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을 위한 문화예술은 있을 수 없다”
“특정인을 위한 문화예술은 있을 수 없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7.16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17일 다룰 도의회 ‘제주아트플랫폼’ 문제를 보며

도민 세금을 출연금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약 없이 통과
문제 생기자 6월 13일 지방선거 끝난 다음날 곧바로 승인
제주아트플랫폼이 제주시 원도심에 들어설 예정이다. 미디어제주
도민 혈세 113억원이 투입된 제주아트플랫폼이 제주시 원도심에 들어설 예정이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인생의 종막을 향하고 있다. 끝이 가까워졌다는 말이다. 누구일까 고민하지 마시라. 우선 기자는 아니다. 그 유명한 노래인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 시작 부분이다. 정말 인생의 끝이면 어떻게 될까. 화려함을 원할까? 그러진 않다. 수많은 고민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생의 끝은 화려함보다는 단순한 아름다움이 크다. 고민도 가질 필요는 없다. 인간은 무엇 때문에 살아왔을까라는 고민 정도면 된다. 왜냐고 묻는다면 인생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또다른 노래를 불러본다. 해바라기의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불러보자. 노래는 이렇다. 혼자가 아닌, 그대와 간다면 험하고 먼 길이라도 좋다고 노랫말은 시작한다. 그렇지,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두 노래는 서로 다르다. 가수가 다르니 음량도 다르다. 느낌이 다른 건 물론이다. 노랫말도 다르다. 그런데 다른 노랫말에 뭔가 같음이 풍긴다. 사람이 살아가는 느낌이 같다고나 할까. 하나는 죽음을 바라보는 ‘나’를 노래하고, 다른 하나는 ‘나’와 함께 갈 ‘너’를 찾는다지만 모두가 말하는 건 인생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내일(17일) 제주시 원도심에 세워질 ‘(가칭)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에 대해 한마디 꺼낸다고 하니 인생을 살짝 들여다봤다. 노랫말을 다시 정리하자면 교만하지 말고, 늘 함께해보자는 것이다.

제주아트플랫폼은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사업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추진하는 이 사업은 건물매입에 100억원, 실시설계와 세금을 포함하면 113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 돈은 어디에서 왔을까. 도민들이 낸 세금에서 나왔다. 문제는 보조금이 아니라, 출연금이다. 보조금이었으면 113억원을 쓸 엄두가 났을지 의문이다. 대신 출연금은 해당 기관이 쓰든 말든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왜 문제가 될까. 도민들이 낸 세금이기 때문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그런다. 공연연습공간이 부족해서 건물을 사들인다고. 현재 쓰고 있는 재단건물도 낡고 좁아서 그렇다고. 출연기금을 씀으로써 부동산을 가지고 있게 되니, 돈을 쓰는 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다 틀렸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제주의 문화와 예술을 위해서 일을 한다고 한다면 공연연습공간이 부족해서라고 말을 꺼내면 큰일 난다. 예술공간을 가지지 못한 곳은 수없이 널려 있다. 재단이 낡고 좁아서 건물을 사서 옮긴다는 말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재단을 옮겨서 널찍이 쓰라고 도민들이 세금을 아껴서 줬던가. 길가는 도민에게 물어보라. 욕먹는다. 어쨌든 아트플랫폼을 구상하는 논리가 맞질 않는다.

제주아트플랫폼과 관련된 문제 제기가 본격화된 건 올해 5월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주민설명회가 열린 5월 15일이다. 이틀 뒤에는 이사회를 열고 부동산 매입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하지만 웬걸? 한달 동안 잠잠했다. 제주도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소식이 없다. 함흥차사였다. 사람들은 궁금했다. 왜 제주도의 승인이 없을까라는 궁금증이다. 그런데 웃긴 일이 발생했다. 6월 13일 선거가 끝난 다음날 제주도의 승인이 떨어졌다.

이 과정을 보면 제주아트플랫폼은 정직과는 거리가 멀다. 거리낌이 없고, 진정 예술인을 위한 것이라면 눈치 볼 게 뭐 있나. 다음 지사가 누구인가와 관계없이 일을 하는 게 정답일텐데, 재단 이사회를 마치고, 한 달 뒤인 지방선거 다음날에 승인이 떨어진 걸 뭘로 설명해야 하나. 그야말로 “제주아트플랫폼은 정치적 산물이다”고 털어놓은 셈이다.

다들 도시재생을 말한다. 제주아트플랫폼이 들어서면 도시재생이 완결될 것으로 설명한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도시재생은 주민 생각이 우선이다. 주민들의 삶이 또한 우선이다. 주민들이 싫어하는 시설이 들어서고, 주민들과 생각이 다른 행사가 열리는 건 도시재생과 관련이 전혀 없다. 솔직히 말하면 제주아트플랫폼은 도민의 혈세로 부동산을 사들인 것 아닌가.

제주도의회가 17일 제주아트플랫폼 조성 사업에 대해 제주문화예술재단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고 한다. 어떤 논의가 있고,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다. 바랄 게 있다면 출연금은 해당 기관이 마음대로 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도민들에게 인지를 해줬으면 한다. 내가 낸 세금이니까.

그리고 우리, 욕심 버리며 살자. 문화를 즐긴다는 이들이 문화 독재로 치달아서 되겠는가. 예술은 몇몇 사람만 하는 건 아니다. 요즘은 일반인도 예술을 즐길 줄 안다. 제주도 60만명 모두가 예술인이어야 하는데,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을 바라보면 예술은 그야말로 특정인이나 즐기는 산물에 불과하다. <마이웨이>의 가사를 빌린다면 “손에 넣은 것이 무슨 소용이 되나. 자기의 분수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행복은 뭐라고 했나.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은 함께 가는 것이라 했다. 문화예술은 몇몇이 향유하고, 몇몇이 즐기고, 몇몇이 손에 쥐는 게 아니다. 제주도민 모두 함께여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