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추진, 100억원 육성기금을 이렇게 써도 되나?”
“속전속결 추진, 100억원 육성기금을 이렇게 써도 되나?”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5.16 19: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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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가)한짓골아트플랫폼 조성 계획을 바라보며.
(가)한짓골제주아트플랫폼 조성 문화예술계·주민 설명회가 15일 열렸다.
(가)한짓골제주아트플랫폼 조성 문화예술계·주민 설명회가 지난 15일 예술공간 '이아'에서 열렸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지난 15일, (재)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문예재단.)이 주민 설명회를 통해 메가박스가 위치한 삼도2동 재밋섬 건물을 100억원에 매입,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가)한짓골아트플랫폼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문예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문예재단이 밝힌 계획 추진경과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재밋섬 건물의 메가박스 극장 폐쇄 및 주상복합건축물 신축에 대한 최초 정보를 입수해 건축주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2017년 9월 20일 제주도의회와 재단 전문가를 초청해 논의의 장을 마련했고, 재단 기본재산 관리위원회 등을 설치해 전문가의 논의를 통해 방향을 설정함이 타당하다는 권고를 받았다.

이에 문예재단은 기본재산관리위원회를 구성, 2018년 2월 1일 제1차 위원회 자리에서 현 건물 매각 및 기본재산을 활용한 건물 매입 후 리뉴얼을 제안했다. 2월 26일 제2차 위원회에서는 원도심 기존 건물을 매입, 문화예술 플랫폼 공간 조성을 의결했다.

작년 상반기부터 재밋섬 건물 매입이 논의되었다는 셈인데, 왜 그동안 아무런 공론화 과정 없이 물밑 속에서 진행되다가 이제서야 ‘주민 설명회’라는 일방적인 방식으로 통보한 것일까?

아래는 매년 초, 출연금을 산정 받기 위해 문예재단에서 도에 제출하는 ‘직무성과계약서’다.

문예재단이 올해 제주도에 제출한 '직무성과계약서'. 2018년도에는 25억원의 출연금을 받았다.

보다시피 계약기간은 올해 1월부터 12일까지며, 도에서 책정한 2018년도 출연금은 총 25억원이다. 제주도 문화정책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문예재단에 지원된 재단육성기금은 약 170억원이며, 문예재단은 2020년까지 육성기금 300억원 조성을 목표로 매년 출연금을 적립하고 있었다.

문예재단 측에서는 ‘재단 육성기금의 합리적 운용 필요성’을 운운하며 “현 금융상황으로는 기금 이자만으로 재단 운영비 활용이 불가하기 때문에 자산가치를 제고하고자 다른 방식으로 기금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예재단이 말하는 '다른 방식'이 바로 '재밋섬 건물 매입'이라는 방식이다. 문예재단은 계획을 뒷받침하기위해 “서울문화재단이 2016년부터 동숭아트홀 매입을 추진해왔고, 2018년도에 500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서울시청 문화정책팀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문화재단의 작년 출연금은 432억원, 올해는 420억원이다. 올해 출연금이 25억원인 문예재단이 100억원의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것과 출연금 400억원이 넘는 서울문화재단이 500억원의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것은 비교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2016년부터 이사회 등의 협의를 거쳐 단계를 밟아온 서울문화재단과는 달리, 문예재단의 경우 작년 9월에서야 전문가 논의가 이루어졌고, 도지사 보고와 이사회 보고는 올해 3월에 처음 이루어졌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추진된 셈이다.

문예재단은 공공 공연연습장 및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공간, 예총과 민예총의 사무국 이전 등을 위한 사업이 (가)한짓골아트플랫폼 조성 계획이라고 한다. 이 계획을 위해 공간이 필요한 것이고, 내년도에 제출할 직무성과계약서에는 건물 운영비, 인건비 등 재밋섬 건물의 공간 활성화를 위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문예재단은 도에서 출연금을 받는 공기업이다. 따라서 1년에 한 번 제주도청 예산담당관실에서 직무성과계약서에 대해 평가를 하게 된다. 올해 제출한 계약서에 대한 내용은 내년에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고, 내년도에 제출할 계약서의 평가는 내후년에 이루어진다.

출연금을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가에 대한 평가는 도의 권한으로 맡기더라도, 재단 육성기금에 손을 대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상 직무성과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지출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단체가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 “글쎄…”

예총, 민예총, 각종 문화예술단체를 한 곳으로 집결시켜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문예재단의 취지는 알겠다. 하지만 제주지역은 서울 혹은 타 지역과 사정이 다르다. 제주의 지역문화예술 활성화의 힘은 말 그대로 ‘지역’에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예술가들과 제주지역 예술가들이 제주 전역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가 ‘문화의 섬’으로 각광받게 된 것이지, 특정 단체의 힘이나 영향이 작용한 것이 아니다.

서귀포시 조천읍에 사는 주민에게는 제주시내에 위치한 문화예술복합단지보다 조천 지역에 있는 소규모 상영관이 그 무엇보다 소중할 수 있다. 제주시 한림읍에서 활동하는 사진가에게는 지역 갤러리의 활성화가 더 절실할 것이다.

문화예술단체는 지역 곳곳에 분산되어 있을수록 좋다. 한곳에 집중이 되면 자연스레 ‘권력’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마련이고, 개인 혹은 단체의 권력에 영향을 받는 문화예술이라면 이미 예술로서 가치를 잃어버린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16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가 “선거를 앞두고, 문예재단 이사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재밋섬 매입 서두르는 이유를 밝히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원도심 활성화의 중심부 삼도2동 문화의 거리에 있는 영화관을 없앤다는데, 예술공간 ‘이아’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시점에 주민에게 “이번엔 잘 할 테니 믿으라”고 한다면 그 어느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지난 ‘주민 설명회’ 자리는 말 그대로 통보 방식의 ‘설명회’에 그치고 말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계획의 타당성을 입증하겠다는 것이 본래 취지였겠지만, 이미 예술공간 ‘이아’의 사례로 신뢰를 잃은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주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예술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까이에서 듣는 문예재단이 되기를 바라며, 지역주민과 예술인이 상생하는 제주지역 문화발전을 위해 모범적인 행보를 보여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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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속임수 설명회 2018-05-16 23:52:23
이 기사에 의하면 문예재단이 주민을 갖고 농락한 설명회란 말이네요 ㅠㅠ
다 때려치는 게 상책이다.

문화인 2018-05-16 20:45:19
제대로된 지적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