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세상] <65>

LA다저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노시노부
WS 3승 견인으로 팀 챔피언과 MVP 쟁취

모든 직업군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내포되는 특성이 존재한다. 바로 윤리 구현이다. 직업군의 특성과 개인 성향 등의 조화를 이루면서 품위와 행동, 자세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졌을 때 직업 윤리 구현은 화려하게 싹 튼다. 단순히 일 잘하고, 탈랜트나 커리어 등이 출중하다고 평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아닌 직업 윤리 구현을 기본 베이스로 깔면서 부수적인 평가를 도모하는 방향은 직업군의 직업 윤리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직업 윤리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에 가깝다. 직업 윤리의 핵심이 하나 있다. 바로 투철한 사명감이다. 직업군을 형성하면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발전적인 로드맵을 그려나갈 때 개인과 집단의 시너지는 더욱 배가된다. 스포츠는 투철한 사명감이 직업 윤리 구현의 핵심이다. 팀이라는 울타리 안에 몸 담으면서 팀 로얄티와 열정, 헌신 등의 종합적인 가미는 투철한 사명감의 본질을 한껏 드높인다. 그러면서 직업 윤리의 구현도 덩달아 껍질을 깬다. 미국프로야구(MLB) LA다저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7)의 월드시리즈 투혼은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 윤리 구현의 비례를 입증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직업군을 형성할 때 각자 직급에서 저마다 구상대로 흘러가는 상상을 머릿속에 그리는 이 세상 진리는 불변이다. 그도 그럴것이 인간의 본성 중 하나가 인정욕구에 있기 때문이다. 직업은 물론, 가정, 대인관계, 이성 등 각기다른 요소들에서 인정욕구는 인간의 본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않다. 너무 과해도, 없어도 문제로 작용하나 적정 선에서 인간욕구가 인간을 더 살찌운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 이전 짚고 넘어가야 될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직업 윤리 구현의 중요성이다. 직업 신분에서 윤리를 구현하면서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불태우는 방향은 직업적 상품성을 더 높인다. 스포츠는 선수가 곧 개인사업자로서 대표적인 상품이다.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대중들에 큰 관심사다. 더군다나 SNS가 발달한 최근 사회에서는 선수들의 직업 윤리 구현은 그간 쌓은 커리어와 개인의 탈랜트 등보다 더 중요한 요소다. 직업 윤리의 구현은 개인의 인성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에 직업적 상품 가치에도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참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사회 구조를 감안하면 더 그렇다. 지나친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는 폐허, 고도화된 사회의 풍파 등은 모든 직업군을 형성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간과하는 핵심이 윤리다. 윤리는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인지, 행동을 넘어 인성적인 부분에서 기본 소양 등이 잘 완비되야 윤리 의식이 높아지고, 구현의 단계로 이어진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윤리를 간과하는 경향이 짙다. 툭하면 사표를 던지는 MZ세대들의 동태를 개인 발전을 위한 선택으로 포장되지만, 직업군을 놓고볼 때 윤리 의식 결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한 예처럼 말이다. 스포츠에서 잊혀질 타이밍에 ‘핵폭탄’처럼 터지는 대형 사건(음주운전, 폭행 등의 포함), 개인 욕심에 눈 먼 행태, 개인의 일탈 등이 공인 신분에서 윤리를 등한시하면서 빚어진 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당연히 투철한 사명감과는 거리가 있다. 사명감의 결여는 곧 윤리 의식과도 한 배를 탄다는 진리를 거스르지 못한다.

그 와중에 LA다저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노시노부는 투철한 사명감이 직업 윤리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인물로 손꼽힌다. 178cm의 신장. 투수로서 그다지 큰 체구가 아니다. 그러나 크지 않은 체격에도 150km를 가뿐히 찍는 패스트볼의 위력과 묵직한 구위, 다양한 구질, 안정된 제구력 등의 특색은 투수 포지션에서 사명감을 한껏 불태웠다. 2017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즈에 입단하면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야마모토의 퍼포먼스는 투철한 사명감과 맞물려 더 진하게 물들여졌다. 2019년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선두, 2020년 퍼시픽리그 탈삼진을 필두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퍼시픽리그 투수 5관왕(MVP+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완봉)과 사와무라 상을 석권하며 일본 열도를 평정했다. 3년간 퍼시픽리그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쟁취는 보너스였다. 2022년에는 일본시리즈 챔피언 타이틀로 프로스포츠 선수의 최대 가치 중 하나인 챔피언 반지까지 쟁취하는 등 일본 무대를 소위 씹어먹었다. 일본 국가대표로도 2019년 프리미어12 챔피언, 2021도쿄올림픽 금메달,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챔피언 달성 등에 앞장서는 등 슈퍼스타의 기백을 어김없이 뽐냈다. 타이트한 스케줄과 잔부상 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꺼이 ‘팀 퍼스트’를 구현하는 야마모토의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 윤리는 슈퍼스타 타이틀이 괜히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몸소 증명한다.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지난해 LA다저스와 12년간 역대 투수 최고액인 3억2500만달러(약 465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포스팅 입단 계약을 맺은 야마모토는 빅리그 첫 해인 지난 시즌 어깨부상 여파로 일본 무대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와 아우라가 주춤했지만,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 2차전 6.1이닝 1실점을 필두로 포스트시즌에서 본연의 폼을 회복하며 팀의 월드시리즈 챔피언 달성에 디딤돌을 놨다. 빅리그 첫 시즌의 교훈은 2년차를 맞은 올 시즌 기어이 야마모토의 부활을 덧칠했다. 30경기에 나와 173.2이닝 12승8패 평균자책점 2.49 201탈삼진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팀의 에이스로서 이닝 소화를 충실하게 가져가는 공헌도는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 윤리를 한껏 드높였다. 투구 내용에 비해 승운이 다소 따르지 못한 부분이 옥의 티로 지적될지라도 강력한 패스트볼을 기반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구위는 팀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챔피언 타이틀 달성에 한 축으로 손색없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보여준 에이스 기질은 가을을 평정하기 위한 초석이었다. 마침 1999년과 2000년 뉴욕 양키스 이후 25년만에 월드시리즈 ‘타이틀 방어’라는 동기부여는 야마모토의 전투 게이지를 높였다. 신시내티 레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6.2이닝 9탈삼진 4피안타 2실점(비자책)으로 디비전시리즈 진출을 이끈 야마모토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4이닝 6피안타 2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밀워키 브루어스와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9이닝 7탈삼진 3피안타 1실점(1자책)으로 완투승을 거두며 뛰어난 회복 탄력성을 선보였다. 야마모토의 가을 평정에서 핵심 퍼즐은 역시 월드시리즈였다.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9이닝 8탈삼진 4피안타 1실점(1자책)으로 완투승을 다내며 2001년 커트 실링 이후 24년만에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완투승에 이름을 올린 야마모토는 팀이 시리즈 전적 2-3으로 벼랑 끝에 몰린 와중에도 6차전 6이닝 6탈삼진 5피안타 1실점(1자책)으로 에이스 기질을 표출하며 팀을 벼랑 끝에서 건져냈다. 7차전은 야마모토의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 윤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패하면 ‘타이틀 방어’를 놓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기꺼이 등판을 자처하며 팀의 에너지를 높인 야마모토는 4-4로 팽팽히 맞선 9회말 1사 1,2루에 등판해 2.2이닝 1탈삼진 무실점의 쾌투로 5-4 역전승의 퍼즐을 끼우며 월드시리즈 ‘타이틀 방어’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2001년 랜디 존슨 이후 24년만에 단일 월드시리즈 3승의 기록을 달성한 야마모토는 역대 최초의 원정 월드시리즈 3승, 동양인 투수 최초의 월드시리즈 MVP를 품에 안으며 ‘빅게임 피처’의 진면목을 미국 전역에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6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어깨 피로도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날 7차전 구원 등판. 팀의 월드시리즈 ‘타이틀 방어’를 위해 한 몸을 불사른 열정과 전투력. 이러한 야마모토의 직업 윤리와 투철한 사명감은 분명 시사점이 크다. 가장 큰 핵심은 개인 탈랜트와 커리어, 스탯, 퍼포먼스 등에 있다. 개인 탈랜트와 커리어, 스탯, 퍼포먼스 등은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 윤리 구현 등과 맞물려 더 효력이 배가된다. 사명감과 윤리 의식 없이 발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공염불이다. 이를 갖추지 못한 이에게 평가의 잣대를 좋게 내미는 것도 맞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열정과 헌신 등을 갖추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방향이 직업 신분의 시장성과 상품성 등에 업그레이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열정과 헌신 등은 누가 시켜서, 하고싶어서 표출되는 행위가 아니다. 개인이 사명감과 직업 윤리 구현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행동으로 옮기려는 일념 하에 이뤄지는 주요 행동 레퍼토리다. 말은 쉬워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 윤리 구현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사명감과 직업 윤리 구현을 한데 도모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많은 이들에 찬사가 쏟아진다. 이 땅에 직업군을 가진 많은 이들이 은퇴하고 옷 벗늘 날까지 한 번 곱씹어봐야 될 사항이 아닐까 생각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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