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밋섬 건물 매입을 향한 "문제투성이 행보"
재밋섬 건물 매입을 향한 "문제투성이 행보"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7.18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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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밋섬 건물 매입, 제안부터 계약 체결까지 걸린 기간..."6개월"
세출예산서 확정 전, 부동산 매매계약부터 체결한 이유는?
계약금 1원, 계약 해지하면 20억원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매입을 추진 중인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재밋섬 건물. © 미디어제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매입을 추진 중인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재밋섬 건물. © 미디어제주

‘문제투성이’.

바로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 재밋섬 건물 매입을 향한 행보는 그야말로 문제투성이다.

 

1. 재밋섬 건물 매입, 사업 제안부터 계약 체결까지 걸린 기간..."6개월"

재단은 (가)한깃골 아트플랫폼 사업 준비를 2017년 9월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재단이 밝힌 <재밋섬 건물 매입을 위한 협의 과정>은 아래와 같다.

2017.09.20.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김동욱 의원실과 공동으로 ‘제주문화 예술육성기금 합리적 운용방앙 모색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개최

2018.02.01. 제1차 위원회 : 현 문예재단 건물 매각 및 기본재산 활용한 건물 매입 후 리뉴얼 제안

2018.02.26. 제2차 위원회 : 원도심 기존 건물을 매입해 문화예술 플랫폼 공간 조성키로 의결

2018.03.14. 도지사 보고 (재밋섬 건물 매입 후 문화예술 플랫폼 공간 조성 계획인 '가칭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 사업'

2018.03.20. 이사회 보고

2018.04 매입대상건물(재밋섬) 감정평가 시행, 4월 평가 완료. 감정평가 평균가액 11,044,000,000원

2018.05.10. 이사 간담회

2018.05.15. 문화예술계 및 주민 설명회

2018.05.17. 임시 이사회 통해 재밋섬 건물 매입 건, 만장일치로 의결

2018.06.14 제주특별자치도 승인

2018.06.18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계약금 1원)

2018.06.19 특별회계 편성안 이사회 서면의결

2018.06.28 특별회계 편성안 도 승인(국장 전결) + 1차 중도금 지급

위 자료를 잘 살펴보자. ‘재밋섬 건물 매입’과 ‘문화예술플랫폼 공간 조성’에 대한 논의가 언제 처음 이루어졌는지 살피면 작년 9월이 아니라, 올해 2월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7년 9월에는 육성기금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회의가 열렸을 뿐이다.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올해 2월에 열린 기본재산관리위원회에서 시작됐다.

도민이 낸 세금으로 100억원을 들여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이 이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을까?

이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어쩌면 도내에서 가장 단기간에 가장 많은 세금을 함부로 쓴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  세출예산서 승인 받기 전에, 부동산 매매계약부터 해도 되나?

도의 승인이 떨어진 것은 6월 14일. 우연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공교롭게도 지방선거가 치러진 바로 다음 날이다. 그것도 도지사가 직접 승인한 것이 아니라 김홍두 문화체육대회협력국장이 전결 처리로 승인했다.

그리고 재단이 밝힌 <재밋섬 건물 매입을 위한 협의 과정>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계약은 6월 18일 이루어졌다.

부동산 계약 다음날엔 재단의 육성기금을 건물 매입에 사용하겠다는 특별회계 편성안이 재단 이사회에서 서면 의결되었다. 또한, 같은달 28일에는 특별회계 편성안이 국장 전결로 승인됐다.

재단의 육성기금을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세출예산서) 없이 부동산 매매계약부터 진행해버린 것이다.

누구보다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함을 지켜야 할 공공기관이 이를 무시하고 있는 현실이다.

 

3. 계약금 1원, 계약 해지하면 2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부동산 계약을 진행할 때, 계약금은 통상 10%로 책정한다. 계약금 범위는 매도인과 매수인 간 협의에 따라 조정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재단의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은 1원으로 설정되었고 ‘계약체결 후, 매도인과 매수인은 20억원을 지급해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적시되어 있다.

이런 경우가 또 있을까?

재단의 경우 도에서 나온 출연금으로 기금을 적립했고, 이를 재밋섬 건물 매입에 사용하려 한다. 아니, 이미 계약서를 작성했으니 ‘건물 매입에 사용했다’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세금을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왜 일반적이지 않은 계약서를 작성해서 의혹을 자처하는 걸까?

지난 17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이하 문광위) 제362회 임시회 제2차 회의에서 이승아 의원은 “이를 불공정 계약으로 본다”라고 했다.

박경훈 이사장에 따르면, 계약금 1원이 ‘재단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라는데... 재단에 대한 도민의 신뢰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까?

재단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박경훈 이사장의 인사말 내용. /사진=제주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재단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박경훈 이사장의 인사말에 따르면, “최근 제주도가 잘 팔립니다. 특히 땅이 잘 팔립니다…제주의 문화와 예술도 잘 팔렸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문화와 예술이 잘 팔리는 데 건물은 필요가 없다. 질적으로 훌륭하고, 만든 사람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문화와 예술이라면 잘 팔린다.

재단이 재밋섬 건물 매입을 위해 주장하는 ‘공연 연습장 부재에 따른 공간 확보의 필요성’ 또한 그 근거가 미약하다. 공연 장소 확충을 위해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된다. 건물 매입비 100억을 제외하더라도 공연장 조성을 위한 리모델링비가 60억이나 든다는데, 차라리 공연장 건물을 새로 짓는 편이 더 낫겠다.

위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박경훈 이사장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은 할 일이 많습니다. 바꿀 것도 많습니다”라고 했다.

예술공간 이아의 활용 방안, 문화예술 측면에서 소외된 지역 곳곳에 대한 지원, 청년예술가 육성, 장애인예술 지원 등 재단이 할 일은 많다.

혈세로 모인 100억원 기금이 부디 건물 매입보다 뜻 깊은 곳에 사용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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