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는 왜 1억원의 양도세, 지적하지 않았나"
"이사회는 왜 1억원의 양도세, 지적하지 않았나"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8.08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에 따른 의혹 <2>
"양도세, 인건비, 도서인쇄비 등 건물 매입과 관계 없는 예산, 이사회는 문제 제기 안 했나"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이 원도심 지역의 재밋섬 건물을 100억원을 들여 매입하겠다고 밝히며,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도의회 및 도민 사회에서 건물 매입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행정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며, 결국 원 지사는 7월 19일 긴급현안회의를 통해 건물 매입을 일시 중지시켰다.

현재 도 감사위원회에서는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를 감사 중이다. 하지만 고위직 공무원들이 당연직 임원으로 있는 재단이기에, 자칫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감사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미디어제주>는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에 숨은 새로운 문제점을 지적하려 한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매입을 추진 중인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재밋섬 건물. © 미디어제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매입을 추진 중인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재밋섬 건물. © 미디어제주

의혹2. 이사회는 왜 1억원의 양도세, 지적하지 않았나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한 세출예산서>

세출예산서A: 양도세 1억원, 건물매입 및 매도수수료 1600만원, 인건비(행정지원팀) 1억8000만원이 포함되어 있다.

세출예산서B: 양도세 및 수수료, 인건비 등 항목이 삭감되어 있다.

A예산서 작성 후 새롭게 작성된 B예산서에는 '양도세'를 포함한 각종 예산이 삭감되어 있다.

기자는 지난 기사를 통해 두 개의 세출예산서 사이에 존재하는 재단과 도의 엇갈린 주장을 지적했다.

이에 재단 측은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이사회 의결 및 도에 처음 제출했던 예산서는 A예산서가 맞다”고 정정했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거다.

재단은 도에서 밝힌 아래 내용이 맞다고 했다.

2018.06.18 재밋섬 건물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계약금 1원)

2018.06.19 양도세 및 각종 인건비 포함된 A예산서로 재단 이사회 서면 의결

2018.06.22 재단 측, A예산서 내용으로 특별회계 편성안 제주도에 제출

이에 제주도, 양도세 및 운영비 등 삭감한 B예산서를 재단에 제시, 재단과 합의 완료

2018.06.28 B예산서제주도 최종 승인

또한, 재단 측은 재밋섬 건물에 대한 양도세를 재단이 내주기 위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며 "A예산서에 존재하는 양도세는 현재 재단 건물을 매도했을 때 발생하게 될 양도세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A와 B, 두 개 예산서의 제출 시점에 대한 양 기관의 다른 주장은 재단 측의 착각에 인한 해프닝으로 진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아니다. 이외에도 지적할 문제는 많다. 아래는 재단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이사회 명단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에는 이사회 명단이 공개되어 있다.

재단 이사회는 박경훈 당시 이사장을 포함한 15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중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사람은 15명의 이사다.

이들 15명은 재단의 현 건물에 대한 양도세, 인건비, 사무기기 등 예산 내역이 포함된 A예산서를 토대로 한 특별회계 편성안을 서면 의결했다.

그리고 재단은 곧장 A예산서을 제주도에 제출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A예산서의 양도세, 운영비 등 항목이 이번 특별회계 편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A예산서를 살피면 (재단의 현 건물 매도 시 발생하는)양도세, 인건비, 여비, 도서 인쇄비 등 재밋섬 건물을 구입하는 것과 상관이 없어보이는 의아한 항목이 많다.

이에 도에서는 새로운 B예산서를 작성해 재단에 제시했다. B예산서에는 양도세, 운영비 등이 모두 삭제되어 있고, 삭제된 금액은 '예비비'에 따로 포함시켰다.

재단은 B예산서를 받아들였다. B예산서를 토대로 한 특별회계 편성안은 이렇게 도의 승인을 받게 됐다.

슬쩍 보아도 A예산서는 이상하다. '워킹그룹 수당'이라고 된 항목에는 매달 250만원씩, 3명에게 12개월 동안 총 9천만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재밋섬 건물 매입 후 필요한 예산인 '주민연계 프로그램 운영비(5000만원), 행정지원팀 인건비(1억8000만원) 등 쓸데없는 항목도 있다.

가장 이상한 점은 '매도건물 양도세' 1억원이다. 재단 측은 이것이 재밋섬 건물로 재단이 이사한 후, 현재 재단 건물을 매도했을 때 발생하게 될 양도세라고 했다.

어찌됐건 재밋섬 건물 매입과는 관계없는 예산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재단의 이사회는 이 예산서를 ‘괜찮다’라고 판단한 걸까?

A예산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임원들이 어떤 의견을 주고받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면 의결이 완료된 것을 보면 큰 문제제기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재단의 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 추진의 타당성과 행정의 투명성 등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이사회에서 A예산서를 좀 더 꼼꼼히 살폈다면 어땠을까?

아마 재단은 A예산서를 도에 제출하기 전, 양도세 항목 등 여러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 거다. 그리고 더 나은 방향의 예산안을 꾸리기 위해 고민했을 수도 있다.

이사회란, 회사 혹은 기관의 활동을 공동으로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관의 최고 결정기관인 이사회 의결 없이 이 사업은 진행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사회가 지난 5월 17일 재밋섬 건물 매입 건에 대해 의결하기 전, 좀 더 고민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덜어지지 않았을까.

113억원의 기금을 사용하겠다는 사업인데 너무 섣불리 의사 결정을 한 것은 아닐까.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재단의 말마따나 재밋섬 건물 매입이 진정 '긴급'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일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