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문화광장 문화 진흥 조례안..."세금낭비 허점 있어요"
탐라문화광장 문화 진흥 조례안..."세금낭비 허점 있어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11.15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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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태 의원 대표발의 '탐라문화광장 문화 진흥 조례안'…“허점 있어”

-탐라문화광장에서 열리는 문화행사, 전액 세금으로 지원할 수 있다?
-도지사가 만드는 주민협의체, 도민 전체 목소리 담아낼 수 있을까?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탐라문화광장 일대. 대부분은 공원 외 지역이어서 주취자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미디어제주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탐라문화광장 일대. 문화예술의 부흥지로 만들고자 한 당초 목적은 실패한 지 오래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시 시내에는 커다란 광장이 하나 있다. 바로 사업비 565억원을 들여 조성한 탐라문화광장이다. 사실 이곳은 이름만 ‘광장’이지 실상은 사람이 찾지 않아 텅 빈 곳이다.

제주도는 지난 6일, 탐라문화광장에서의 음주를 금주하며 경찰과 함께 부단히 단속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어둡고, 불법 성매매가 성행하는 인근 골목 탓에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을 찾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일도1동·이도1동·건입동)은 ‘제주특별자치도 탐라문화광장 문화 진흥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사에서는 편의상 ‘조례안’으로 지칭하도록 하겠다.

문종태 의원을 포함한 16명의 의원은 조례안을 발의한 사유로 ‘탐라문화광장에 대한 역사적 콘텐츠를 발굴해 문화 진흥 방안을 마련하고, 광장과 공원시설의 문화적 활용을 극대화해 상권 활성화를 주도하려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라고 밝힌다.

조례안의 골자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제4조(문화시설의 조성 및 설치) 탐라문화광장에 문화시설을 조성하고 설치할 수 있다.

▶제5조(위탁 운영) 필요 시 탐라문화광장에 조성된 문화시설 등을 비영리법인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

▶제7조(문화예술행사의 지원) 탐라문화광장에서 개최되는 문화예술행사의 비용 일부 또는 전부를 도지사 권한으로 지원할 수 있다.

▶제9조(탐라문화광장 주민협의체 구성 및 지원) 탐라문화광장의 문화 진흥을 위한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이들이 수행하는 사업 예산을 도지사가 지원할 수 있다.

▶제10조(해설사 배치) 도시사는 탐라문화광장의 탐방객을 위해 문화관광해설사를 배치할 수 있다.

법제처는 조례의 제정 목적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법령에서 공백이 있는 분야(예. 서울시 조례로 쓰레기 배출시간을 정하는 것), 혹은 법령이 규율하고는 있으나 그것과 목적을 달리하고 있는 분야(예.가축전염병예방법과는 다른 사육견관리조례의 제정)일 경우 조례 제정이 가능하다."

이를 보면 문 의원이 대표발의한 위 조례안은 현재 법령에 공백이 있거나, 법령의 규율과 목적을 달리하는 분야에 대한 개정을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이 조례안을 보고 ‘법령의 공백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들었다.

탐라문화광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막상 그 내용을 보면 허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허점이 있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허점1.

질 낮은 행사라도 탐라문화광장에서 진행된다면 전액 세금 지원이 가능할 수 있다.

 조례안의 제7조에는 문화예술행사의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아래 내용 참고)

제7조(문화예술행사의 지원)

① 도지사는 탐라문화광장에서 문화예술단체의 각종 공연ㆍ전시 및 문화예술제 등을 개최하도록 권장ㆍ지원할 수 있다.

② 도지사는 탐라문화광장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미디어제주>가 제주도 도시재생과에 문의한 결과, 도시재생과에서는 탐라문화광장에서 열릴 행사의 진행 가부만 판단할 뿐 예산 집행은 별도의 건이라고 했다.

즉, 탐라문화광장에서 열리는 행사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행사를 진행하는 단체가 직접 제주도에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례안이 통과된다면 행사의 질과는 관계없이, 탐라문화광장에서 진행된다는 이유 하나로 지원금 집행이 가능해진다.

물론, 조례안에서는 제8조로 ‘공공의 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광장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하지만 행사의 질이 낮다고 공공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행사 수준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것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므로, 지원금 집행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열린 의미 없는 축제들을 많이 봐왔다.

예를 들자면, 서귀포시가 지난 5월 개최한 ‘제1회 은갈치 축제’가 그렇다. 갈치의 제철이 아님에도 축제가 개최된 점이 의아해 <미디어제주>는 현장 취재에 나섰고, 그 결과 축제장에 ‘생물 갈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국 이 축제는 작년 갈치 풍년으로 저장된 냉동 갈치를 소비하기 위해 마련된 ‘냉동 은갈치 축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축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하는 축제로 세금이 들어가는 축제였다. 이외에도 보조금을 타기 위한 목적으로 제주 전역에서 크고 작은 축제가 여전히 열리고 있다.

이렇게 ‘눈먼 세금’이 우리가 모르는 새 의미 없는 축제에 투입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이 조례안은 보완이 필요하다. 행사의 질이나 취지, 목적과는 관계없이 ‘탐라문화광장에서 개최된다’는 장소성만 부합한다면 얼마가 들어갈 지 모르는 행사비 전액을 세금으로 지원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부득이 탐라문화광장에서의 문화예술행사를 지원하고 싶다면, 행사의 목적, 질, 타당성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행사 지원금을 받기 원하는 단체는 행사가 있는 달로부터 2달 전 말일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그리고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행사에 대안 지원금액, 단체, 내용 등을 100% 도민에게 공개함으로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허점2.

주민협의체는 '도지사'가 만드는 게 아니야

조례안에서는 제9조를 통해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제9조(탐라문화광장 주민협의체 구성 및 지원)

도지사는 탐라문화광장의 효율적인 문화 진흥ㆍ관리에 필요한 사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하여 탐라문화광장 주민협의체(이하 “주민협의체”라 한다)를 구성할 수 있다.

② 도지사는 탐라문화광장의 문화 진흥을 위하여 주민협의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문화예술 관련 주민협의체를 제주도가 지원했던 사례가 있다.

바로 2014년 10월, 김용범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작가의 산책길 및 문화예술시장 운영·관리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통해서다. 이 개정 조례안은 수정 가결되었는데, 문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과는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두 가지다.

차이점 첫째, 작가의 산책길 조례안에서는 사업 업종을 일정 범위로 한정하는 등 구체적인 규정을 통해 허점을 방지하고 있다.

작가의 산책길 개정 조례안에서는 "산책길과 문화예술시장의 효율적인 운영, 관리를 위한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해야 한다"면서 사업 시행 시, 꼭 포함되어야 하는 사항을 명시했다.

또한, 작가의 산책길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 관리를 위해 도지사 소속의 운영위원회를 둔다는 내용도 있다. 이때 운영위원회는 △서귀포시 부시장 △문화예술업무를 총괄하는 서귀포시 국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임명해야 한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운영위원회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전문 경험을 가진 위원도 위촉해야 하는 등 필수 사항이 존재한다.

이밖에도 작가의 산책길 조례안에는 운영위원회의 심의사항, 위원들의 수당 및 예산 집행 범위 등 상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탐라문화광장 조례안은 너무나 간결하다. 문화예술의 특성상 모든 범위를 포괄하기 위함일 수 있으나, 세금이 쓰이는 사업이므로 조례에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작가의 산책길 관련 조례만큼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차이점 둘째, 탐라문화광장 조례안은 주민협의체 구성을 '도지사' 권한으로 두는 반면, 작가의 산책길 조례안은 도지사 권한이 아니다.

탐라문화광장 조례안 제9조 1항을 보면 주민협의체를 구성하는 주체가 도지사로 되어있다.

하지만 주민협의체는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도에서 주민협의체를 만든다면, 주민협의체 사업 진행 방향에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 지원금이 도에서 나가니, 주민협의체는 도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만약 주민협의체가 만들어진다면, 독립적인 주민협의체가 되어야 좋다. 관이나 의회가 아니라 주민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탄생해야 한다. 그래야 재정 지원으로 인한 외부 압력에 시달리지 않고, 주민이 주체적으로 사업 방향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주민협의체에 지원하는 지원금에 대한 내용도 보다 상세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 조례를 악용하기 위한 사업가가 주민협의체에 가입해 지원금을 노린다면? 그는 제주도에서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보여주기식의 쓸데없는 문화사업을 남발할 수 있고, 조례에 근거하여 이를 제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주민협의체'라는 이름도 다소 아쉽다. 탐라문화광장은 도민 전체의 것이다. '주민협의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도의 지원금이 나가는 단체라면 주민협의체가 아닌, '도민협의체'가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탐라문화광장 활성화에 관심 있는 도민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말이다.

지난 행정사무감사 때, 의회에서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짚으며,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재밋섬 건물 리모델링 비용 출연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앞서 100억원의 재밋섬 건물 계약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조례와 제주도의 예산 전결규칙의 허점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또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 국회가 존재하고, 제주도에 의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하나다. 도민의 눈과 귀가 되어 각종 부정부패와 싸우기 위함이다.

탐라문화광장 활성화를 위한 조례안 발의로 의회가 열심인 것은 박수칠 일이다. 다만, 재밋섬 건물 계약과 같은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조례 제정에 한치의 허점도 허락하지 않는 의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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