가 체결한 부동산 매매계약서.
'인근지 주차장' 주소(삼도이동 827-15)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재단이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게 된다면 추후 재단 임직원 70여명과 예총, 민예총 인원들이 해당 건물로 이사를 할 예정이다.

이는 주차공간이 부족한 삼도이동 일대의 주차난을 더욱 가중하는 행위다.

도민과 주민 편의가 우선되어야 할 재단 사업이 오히려 더 큰 불편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재밋섬 건물 앞 도로변, 주차난 때문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가득하다. (사진=다음 로드뷰)
재밋섬 건물 앞 도로변, 주차난 때문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가득하다. (사진=다음 로드뷰)

 

문제7. 한짓골 사업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9월 7일 도정질문 자리에서 “현재 문화예술인회관으로는 재밋섬 건물로 추진을 하고 있다. 예술인 단체들이 의논해서 공간을 배치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과 제주도가 실행 의지를 강력하게 밝힌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 사업이 갑자기 도지사의 발언으로 제주예술인회관 건립 사업이 된 것이다.

만약 도지사의 바람대로 진행된다면, 이는 제주도내 예술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사진은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주변은 문화시설이 많이 집결돼 있다. 하지만 진흥원 시설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박호형 도의원은 예술인회관으로 만들 것을 주장했다. 반면 원희룡 지사는 문제가 되고 있는 재밋섬 건물을 문화예술인회관으로 구상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사진은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주변은 문화시설이 많이 집결돼 있다. 하지만 진흥원 시설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9월 7일 도정질문 때 박호형 도의원은 예술인회관으로 만들 것을 주장했다. 반면 원희룡 지사는 문제가 되고 있는 재밋섬 건물을 문화예술인회관으로 구상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예술인회관 건립 사업은 제주도 예술인들에게 10년도 넘은 오랜 바람이었다. 따라서 제주예술인회관을 짓겠다면 도내 예술인들과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심사숙고해서 장소를 선정해야 한다.

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 실행이 녹록하지 않다고 제주예술인회관 건립 사업을 ‘대신’ 추진하는 모양이 되어선 안 된다.

얼마 전, 재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고경대 동국대 교수가 임명됐다.

과연 그가 어떤 식으로 사업 진행 방향을 결정할 지, 부디 도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쪽으로 그만의 철학이 발현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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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탄 2018-10-15 11:26:36
가격 평가를 위해서는 재밋섬 건물의 경매이력(25억원까지 떨어졌던)과 신탁관계, 시중의 평가 등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문대탄 2018-10-15 11:19:57
시세 평가가 최대쟁점입니다. 절차가 아닙니다.
노쇠한 상권에, 철 지난 극장용 건물은, 임대료/실제이용가치가 얼마나 될는지, 정직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때려부수는 비용만 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철거하고 주상복합을 구상했던 건물입니다.
...그렇다면 땅값 평가액에서 철거비용을 뺀 가액이어야 합니다.
도청은 너무 그 건물에 집착하지 말고 ... 부동산 살 때 그 물건에 꽂히면 안 되죠.

김돌 2018-10-05 07:03:43
지속적으로 파헤쳐주세요. 김은애 기자님 덕분에 미디어제주 다시 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