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밋섬 건물 매입 '적극 추진' 지시한 도지사, 책임 없나?"
"재밋섬 건물 매입 '적극 추진' 지시한 도지사, 책임 없나?"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11.27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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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매계약, 새로운 문제 <3>

-박경훈 전 이사장과 도지사, "한짓골 사업 관련 독대 자리 자주 가졌다"
-재밋섬 건물 매입에 "적극 추진" 지시한 원희룡 지사는 책임 없을까?
-도지사 보고 당시 "재단이 추진하는 사업에 도청 공무원이 나선 이유는?"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재밋섬 건물 매입에 "적극 추진" 지시한 원희룡 지사, 책임 없나?

이번에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이 재밋섬 건물을 계약하기 전, 도지사에게 사업 내용을 보고했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해보겠다.

재단은 지난 3월 14일,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계획(안)을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기자는 재단 측에 ‘당시 도지사에게 보고했던 문서 전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재단 측은 11쪽짜리 서류를 하나를 보내왔다. 지금부터 이 문서를 A문서라고 칭하겠다.

A문서의 보고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5월 15일 주민설명회 당시 박경훈 전 이사장이 밝힌 사업 내용과 거의 모든 부분이 일치한다. A문서와 주민설명회 당시 계획서를 비교한 아래 이미지를 참고하자.

(좌)3월 14일 도지사 보고 문서 / (우)5월 15일 주민설명회 당시 문서

그런데 A문서에 이상한 점이 있다.

A문서에 ‘도지사 보고 후 사업 추진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래 이미지에 밑줄 친 내용이 해당 부분이다.

도지사 보고 문서 내용 중 일부.
어째서인지 '도지사에 보고, 추진지시 받음'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앞서 말했듯 A문서는 원희룡 지사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서다. 즉, 도지사 보고가 있었던 3월 14일 전에 작성된 문서라는 뜻이다.

문서가 작성된 당시엔 아직 진행되지 않았을 ‘도지사 보고’라는 내용이 도지사 보고를 위한 계획안에 포함된 이유는 무엇일까?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에서 “박경훈 전 이사장이 도지사와 독대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박 전 이사장이 이사장에 취임하기 전인 2010년부터 아트플랫폼 공간을 찾아왔고,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박 전 이사장은 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과 함께 재밋섬 건물 매입 내용을 원 지사와 꾸준히 논의해왔다. 공식 보고가 있었던 3월 14일 전에 이미 도지사는 사업을 추진해도 좋다는 의사를 밝혔고, 따라서 A문서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뜻이다.

재단 관계자는 “박 전 이사장이 원 지사에게 지속해서 재밋섬 건물에 대해 말했다”면서 원 지사의 의견은 “적극 추진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재단 측의 말이 사실이라면 원 지사는 이미 한짓골 사업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재단 측이 원 지사에게 보고한 문서에는 건물가 약 110억원, 리모델링비 약 70억원, 세금 약 3억원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지사 보고 문서 내용 중 일부. 재밋섬 건물 매입 및 리모델링비 등 예산에 대한 계획이 상세히 나와있다.

그럼에도 원 지사에게 책임을 묻는 이는 아무도 없다.

재밋섬 건물 매매계약이 체결되며 세출예산서를 전결 처리한 국장, '뒷북 감사'를 감행한 감사위원회, 사업에 앞장선 박경훈 전 이사장 등에 책임을 묻는 이들은 많다. 그런데 애초에 사업을 구두 승인했다는 원 지사의 책임이 '없다'고 그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만약 재단 측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 원 지사가 사업 내용을 잘 모른 채 승인했더라도 문제는 있다. 재단 측은 분명 상세 계획안을 원 지사에게 제출했고, 원 지사가 이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가 다가오던 당시, 살펴야 할 도정 일들로 바빴을 시점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세금 173억원을 사용하겠다는 거대한 사업 내용인데, 도지사가 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승인했다면, 도민은 이를 납득할 수 없을 것 같다.

 

도지사 보고 당시 "재단 사업에 도청 공무원이 나선 이유는?"

도지사 보고 당시와 관련된 문제는 또 있다.

재단 관계자는 3월 14일 원 도지사에게 보고한 이들은 박경훈 전 이사장과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 소속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도지사 보고에 참석했던 제주도청 소속 모 주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박경훈 전 이사장, 도 국장 및 주무관이 함께 배석한 자리에서 도지사에게 A문서 내용을 보고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사업 추진을 위해서 재단은 100억원의 재단 육성기금에 대한 사용 가부를 제주도에 승인받아야 한다. 이것이 재단이 제주도와 협의한 까닭일 것이다.

하지만 3월 14일이라면 아직 공론화 과정(주민설명회)도 진행되지 않았고, 이사회 회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다. 그런 시점에 이뤄진 도지사 보고 자리에 도 소속 공무원이 배석해 사업 설명을 진행한 이유는 ‘한짓골 사업을 추진하려는 제주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이를 증명하듯 제주도는 꾸준히 한짓골 사업 추진 의지를 드러내 왔고, 문제가 심각해진 지금은 ‘감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비난 여론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계약금 1원, 계약해지위약금 20억원 ▲재단 육성기금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면서, 속전속결 처리한 점 ▲113억 기금 사용을 도 국장이 전결한 점 등은 이미 수차례 '행정의 허점'으로 지적된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제주도와 재단은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를 따르겠다"면서도 건물 리모델링비에 대한 60억 도비 출연 동의안을 제출하는 등 사업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해당 출연 동의안은 제주도의회에서 부결됐다.

'민의'를 대변하는 도의회 역시 한짓골 사업의 문제를 인식하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셈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제 제주도가 '기다리고 있는' 제주도감사위원회의 감사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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