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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활성화, 도시재생에서 탐욕은 없어야 한다”
“원도심 활성화, 도시재생에서 탐욕은 없어야 한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10.17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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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진흥회, <원도심 활성화 위한 가을포럼> 개최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로 원도심 활성화 꿈꾼다”
지난 10월 16일, <원도심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가을포럼>이 열렸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많은 이들이 ‘도시재생’을 말한다. 이는 전국적인 추세다. 도시재생을 꿈꾸는 도시재생지원센터도 지역 곳곳에 생겼다.

문재인 정부도 도시재생을 강조한다.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내걸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란, 대규모 철거 없이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등 각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난 8월 31일, 국토교통부는 “2018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진행할 99곳에 총 7조9111억원(민간, 지방비, 공공기관 투자, 민간투자 등)을 투입할 것”을 밝혔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엄청난 돈을 투입하면서까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니, 그만큼 중요한 사업일 테다.

그런데 정작 도시재생 잘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길거리에 나가 시민들에게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묻더라도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도시재생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창출함으로, 쇠퇴한 도시를 새롭게 부흥시키는 도시사업."

낡은 도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는 ‘도시재생’의 이론은 알겠다. 그런데 도시재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본다면 다시 난관에 부딪힌다.

오래된 건물을 허물지 않고, 유지하게 시키는 것만이 도시재생일까? 아니다.

쇠퇴한 도시의 건물을 허물고 최신식 멋진 건물을 세우는 것이 도시재생일까? 아니다.

그래서 도시재생을 좀더 알아보기 위한 토론회가 제주관광진흥회(이사장 홍성광)의 주관으로 지난 10월 16일 열렸다. 

무엇이 도시재생의 올바른 길인가 고민해보며, 제주시 원도심의 활성화를 함께 논의해보고, 토론하는 자리.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탐라문화광장, 텅 빈 상가 거리로 쇠퇴한 원도심 지역에 새 가치를 부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다.

먼저, 발제자로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이 프랑스 파리와 마르세유의 사례를 들며 도시재생이 나아가야 할 길을 쉽게 풀이했다.

 

김형훈 국장 “도시재생은 최소 30년 계획으로 진행해야”

김 국장은 도시재생은 최소한 30년 이상 바라보고,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도시재생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건축가”라면서도 제주에 도시재생을 말하는 건축가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제대로 된 도시재생을 이뤄내려면 제주의 건축가들이 앞장서서 방법을 제시해야 하고, 행정은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아래 세 가지 사실을 강조했다.

<프랑스 파리, 마르세유 도시재생의 특징>

1. 새로 만들더라도 옛것을 함부로 건들지 않는다.

2. 원래 있던 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롭게 존재해야 한다.

3. 건축물이 가진 역사성의 가치를 존중한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이 프랑스의 도시재생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이 프랑스의 도시재생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김 국장은 “현재 파리의 모습은 19세기 때 그대로다. 어떻게 오랜 시간 동안 기존 건축물을 유지하며 세월의 변화와 함께할 수 있었을까”라면서 이는 프랑스가 ‘기억’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 파리에는 많다. 로댕의 작품이 있는 오래된 공연장을 허물지 않고, 공연장을 감싸는 새 건물을 지어 이를 보존한 파데재단박물관, 건물 유지를 위해 지지 구조와 파이프를 건물 바깥으로 드러내 파격적인 디자인의 건물을 완성시킨 퐁피두 센터 등이 그렇다.

기존의 건축물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건축물과의 조화를 이뤄낸 프랑스 사례를 밝히며 김 국장은 이렇게 정리했다.

“탐욕을 부리지 말자. 생각해보면 우리가 죽어서 살 땅은 얼마 되지 않는다.”

탐욕 때문에 무너진 제주의 소중한 건축물이 더이상 늘지 않기를 바라는 그의 진심이다.

 

고영림 회장 "원도심 아트플랫폼, 시민회관으로 가능하다”
양인택 사무처장 “실적을 위한 도시재생교육은 지양해야”
장용철 회장 “탐라문화광장 활성화, 아이들과 함께하자”

이어 원도심의 도시재생에 집중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토론자로 나선 것은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고영림 회장, 탐라문화광장협의회 장용철 회장이다. 좌장은 제주관광진흥회 양인택 사무처장이 맡았다.

고영림 회장은 프랑스 언어학 박사로, 파리뿐 아니라 유럽 이곳저곳을 누비며 도시재생 현장을 알아왔다.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고영림 회장이 도시재생의 유럽 사례를 설명 중이다.

고 회장은 “우리는 외국의 옛것을 보러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왜 우리의 옛것은 지키지 못하고 있나”라면서 “유럽 대부분 나라에서는 오래된 것을 버리지 않는다”는 점을 조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추진 중인 한짓골아트플랫폼 사업을 거론했다.

고 회장은 “한짓골 사업을 굳이 하고 싶다면, 100억원 건물을 사지 말고 시민회관을 사용하면 된다. 시민회관은 철골트러스 지붕으로 전국에서 유일한 공법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고 회장은 “이는 시민회관도 보존하고, 지역민들이 예술인들과 소통하며 자랑스러운 제주의 관광 명소로 거듭나게 할 좋은 기회”라면서 시민회관을 아트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양인택 사무처장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사업(한짓골 사업)에 대한 의견을 이어갔다.

제주관광진흥회 양인택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그는 “재밋섬 건물은 매입해도 주차난만 심각하지 아트플랫폼화 할 게 없다”라면서 “제주도에서 계속 매입을 추진하는데, 그보단 시민회관이 낫다. 도민들의 추억이 많은 곳에 아트플랫폼을 만들면 좋지 않겠나”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도시재생센터에서 이뤄지는 교육 문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양 사무처장은 “도시재생센터 교육은 현재 실적 채우기에 급급하다”라면서 “위에서 내려온 방침대로 하다 보니 기본적인 용어 사용에서도 혼동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장용철 회장이 탐라문화광장 활성화 문제를 화두로 삼았다.

장 회장은 “광장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제대로 된 시설 활용이 필요하다”면서 “어린이와 함께 가족 모두가 뛰놀 수 있는 광장이 되어야 한다. 탐라문화광장 인근에 있는 산지천 갤러리도 어린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외에도 그는 탐라문화광장에 광역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도록 하는 방안, 주취자와 불법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원도심 활성화는 도시재생과 함께 가야 한다는 의견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김 국장의 말처럼 오랫동안 지역민과 함께해 온 도시의 문제는 한순간에 해결할 수 없고, 그렇게 해결하려 해서도 안 된다. 천천히, 장기적인 계획으로 지역민을 위하는 방안을 모두가 도민, 행정 모두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기에, 탐욕에 눈이 먼 이들이 도시재생에 마구 뛰어드는 현실이다.

그래서 도민이 나서야 한다. 도민 모두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본다면, 쓸데없는 사업에 세금을 헛되이 낭비하는 일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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