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목소리에 이사회가 귀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주민 목소리에 이사회가 귀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8.24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에 따른 의혹 <8>

-재단 이사회 회의서 “주민설명회,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주장
-실제 설명회 결과, 찬성 분위기보단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 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이 원도심 지역의 재밋섬 건물을 100억원을 들여 매입하겠다고 밝히며,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도의회 및 도민 사회에서 건물 매입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행정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며, 결국 원 지사는 7월 19일 긴급현안회의를 통해 건물 매입을 일시 중지시켰다.

현재 도 감사위원회에서는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를 감사 중이다. 하지만 고위직 공무원들이 당연직 임원으로 있는 재단이기에, 자칫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감사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미디어제주>는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에 숨은 새로운 문제점을 지적하려 한다. <편집자주>

재단이 공개한 제2차 (임시)이사회 회의록 전문을 보며 기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재단 이사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이 문제를 지적했더라면 어땠을까.”

사람은 늘 후회 속에 산다.

하지만 후회를 모르는 이에게 미래는 없다. 후회는 현재를 고쳐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기에 제대로 후회하고, 제대로 고칠 의지만 있다면 그 어떤 상황이라도 사람은 이겨낼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살핀다면, 재밋섬 건물 매입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단과 이사회 및 도 관계자의 제대로 된 반성과 시정 의지가 필수적이다.

 

의혹8. 주민설명회서 나온 주민 불만, 이사회에 제대로 전달 안 한 이유는?

5월 15일, 예술공간 이아에서 열린 주민설명회는 재단이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을 설명하며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자리였다.

평일 오후 3시에 열린 탓에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 수는 10명이 채 되지 않았고, 참석자 상당수는 재단 및 도 관계자 혹은 재밋섬 건물 관계자가 차지했다.

그리고 이틀 후, 5월 17일 진행된 재단 이사회 회의에서 A이사는 “주민설명회의 결과”를 물었다.

이에 B이사는 “주민들은 오는 것을 환영하고, 찬성하는 분위기였다”라면서 “다만 모 단체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라는 말로 주민설명회 결과를 일축했다. (아래 이사회 회의 발언 내용)

5월 17일, 제주문화예술재단 제2차 (임시)이사회 회의 발언 내용.
주민설명회 결과를 묻는 말에 모 이사는 "찬성하는 분위기"였다며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자는 당일 설명회 자리에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고, 분명 이날 자리에선 이보단 다양하고 많은 의견이 오갔다.

재밋섬 건물 매입을 추진하겠다면 주민 위한 공간을 꼭 만들어 달라며 신신당부한 주민이 있었던 반면, 모으지도 못한 육성기금을 사용해버리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통보 방식의 설명회에 불만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특히 자신을 삼도일동 주민이라고 밝힌 C씨는 “재단이 예술공간 이아를 운영했던 약 1년 동안 과연 지역주민과 연계성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면서 재밋섬 건물을 매입한다면 지역주민이 쓸 수 있는 공간을 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아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도, (재단은) 주민 위한 공간을 설계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결국 이루어진 것이 없다”면서 “지역주민과 어떻게 화합하려고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진행하려는지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주민의 일침에 박경훈 전 이사장은 “이아 공간은 개원 초기라 완성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박경훈 이사장이 주민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박경훈 이사장이 5월 15일 열린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 주민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민을 위한) 공간 조성을 약속해달라는 C씨의 말에 박 전 이사장은 확답 대신 “공적인 부분에서 함부로 대답해서는 안 된다. 기술적인 부분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최대한 반영하겠다”라고 했다.

현장에서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을 환영하는 목소리는 재단과 제주도 문화체육대회협력국, 예총과 민예총 관계자를 제외하곤 거의 없었다. 오히려 갑작스럽게 발표한 재단의 사업 계획에 의문을 품고, 일방적인 통보 방식의 주민설명회에 불만을 표출하는 이들이 더 눈에 띄었다.

결국 “(재밋섬 건물 매입을) 환영하고 찬성하는 분위기”였다는 B이사의 말은 재단 측에서 바라본 해석일 뿐, 현장의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었다.

만약 B이사가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논의된 다양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를 이사회에 자세히 전달했다면 어땠을까?

B이사가 아니라도, 다른 이사들이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더라면 재밋섬 건물 매입을 향한 절차가 이렇게 속전속결 처리될 순 없었을 것이다.

이사회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측의 의견뿐 아니라 도민, 문화예술인, 제주도 등 다양한 곳의 의견을 대변해야 한다.

기관은 임직원의 실수 혹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발생될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둔다.

대한민국의 경제정책과 예산 및 세제 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인 기획재정부는 “이사회의 정상화는 '공공기관 운영법'의 핵심내용 중 하나다. 이사회 구성은 공공기관의 내부견제 시스템이다”라고 규정한 바 있다. 또한, ‘비상임이사의 기능’ 정의를 통해 “(비상임 이사는) 경영진 등 일부 이해관계인이 아닌 중립적인 위치에서 기관 전체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관이 시행하는 사업이 도민 정서에 반하는 내용이라면, 이사회는 이를 지적하고 시정에 앞장설 의무가 있는 것이다.

재단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이사회는 더는 존재 이유가 없다.

이사회가 이사회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도민의 입장을 대변할 줄 알아야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