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5:18 (화)
"혈세 100억원짜리 권력의 탄생, 도민이 원한다니요"
"혈세 100억원짜리 권력의 탄생, 도민이 원한다니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9.11 11:1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에 따른 의혹 <11>

-'연줄' 없어 떠난 '육지 예술인'..."도내 문화예술계 권력화 막아야"
-주차난 심한 삼도이동 일대, 주민들이 '거대 예술플랫폼' 원할까?
-탐라문화광장, 예술공간 이아 등 있는 공간부터 제대로 활용하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이 원도심 지역의 재밋섬 건물을 100억원을 들여 매입하겠다고 밝히며,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도의회 및 도민 사회에서 건물 매입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행정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며, 결국 원 지사는 7월 19일 긴급현안회의를 통해 건물 매입을 일시 중지시켰다. 

현재 도 감사위원회에서는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를 감사 중이다. 하지만 고위직 공무원들이 당연직 임원으로 있는 재단이기에, 자칫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감사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미디어제주>는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에 숨은 새로운 문제점을 지적하려 한다. <편집자주>

지금까지 <미디어제주>는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과 관련, 절차적 오류 및 사업 타당성에 대한 문제를 지속해서 지적해왔다.

<미디어제주>를 포함, 다양한 언론 및 도내 사회에서는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재단이 밟아온 행보를 ‘속전속결’이라고 말한다.

문제투성이 예산서를 지적하지 않고 서면 의결한 재단 이사회, 무슨 이유인지 재밋섬 건물 매입을 서두르자 말하던 몇몇 이사회 임원들, 계약금 1원에 계약해지위약금 20억원의 이상한 매매계약서, 건물의 소유권을 가진 신탁사가 아닌 위탁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 ‘모으는 돈’인 육성기금을 조례 개정 없이 건물 매입에 사용하겠다는 재단의 계획… 그동안 기자가 기사를 통해 지적한 관련 문제점은 수를 세기가 버거울 정도다.

그리고 지금,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다시 한번 원론적인 문제를 짚어볼까 한다.

 

1. “재밋섬 건물에 만들어질 재단 사무실, 도민들이 원하나요?”

재단이 매입하겠다고 밝힌 재밋섬 건물은 과거 제주시의 중심이었던 삼도이동에 위치한다.

1970년대만 해도 이 지역은 꽤 활기가 넘쳤다. 제주국제공항과 가깝고, 산지천과 동문시장 등이 한곳에 있어 도민은 물론 관광객 또한 즐겨 찾는 제주의 원도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도시개발사업 등으로 지역에 거주하는 도민 수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탐라문화광장 일대에 위치한 성매매업소 및 주취자 문제로 도시 쇠퇴 현상이 지속되는 중이다.

제주시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30여년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평일 대낮에 이 지역 거리는 텅 비어있으며, 도로 갓길마다 주차된 자동차만 가득하다. 사람은 줄어들지만, 주차난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여 신축 건물을 찾기가 힘들다.

따라서 재밋섬 건물에 당장 공공 공연연습장과 독립영화관이 들어서더라도 재단이 그리는 핑크빛 미래의 실현까지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와 제주시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원도심 재생사업이 연이어 실패했기 때문에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에 '뚝딱'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재단이 재밋섬 건물로 이사를 온다면 해당 건물의 상당 공간이 사무실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임직원 수만 총 71명이고, 각종 회의공간과 예총과 민예총의 임직원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2~4의 층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밋섬 건물 앞 도로변, 주차난 때문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가득하다. (사진=다음 로드뷰)

현재 재밋섬 건물에 부여된 주차 가능 대수는 옥내에 63대, 옥외에 2대, 인근지에 17대로 총 82대다. 그중 인근지 주차장은 재단의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빠져있으므로, 향후 재단이 재밋섬 건물을 매입 완료하게 된다면 주차 가능 대수는 65대뿐이다.

재단 임직원들의 차량 주차로 인한 주차난 심화 문제를 제기하자 재단 관계자 중 누군가는 그랬다.

“재단 임직원들에게 대중교통 이용과 카풀(사전 약속한 인원들이 자가용 한 대를 함께 이용하는 것)을 권장하겠다”라고.

하지만 아무리 71명의 직원에게 대중교통 이용과 카풀을 권장한들 강제사항도 아닌데, 지금도 존재하는 지역 주차난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1인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제주 환경의 특성상 좁은 골목길에 대형 건물이 있다면, 주차난은 당연히 따라오는 부속품과도 같다.

지금보다 주차난이 심해진다고 했을 때, 과연 삼도이동 일대 주민들이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을 반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연줄' 없어 떠난 '육지 예술인'..."도내 문화예술계 권력화 막아야"

재단이 밝힌 재밋섬 건물 매입 이유는 △공공연습장 조성 △독립∙예술영화 독립관 활용 △제주예총 및 민예총 등 문화예술대표단체 사무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재단 박경훈 전 이사장은 5월 15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이중에서도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공공 공연연습공간의 확보”라고 했다.

하지만 재단이 진정 도내 문화예술의 확산을 원한다면 삼도이동에 위치한 공공 공연연습장을 확보할 것이 아니라 지역 곳곳에 작은 문화공간을 심어주는 것이 먼저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 중 많은 수의 이주민들이 집값 등의 문제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동경해 제주로 이주한다. 하지만 열악한 일자리 현실 등 적응을 하지 못해 떠나는 이들도 많은 현실이다.

매년 제주로 이주하는 문화예술인은 많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떠나는 이들도 많다. 이유가 뭘까?

기자는 꿈을 안고 제주를 찾았다가 일자리가 없어 제주를 떠난 한 뮤지컬 연출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작품에 다수 연출 경험이 있는 그는 제주 문화예술의 발전을 이뤄보겠다는 포부로 입도했다. 하지만 도내 관련 일자리 수요가 거의 없는 점, 일자리가 있어도 도내 관계자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지는 점, 유료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 수가 적은 점 등은 그대로 현실의 벽이 됐다.

결국 그는 짧은 제주 생활을 마치고 이곳을 떠났다. 그는 기자에게 "질렸다. 제주에서 다시는 공연예술 일을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들만의 리그’에 끼지 못해 힘들었다고 했다.

그가 지금 서울로 떠나 왕성하게 자신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면 ‘개인의 능력 부족’의 탓은 아니었을 거로 본다.

이는 제주지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 ‘그들만의 세계’ 속에서 지속되어온 문화예술계라서, 소위 말하는 ‘연줄’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것이 지역사회에서의 예술활동이다.

그러므로 외지에서 문화예술인들이 몰리는 제주에서만큼은 ‘문화예술의 권력화’를 절대 막아야 한다.

더 다양한 지역에서, 원주민과 이주민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작고 볼품없더라도 예술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공간만 주어진다면 청년 예술가들은 계속해서 노래하고 공연할 것이며, 제주의 문화예술은 절로 풍요로워질 것이다.

 

3. 훌륭한 문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절로 '만들어지는 것'

565억원이라는 막대한 자본을 들여 조성한 탐라문화광장은 ‘광장’으로써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탐라문화광장 인근에 위치한 '산지천 갤러리' 역시 재단이 운영하고 있지만, 매번 같은 작가의 전시만 하던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산지천갤러리는 탐라문화광장 중심축에 있다. 빨간 원이 산지천갤러리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그리 많지 않다. ⓒ미디어제주
산지천갤러리는 탐라문화광장 중심축에 있다. 빨간 원이 산지천갤러리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그리 많지 않다.

재단이 지역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겠다며 호기롭게 탄생시킨 예술공간 이아 역시 약 50억원(국비 약25억원)이 들었지만 시민들이 즐겨 찾기엔 문턱이 높다.

제주도와 제주시가 70억원을 들여 삼도이동에 만든 ‘문화예술의 거리’는 그 존재조차 희미하다. 이때 기본계획을 구상하기 위한 용역을 맡은 기관은 재단이었다.

이쯤 되면 도민의 돈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원도심 지역에 뭘 자꾸 만들고, 짓고, 부수고 하는데 나아진 것은 없거나 제대로 운용을 못해 방치되고 있다.

혈세로 만든 원도심 지역의 문화예술공간 중 제대로 된 것을 찾기가 힘든 지금. 건물 구매에만 100억원, 리모델링에 60억원을 쓰겠다며 세금 쓸 궁리만 하는 재단은 도대체 무슨 배짱일까. 그리고 이를 용인해주고, 오히려 권장하는 듯한 도의 입장은 과연 옳은 것인가.

삼도이동 문화예술의 거리가 조성된 주민센터 인근 도로 모습. 지나가는 행인도 없이 텅 비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도 제 할 일을 제대로 못 하면 국민이 심판하는 세상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백년의 큰 계획)라고 했던가.

문화예술은 어쩌면 천년 혹은 만년지대계다.

제대로 된 훌륭한 문화예술은 세월을 뛰어넘어 후손에게 전해진다. 여기에 문화적 가치 없는 100억원짜리 건물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

제주시와 서귀포 지역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면 제주도의 문화예술 발전 방향성은 절로 만들어진다.

상상해보시라. 재단 혹은 예총, 민예총이 아니라 동네마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제주의 문화예술을 이끌어갈 이상적인 모습을.

도와 재단은 현재 있는 공간의 제대로 된 활용방안을 찾은 뒤, 도민에게 사업 능력을 검증받기를 바란다. 그다음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도 결코 늦지 않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2018-09-14 06:50:24
미디어제주가 제주유일 참언론이네요 화이팅입니다 잘보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