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의 눈과 귀 막은 채,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까"
"도민의 눈과 귀 막은 채,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6.11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플랫폼 사업과 의혹들] 1. 모두가 소통을 말하고, 말하지 않는다.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의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이하 ‘아트플랫폼 사업’)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난 2018년 5월 15일, 주민설명회 이후로 말이다.

계약금 2원, 계약해지 위약금 20억원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토지 및 건물매매계약을 담은 이 사업은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수많은 지적 사항, 그리고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에 따라 ‘사업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재단 측이 구성한 타당성 검토위원회 위원들의 반수 이상이 사업에 ‘찬성’ 성명을 발표한 단체 소속 인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재단의 ‘셀프 타당성 검토’가 아닐지 의심되는 상황.

이에 <미디어제주>에서는 2년여간 이어진 지난 취재 내용을 짚어보며,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아트플랫폼 사업, 정말 필요한 것이 맞나?”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들어가기에 앞서, 아트플랫폼 사업이란?

아트플랫폼 사업은 당초 '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이라는 가칭으로 제주문화예술재단에 의해 추진되어왔다. 삼도이동에 위치한 재밋섬 건물을 100억원에 매입, 60억원 이상 리모델링비를 투입해 공공 공연연습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18년 2월 구체적인 첫 논의가 이뤄졌고, 2018년 6월 18일 재밋섬 부동산(건물과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계약금은 2원, 계약해지 시 위약금은 20억원이다.

좀더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다면, 아래 기사를 참고하자.

2019.1.3 기사 <한짓골 사업 감사 발표 전 되짚어보자 "주요한 말, 말, 말!">

2019.1.9 기사 <“제주문화예술재단 한짓골 사업, 시작부터 문제투성이”>

 


1. 아트플랫폼 사업 타당성 검토 과정(회의록), "도민은 알 수 없다"

현재 아트플랫폼 사업은 잠정 중단된 상태.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과정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회의는 총 5차례가 열렸는데, 주민간담회를 앞두고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져 타당성 검토 과정도 무기한 연장됐다.

재단 측에 따르면, 주민간담회는 총 2차례 진행할 예정으로, 이후 타당성 검토위원회의 최종 회의를 거쳐 타당성 평가가 완료된다.

타당성 검토가 진행 중이고, 이들이 사업에 '타당성'을 부여한다면. 그동안의 실수 또는 잘못에 면죄부가 부여되는 걸까.

아니다. 진정 이 사업이 타당성을 얻으려면 도민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재단은 타당성 검토 과정, 즉 회의록을 모두 비공개로 하고 있다. 이유는 위원들의 요청 때문이란다. 그들의 발언에 대한 공개가 이들의 공정한 심사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총 5차례 열린 회의 동안, 도민은 사안을 전혀 들여다볼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 사업의 타당성이 논의되는가 또한 알 수 없다.

박 전 이사장이 간과한 도민 공감대 형성과 위험부담이 큰 계약 내용, 사업의 타당성과 같은 문제가 혹여 모조리 무시된 채 사업이 강행되더라도, 도민은 일방적으로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타당성 검토위원회 인물 중, 반수 이상이 사업에 찬성 성명을 발표했던 단체 소속 인물이다. 관련 내용은 아래 이미지를 참고하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이 꾸린 '제주아트플랫폼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들의 소속 단체명을 모아봤다. (제주여민회 경우 현재가 아닌, 전 관계자를 위원으로 발족)<br>13명 중 6명이 '재밋섬 건물 매입 찬성'의사를 밝힌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br>반면, 재밋섬 건물 매입 '반대' 의사를 밝힌 단체는 제주경실련 뿐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꾸린 '제주아트플랫폼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들의 소속 단체명을 모아봤다. (제주여민회 경우 현재가 아닌, 전 관계자를 위원으로 발족)
13명 중 제주경실련 소속 위원은 사업을 반대하며, 위원직을 사퇴하고 나왔다.
이에 총 12명 중 7명이 '재밋섬 건물 매입 찬성'의사를 밝힌 단체에 소속된 상황이다.
위 자료는 2019년 11월 기준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재단은 위원회 구성원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힌다. 

이처럼 셀프 타당성 검토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발언이 담긴 회의록마저 비공개한다면? 도민은 과연 타당성 검토위원회의 결정을 믿고 수긍할 수 있을까.

 

 


2. ‘소통’ 강조한 원희룡 지사, 현실은?

새로 취임한 제10대 이승택 재단 이사장은 지난 10일 언론과의 간담회를 통해 4개 키워드를 강조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현장 중심, 생활 문화, 기획, 소통. 총 4개 키워드를 갖고 재단을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소통’이다.

많은 책임자들이 ‘소통’을 강조한다. 원희룡 지사는 취임 당시 “소통에 힘쓰겠습니다”라며, 도민의 소리를 듣겠노라 말하기도 했다.

그의 취임사 중 세 번째 항목(약속)을 보면, 이런 말이 등장한다.

“셋째, 소통에 힘쓰겠습니다.

도민의 소리를 많이 듣겠습니다.

각계각층 도민의 실상과 의견을 충분히 주고받을 수 있도록 형식을 가리지 않고 실질적 소통에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공직자들도 서류와 칸막이를 벗어나 도민의 실생활과 민심의 소리 속에서 업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할 때도 소통 과정을 충분히 거치도록 하겠습니다.”

원희룡 지사 취임사 中 발췌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취임사 중 일부 내용 갈무리.

취임사에서 ‘소통’하겠노라 약속했건만, 원 지사의 인사 결정 과정은 '불통'의 연속이다. 최근 논란이 된 서귀포시장 인사와 관련해서도 그렇고, 제10대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선임 건에 대해서도 그렇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이사장 공모 절차는 이렇다. 재단의 임원추천위원회가 이사장 후보들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 최종 후보 명단을 원 지사에게 제출한다. 원 지사가 최종 후보 중 한 명을 이사장으로 선임하면, 인사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번 이승택 재단 이사장은 유례없이 독특한 과정을 거쳐 선출됐다. 무슨 말이냐면, 임원추천위원회가 선정한 최종 후보 2명을 원 지사가 모두 반려하며, 재단 역사상 처음으로 ‘이사장 재공모’ 절차가 이뤄진 것이다.

원 지사는 왜 2명의 최종 후보를 모두 반려했을까. 이에 대해 “원 지사가 자신의 측근을 앉히려고, 최종 후보를 반려했다”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기자가 내세우는 의혹이 아닌, 제주민예총과 제주주민자치연대가 성명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기자 또한 "당시 이사장 후보자들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라는 관련자 증언을 들은 바 있어, 궁금증은 더 커졌다. (이사장 후보자 명단은 비공개가 원칙이라, 물증이 없어 이 내용을 기사화하지는 않았다.)

이에 <미디어제주>는 원 지사에게 직접 답변을 듣고자 비서실을 통해 인터뷰를 문의했으나, 관련된 답변은 주무부서를 통해 듣는 것이 원칙이라는 답을 얻었다.

그리고 주무부서인 문화체육대외협력국 문화정책과는 재공모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재공모 결정의 이유라고 밝혔다. 또 그는 “평가에 대한 부분은 알 수도 없고”라며, 이사장 후보자들에 대한 최종 평가는 원 지사만 알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덧붙였다.

이사장 재공모의 이유가 주무부서에도 공유되지 않는 것이 맞나 재차 물으니 그는 “(후보자들의)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여기까지는 공유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무부서의 담당자도 ‘재단 이사장 재공모 사유’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재단 측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재공모 사유를 도민은 알 수 없고, 문제나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제주도시사의 결정에 그저 따라야 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소통’이라 부를 수 있을까.

도민 혈세를 집행할 기관장에 대한 인사라면, 응당 도민은 그 절차와 내용을 상세히 알 권리를 가진다 생각했는데. 기자만의 착각인가보다.

 

 


3.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불통'이 논란을 낳았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추진중인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해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회의에서 의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진은 최근 메가박스 제주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때 모습.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2018년 5월 5일 예술공간 이아에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평일 낮에 열린 탓에 참석한 주민은 10명 안팍이었고, 재단 관계자나 재밋섬 건물 관계자가 자리를 지켰다.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소통이 부족한 것은 원 지사 뿐만이 아니다. 재단도 ‘불통’하고 있다.

재단의 ‘불통’에 대한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아트플랫폼 사업에 대한 것만 다루도록 하겠다.

먼저 아트플랫폼 사업의 기획 과정을 도민들은 몰랐다. 심지어 예술가들도 잘 몰랐다. 세금 100억원을 들여 삼도이동 소재 재밋섬 건물(토지 포함)을 매입하고, 60억원 이상 리모델링비를 들여 공공 공연연습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도민 입장에서 보면 어느 날 뚝 떨어진 사업과도 같았다.

사업은 2018년 5월 15일 평일(수요일) 오후 세 시에 열린 한 차례 주민설명회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때부터 소란이 시작됐다.

상식적이지 않은 건물 계약 내용, 부동산 소유권을 가진 신탁회사(은행)이 아닌 수탁자(재밋섬파크)와 거래를 한 점 등 각종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재단 측이 급하게, 또 허술하게 일처리를 한 까닭도 있지만, 재단의 '불통'도 논란 점화에 한 몫을 했다.

2018년 당시 기억을 소환하자면, 재단은 도민과의 소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거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정확한 자료(신탁원부 등)를 근거로 제기된 의혹(신탁된 건물을 매입하며, 신탁자(은행)와의 협의가 공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조차 방관했으니까.

즉, 제기되는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명이 명쾌히 이뤄지지 않으니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재단은 시민단체의 성명, 언론과 도의회의 지적에도 꿈쩍하지 않다가, 감사위원회의 주문이 떨어진 다음에야 사업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겠노라 결정했다. 그마저도 사업에 찬성 측 위원을 과반 이상 발족했기 때문에 '셀프 타당성 검토'가 의심된다.

불통에 따른 희생양은 늘 도민이고, 아까운 혈세다.

애초에 아트플랫폼 사업에 대한 구상 단계부터 적극적인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면, 적어도 주민설명회 때 제기된 문제들을 고심해 대화의 자리를 더 다양하게 마련했더라면. 지금같은 에너지 소비와 행정력 낭비는 없었을 것이다.

지난 6월 10일 제주문화예술재단 제10대 이승택 이사장이 언론과의 간담회 자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편, 앞서 언급했듯 제10대 이승택 신임 이사장도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제9대 고경대 이사장도 '소통'을 강조했다. 모두가 '소통'을 말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승택 이사장은 지난 10일 간담회 자리에서 “그(소통의) 핵심에는 당연히 수혜자 중심의 소통. 일단 재단의 존재가치가 도민의 문화향유에 있기 때문에, 도민들과의 소통 채널을 다양하게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 전체의 문화예술인, 또는 기획자와 소통해 제주에서 다양한 판이 펼쳐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소통의 힘은 '투명한 공개'가 뒷받침되어야 발휘될 수 있다. 도민의 눈과 귀를 가린 채 말하는 소통은 '불통'과 다를 바 없다.

앞으로 이승택 이사장은 어떤 방식으로 도민과 소통하게 될까. 그가 원 지사의 선거캠프에 있었고, 원 지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제기된 '측근 인사 논란'이 앞으로 잠식될 지, 또다시 불거질 지는 그의 의지에 달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