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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문학이었다
11-25 15:24제주는 어디를 봐도 이미 문학적이었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과 달리 투명한 바다도, 심각한 고민도 별거 아니라는 듯 날려버리는 바람도, 어디에도 묶이지 않아 여기 저기 자유롭게 기웃거리는 강아지도, 화려하게 차려입은 관광객 옆을 무심히 지나는 몸빼 입은 시골 아낙도. 그것들의 빈틈에 나의 상상이 흘려들어 혼자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 몽상 속에서는 얄미운 사람을 골탕 먹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미스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혼자 모래성 놀이하듯 장난으로 만든 이야기에 혼자 키득거리다가, 흐뭇해하며 성을 쌓고 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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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주 미래 모빌리티, ‘백화점식 나열’ 아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11-25 09:58글 : 송규진 제주YMCA 사무총장예산은 곧 정책의 거울이다. 숫자로 표현된 예산안에는 도정의 철학과 우선순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제주특별자치도의 내년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도정이 바라보는 미래 모빌리티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탄소없는 섬(CFI)’을 표방하며 전기차 천국을 꿈꾸던 제주는 지금, 전기차와 수소차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듯하다.지난 24일 제주도의회 한권 의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내년도 제주도의 전기차 구입 보조금 예산은 충격적인 수준이다. 올해 1,019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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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가치에 눈 뜨는 마을의 변화 보호를 넘어 마을 발전의 기회로
11-24 17:24제주 성산읍 동부 해안의 작은 마을 오조리는 2023년 연안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새로운 변화를 경험해 왔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민들의 생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단순한 생활 공간으로 여겨지던 바다가 이제는 마을의 자산이자 후손에게 물려줄 생태 유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민들은 “평생 보아온 바다가 달라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생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넓어졌다.실제로 지정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이 확대됐다. 청소년 대상 연안 생태 체험, 주민해설사 교육, 해양 환경 관찰 활동 등 주민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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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시작> 수업 후기
11-21 14:13나는 모태 스포츠팬이다.어렸을 때 우리 집은 가난해서 TV가 없었다. 아버지께선 늘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축구중계를 들으셨다.어느 날부터인가 어린 나도 이불을 움켜쥐고 찌지직거리는 잡음 너머로 들려오는 축구중계를 듣고 있었다. 4-1로 경기가 끝나기 직전, 차범근 선수가 5분에 세 골을 넣어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내던 순간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스포츠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빚을 다 갚으신 아버지께선 TV를 사셨다. 라디오 중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다양한 세계가 펼쳐졌다. 매우 어려운 룰을 가진 스포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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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 맛있는 책읽기, 작은 미용실에서 피어난 큰 무지개
11-20 12:031. 누군가에게 건네는 용기 ‘온가족 맛있는 책읽기’2.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낸 책 읽기의 감염력3. 책이 잇는 마음, 삶이 달라지는 순간4. 작은 미용실에서 피어난 큰 무지개5. 온가족 맛있는 책읽기, 삶을 밝히는 등불함께 책을 읽는 순간, 세상은 한결 따뜻해진다. 책은 나이의 벽을 허물고 삶의 곁에 머무는 벗이 된다. 그림책 한 권은 아이와 아이, 아이와 엄마, 때로는 아이와 할머니를 잇는 다리가 되어 오래된 기억을 불러내는 대화의 씨앗이 된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림책에 마음을 기대어 스며드는 이들이 있다. 그 만남의 자리,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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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이 증언한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근거가 흔들리는 이유
11-20 11:41[미디어제주 = 김은애 기자] 지표에서는 막혔지만, 지하에서는 이미 흐르고 있다. 제주의 물은 언제나 땅 아래의 속살을 스치며 지나간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땅도, 속에서는 아주 천천히 다른 방향으로 변해갈 수 있다.제주의 물 이야기를 하려면, 결국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논쟁을 해야만 한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쉽게 간과되는 물의 흐름 말이다.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그 동네엔 오염원이 없다는데, 그럼 문제없지 않나?”표면만 보면 맞는 말이다. 보호구역 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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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은인, 문상길 중위를 찾아 안동 까치 구멍집으로!
11-19 14:01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예수살이공동체 주관으로 11월14일부터 16일까지 “안동평화순례”가 있었다. 참가자 15명은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안동을 순례하며 평화에 대해 고민했다. 그 일정 중에 문상길 중위 생가 방문이 있었다.1948년 9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처음으로 사형이 집행됐다.같은 해 4월 3일 단선단정에 반대하는 봉기가 있었고 평화로운 해결을 보려던 이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새로 취임한 연대장 박진경은 30만 제주도민을 모두 죽여도 좋다고 강경 진압을 예고했고 이에 항명한 부하들이 상사를 암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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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잠자는 ‘지원 조례’를 깨워라: 제주 작은도서관의 슬픈 자화상
11-19 13:47제주의 동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심심찮게 ‘작은도서관’이라는 간판을 마주하게 된다. 아파트 단지 한 귀퉁이에도, 마을 어귀 상가 건물에도 들어선 이 공간들은 겉보기에 제주의 일상 깊숙이 문화가 스며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제주도 내 작은도서관은 148곳에 달한다. 인구 대비로는 전국 최고 수준의 양적 인프라다.그러나 골목의 풍경 뒤에 가려진 속사정은 사뭇 다르다. 간판은 걸려 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는 곳이 부지기수다. 법은 현실을 반영하고 행정은 법을 근거로 집행된다는데, 제주의 도서관 행정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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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망양보뢰(亡羊補牢), 궤도 수정한 제주 BRT의 현명한 '멈춤’
11-18 10:28글 : 송규진 제주YMCA사무총장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논란이 끊이지 않던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의 문제점을 공식 석상에서 인정했다. 사전에 면밀한 준비와 도민 공감대 없이 성급하게 추진됐다는 세간의 비판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오 지사는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을 놓쳤다"며 "부족했던 부분은 도민들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핵심 쟁점이었던 교통 혼잡과 인프라 미비(양문형 버스 미확보)를 이유로 BRT 확대 계획 보류를 선언했다.늦었지만 지극히 다행스럽고, 올바른 판단이다. 행정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은 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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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꿈쟁이작은도서관, 제13회 책 읽는 마을 축제 개최 안내
11-14 22:06중앙꿈쟁이작은도서관(관장 이신선)은 서귀포시민들을 위한 책 읽는 마을 축제를 11월 21일부터 22일까지 개최한다. 제13회 책 읽는 마을 축제는 중앙동주민자치위원회 주최로 서귀포시민 2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21일 오후 5시에 개회식, 노수미 작가 초청 작가와의 만남, 22일 오후 4시에는 꿈쟁이 칼림바 발표회가 진행된다.작가와의 만남 시즌 20에는 노수미 작가의 업사이클링 환경도서 ‘냉장고가 사라졌다’를 주제로 한 강연과 인형극 세트 제작 독후활동이 진행된다. 축제 양일에 걸쳐 반려식물 초록이, 아로마 향기 블랜딩, 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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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귀포YWCA '2025 여성안심 비상벨 지원사업' 선정회의 진행
11-14 22:05(사)서귀포YWCA(회장 김정미)는 제주도내 여성 1인 사업장의 안전과 범죄예방을 위해 '2025 여성안심 비상벨 지원사업' 1차 선정회의를 11월12일(수) 오후 2시에 서귀포YWCA회관에서 진행했다.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으로 도내 1인 여성사업장을 모집했으며, 선정위원회는 현장확인서 및 서류심사를 통해 신청한 1인 여성사업장 중 20개소를 선정했다.선정된 사업장에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CCTV와 긴급상황시 출동 가능한 비상벨을 지원할 예정이다. 참여를 원하는 사업장은 (사)서귀포YWCA홈페이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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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다음날,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 대신
11-14 09:04[미디어제주 = 김은애 기자]수능을 치른 다음날, 검색창은 늘 같은 단어들로 빼곡하다.“올해 킬러 문항 총정리”, “최난이도 문제 분석”, “과목별 난이도”, “재수 고민 증가 전망”…점수표가 나오기도 전에 세상은 이미 서열을 그린다. 난이도 표를 만들고, 아이들의 마음 위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는다.그 소란을 바라보면 언제나 같은 생각이 든다.우리가 오늘 반드시 환기해야 할 이야기는, 정작 저 검색어들 속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오래전의 내가 떠오른다.“시험에 나올 것만 외운다”고 말하던 학생.스스로 요령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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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소년 무료 버스', 교통복지의 성공 모델이 되기를 바라며!
11-10 13:28글 : 송규진 제주YMCA사무총장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청소년 대중교통 무료이용' 정책이 3개월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정책 시행 후 청소년들의 주말 대중교통 이용자가 전년 대비 26% 급증했다는 소식은, 이 정책이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 청소년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신호다. 이는 재정 투입의 효과를 넘어, 제주의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현명한 투자이자 전국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교통복지의 우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이번 제주연구원의 분석 결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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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두드림 따스한 햇살을 품은 최남단 해변 쇠소깍
11-06 15:09제주 남부에 위치한 서귀포는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환경 덕분에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광지로 사랑을 받아왔다. 높고도 단아한 한라산을 배경으로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다채로운 화산지형 절벽과 검은 현무암 기암들이 조간대를 형성하고 있어 빼어난 절경이 펼쳐져있다. ▪ 제주의 숨어있는 비경 쇠소깍서귀포 바닷가 중에서도 특별한 모습을 띤 곳이 있다. 하효마을 해안에서 내륙으로 약 300m에 걸쳐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 그늘에 숨어있는 신비로운 호수가 있으니 바로 쇠소깍 이다. 쇠소깍은 백록담에서 남동쪽으로 용암이 흘러 내려간 용암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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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윤리 구현의 핵심은 투철한 사명감!
11-05 10:08모든 직업군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내포되는 특성이 존재한다. 바로 윤리 구현이다. 직업군의 특성과 개인 성향 등의 조화를 이루면서 품위와 행동, 자세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졌을 때 직업 윤리 구현은 화려하게 싹 튼다. 단순히 일 잘하고, 탈랜트나 커리어 등이 출중하다고 평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아닌 직업 윤리 구현을 기본 베이스로 깔면서 부수적인 평가를 도모하는 방향은 직업군의 직업 윤리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직업 윤리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에 가깝다. 직업 윤리의 핵심이 하나 있다. 바로 투철한 사명감이다. 직업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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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꿈쟁이작은도서관, 성인 프로그램 – 민화 살롱 개강
11-04 17:0111월 4일 화요일 오후 1시 30분, 성인 7명을 대상으로 ‘민화 살롱’을 개강했다. 이 프로그램은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도를 활용해 모란 리스를 그려보며 민화의 방법을 배우게 된다. 민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며 채색법과 붓의 사용법 및 민화 그리기의 전체적인 순서와 민화 기법을 익혀본다.이신선 관장은 “민화 살롱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일상 속에서 민화를 즐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중앙꿈쟁이작은도서관은 화~금 오후 1시~7시, 주말 토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이용 (휴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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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제학교 기숙사 폐기 침구류의 ‘따뜻한’ 변신
11-04 12:50글 : 윤성원 미디어제주 청소년기자 (NLCS Jeju 12학년)버려지는 침구류를 재활용하는 뜻깊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박지후 학생과 함께 EWI(Earthwise Wardrobe Initiative) 동아리를 만들어서 버려지는 침구류를 재활용하게 되었습니다. 태풍 이재민을 위한 재사용 가능 토퍼 22개와 현금 113만 원을 제주적십자사에 기부(사진)하기도 했습니다.우리가 진행한 캠페인은 ‘Re-Bedding’으로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순환형 섬유 생태계 구축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매년 졸업생들이 퇴소하며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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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녹색소비자연대, 달라지는 농식품 정책 홍보 캠페인 운영
11-04 12:36제주녹색소비자연대(대표김정숙 )는 10월 31일 제주동문시장에서 2025년 제주특별자치도 농식품 스마트소비 사업의 일환으로 달라지는 농식품 정책 중 하나인 농수산물온라인도매시장 수산물 거래품목 확대에 대한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이날 캠페인은 제주도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농수산물온라인도매시장이란?, 농수산물온라인도매시장의 수산물거래 활성화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아 리플렛을 제작하고 기념품과 함께 배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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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관광통역안내사 양성’ 실무교육 프로그램 운영
11-04 11:06제주글로벌센터(센터장 오명찬)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강지언)에서 공모한 2025년 하반기 복지현안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11월 17일부터 28일까지 다문화가족 관광통역안내사 국가자격 취득과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관광법규, 관광학개론 2과목 30시간의 이론교육과 실무교육, 현장실습 및 면접시험과정 30시간을 통해 최종 평가에 합격한 경우 관광통역안내사 국가자격시험 4과목 중 관광법규와 관관학개론 2과목을 면제 받을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관광통역안내사 자격은 외국어시험·필기시험·면접시험을 통해 취득하게 되는데, 필기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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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솔숲을 바라보는 ‘무지’와 ‘무식’의 행정
11-04 04:56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 선정제주도 “소나무숲은 유산적 가치 없다”환경기자클럽상 받은 서녹사에 비수 꽂아[미디어제주 = 김형훈 기자] 글을 쓰는 일은 인간만의 행위다. 쓰는 일은 순전히 개인적인 기록도 있을 테고, 목적의식을 지닌 행위도 있다. 글을 업으로 삼는 이에게는 좀 더 다를 수도 있다. 특히 기자에게 글쓰기는 저널리스트로서 사명이 있어야 한다. 기자에게 그게 없을 때는 글쓰기를 버려야 한다. 을 쓴 헨미 요를 바라볼 때면 그 생각이 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귀에 들리는 것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