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밋섬 건물 매입 계획, 16일만에 결정된 사안?"
"재밋섬 건물 매입 계획, 16일만에 결정된 사안?"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8.17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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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에 따른 의혹 <5>
재단 측 "2018년 2월 26일 이후 재밋섬 건물 매입 논의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이 원도심 지역의 재밋섬 건물을 100억원을 들여 매입하겠다고 밝히며,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도의회 및 도민 사회에서 건물 매입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행정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며, 결국 원 지사는 7월 19일 긴급현안회의를 통해 건물 매입을 일시 중지시켰다.

현재 도 감사위원회에서는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를 감사 중이다. 하지만 고위직 공무원들이 당연직 임원으로 있는 재단이기에, 자칫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감사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미디어제주>는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에 숨은 새로운 문제점을 지적하려 한다. <편집자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매입을 추진 중인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재밋섬 건물. © 미디어제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매입을 추진 중인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재밋섬 건물. © 미디어제주

의혹5. 재밋섬 건물 매입, 본격적인 논의는 2월 말 이후부터였나?

제주도는 2017년 11월, ‘제주문화예술재단 출연 동의안’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이하 문광위)에 제출했다.

재단의 사업비 지원에 대한 권한은 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에, 동의안 제출자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로 기재된다.

2017년 11월, 도지사가 도의회에 제출한 ‘제주문화예술재단 출연 동의안’.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사업비 지원에 대한 권한은 도지사가 가진다.

출연 동의안에서 ‘출연(出捐)’이란, 금품을 내어 도와준다는 뜻을 가진다. 도는 매년 재단에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운영비 및 육성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동의안에는 2018년 재단 출연금 지원에 대한 근거가 담겨있다.

동의안의 주 내용을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2018년 재단 운영비로 28억원, 육성기금으로 10억원 출연금을 도에서 지원할 계획인데, 동의해달라”

자, 여기서 우리가 살펴볼 부분은 ‘육성기금’이다.

재단이 육성기금을 적립하는 이유는 여기서 나오는 은행 이자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도는 아래 조례를 재단의 '육성기금 출연 동의안'의 근거로 제시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설립 및 육성조례 제4조 2항>

제4조(기금의 설치) ② 제1항의 기금조성은 2020년까지 300억원을 목표로 제주특별자치도와 그 외의 출연금으로 조성한다.

위 근거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인 의회는 2017년 12월 13일, 제356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차 정례회 제7차 본회의에서 재단 출연 동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아래 사진이 관련 내용을 증명한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출한 '제주문화예술재단 출연 동의안'에 대한 도의회 심사보고서 첫 페이지.
심사결과 '원간가결'됐음을 알 수 있다.

이때(2017년 12월)만 해도 재단의 육성기금을 재밋섬 건물 매입, 혹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재단은 육성기금을 모으겠다며 1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던 상황이다.

이러한 재단의 육성기금 조성계획은 올해 2월까지 이어진다.

그 근거로 아래 문서를 참고하자.

아래 문서는 2018년 2월 8일 제358회 도의회 임시회 제2차 문광위 회의에서 다뤄진 재단의 업무보고 내용이다.

2018년 2월 18일, 제358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차 임시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제주문화예술재단 업무보고서 일부 내용.
향후 2020년까지 총 300억원 육성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2018년 2월 18일, 당시에도 재단은 육성기금 300억원을 모으겠다는 내용을 업무보고서에 담았다.

만약, 업무보고 당시 재단의 육성기금으로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더라면 ‘2020년까지 육성기금 300억원을 조성하겠다”라는 내용은 업무보고서에서 빠졌어야 옳다.

하지만 '육성기금 300억원 조성 계획'이 업무보고서에 있으므로, 당시 재단에게는 육성기금에 손을 대겠다는 계획이 없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과연 재단은 언제부터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을까?

재단 관계자는 8월 17일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에서 “2월 18일 업무보고 당시에는 아무것도 결정을 못 내렸을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육성)기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그러던 중 올해 2월 ‘기본재산위원회’가 열렸다. 1차 회의(2월 1일)때 기금을 은행에 예치해두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논의했고, 2차 회의(2월 26일)땐 기금을 잠재우지 말고 깨워서 예술∙문화인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논의했다”라고 했다.

재단 관계자의 말을 정리하자면,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논의는 2월 도의회 업무보고 이후 진행됐으며, 2월 26일 기본재산위원회 회의와 함께 구체화된 것”이다.

재밋섬 건물 매입 관련, 도지사 보고가 이루어진 것은 3월 14일이다.

즉, 단 16일만에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건데, 1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 이보다 속전속결 추진될 수 있을까.

만약 2월 26일부터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4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사회 및 도 승인과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재단은 최근 재밋섬 매입 관련 이사회 회의록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비공개 이유는 “이사회 회의록 공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사님들의 동의를 얻어서 공개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회의록 공개를) 반대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단의 홈페이지에는 작년 12월 8일 있었던 정기 이사회 회의록이 공개되어 있다.

그동안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꾸준히 회의록을 공개해왔던 재단인데, 왜 갑자기 이사회는 ‘비공개’ 결정을 내린 걸까?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겠다고 밝히며 재단이 진행해온 사업의 양상에 갖가지 의혹이 펼쳐지니 이사회로서 응당 맡아야 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지난 5월 15일, 재단은 재밋섬 건물을 매입해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을 조성하겠다는 사업을 발표하며,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사업을 급히 서두르는 이유,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 재단 측은 "사유재산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 민감한 부분이라 그렇다"라고 말했다.

사유재산을 상대로 하는 것이 민감하다면, 공공의 재산인 세금을 가지고 하는 사업은 더욱 민감해야 한다.

세금을 내는 도민만 민감하고, 세금을 사용하는 이들은 민감하지 못한 까닭에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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