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주 전기차 구입 보조금 예산, 올해 대비 60% 줄어
수소차 구입 보조금 예산 확보,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
한권 의원 "제주형 모빌리티 보급 로드맵 조속히 마련돼야"

제주도내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차량이 충전 중인 모습.
제주도내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차량이 충전 중인 모습.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친환경차량 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등을 강조하면서도 전기차 보급을 주춤거리게 만들 수밖에 없는 수준으로 구입 보조금 예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데다 동시에 수소차 구입 보조금 예산을 신규로 편성했지만, 정작 수소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제주도는 V2G 차량 보급에도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 제주도정이 친환경차량과 관련해서는 어떤 분야에서도 제대로 된 성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제주도의회 한권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1·이도1·건입동)은 24일 열린 제444회 제2차 정례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제3차 회의 중 혁신산업국의 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제주 친환경차량 정책에 대해 질의했다. 

한 의원과 제주도 등에 따르면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된 전기차 구입 보조금 예산은 403억 원이다. 이는 올해 최종 예산 1019억 원에 비해 무려 60.46%가 감소한 수준이다. 

보조금 예산이 절반 이하로 대폭 잘려나간 것으로, 도내 전기차 보급을 주춤거리게 만들면서 동시에 제주도가 추진하는 전기차 보급 계획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제주도는 앞서 지난 6월 2035년까지 도내 운행차량의 40%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누적 16만7000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제5차 전기자동차 중장기 종합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제주도는 당초 카본프리아일랜드2030(CFI 2030)'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37만7000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내놨지만, 실제 보급 현황과 전기차 산업 시장 동향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목표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해 이를 조정한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6월에 내놓은 누적 보급량 16만7000대도 현실성은 떨어진다. 

제주에서 처음으로 전기차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이후 5년이 지난 2018년 초 처음으로 도내에서 전기차 등록대수가 1만대를 돌파했다. 그 후 2만대 돌파는 2020년 말에 이뤄지면서 1만대에서 2만대에 도달하기까지 거의 3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그 후 다시 3만대를 돌파하기까지는 2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3만대는 2022년 11월에 이뤄졌다. 이어 다시 2년하고도 5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 4월 전기자동차 등록대수가 4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2013년 전기차 보급을 시작한 이래 4만대를 돌파하기까지 13년이 걸린 것이다. 아울러 도내 전기차 등록대수가 4만대를 넘기면서 도내 전체 차량 중 전기차 점유율이 10%에 가까운 9.77%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10년 후인 2035년에 이르러 도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9만여대에 그칠 공산이 크다. 도내 운행차량 41만대 내외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20%에 못 미치는 점유율이다. 제주도가 목표로 제시한 수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이다. 

더군다나 전기차의 가격이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구입자들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보조금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전기자동차 보급은 시간이 지날수록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의 내년도 예산에서 전기차 구입 보조금 예산이 올해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반영된 것이다. 이와 같은 예산의 반영은 내년 전기차 보급은 더욱 주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는 전기차 구입 보조금 예산을 대폭 깎으면서 동시에 내년 예산안에 수소차 구입 보조금 예산을 92억원 신규 반영했다. 

전기차 예산이 깎이면서 수소차 예산이 반영된 형국을 볼 때 '제주도가 전기차가 아닌 수소차를 우선하려고 한다'는 시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제주는 아직 수소차가 보급되기에도 관련 인프라의 수준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도내에서 수소차의 연료인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은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있는 함덕충전소와 제주시 도두동에 있는 이동식 충전소다. 

이처럼 제한적인 충전 인프라의 규모는 제주에서 수소차 운행이 힘들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이에 7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귀포시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려 하고 있지만, 이 충전소의 가동은 빨라야 내년 말, 늦으면 내후년까지 갈 수 있다. 

더군다나 이게 완성돼도 제주에 겨우 3개의 충전소만 갖춰지는 셈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수소차의 보급에 상당한 차질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이외에도 V2G 차량의 보급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V2G 차량은 충전소에서 충전만이 아니라 방전도 가능한 형태의 차량으로, 차량 소유주가 원하면 차량에 충전돼 있는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형태의 차량이다. 

하지만 이 V2G차량이 보급되려면 현재의 전기차 충전소와는 별도의 전용 충전시설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 충전시설 보급도 현재 도내에선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 때문에 지금의 상태에선 제주의 친환경차량 보급 정책이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할 수 밖에 없다. 

한권 의원은 이와 관련해 "친환경차량의 구입 보조금 지급율 설계와 충전 인프라 확충 계획 등을 총괄하는 제주형 모빌리티 보급 로드맵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