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심사 중인데 예산 확정된 듯한 보도자료 배포
도의회에서도 "문제 반복된다" 지적에 "송구스럽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 일부 부서가 제주도의회에서 막 심의에 들어간 내년 본예산을 두고 마치 확정이 된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 제주도의회 패싱하는 듯한 모습을 만들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에 관련 인프라의 고도화 등을 위해 4253억 원 규모의 기반시설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 등에 1295억원이 투입되고, 하수도 기반시설 확충에 2958억원 등이 투입되는 등 내년 예산 투입 규모를 밝혔고, 이와 관련한 사업에 국비 2062억원이 매칭됐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상하수도본부는 이와 같은 보도자료를 내면서 마치 4253억원 규모의 예산이 확정된 것처럼 언급하고 있지만, 이 예산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제주도의회에선 지난 19일부터 제주도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갔다. 19일부터 26일까지 각 상임위별로 소관 부서에 대한 예산을 심사하고 12월 1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심사가 이뤄진다. 

상임위와 예결위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제주도가 제출한 예산안은 삭감과 증액 등이 이뤄지게 된다. 이와 같은 계수조정 과정을 거친 후 제주도의회 본회의 의결까지 거치면 그 때 제주도의 내년도 예산이 확정된다. 

이처럼 예산이 아직 확정된 상황이 아니고, 제주도의회 심의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예산이 확정된 것처럼 상하수도본부에서 보도자료가 나온 것은 마치 "제주도의회에서 이 예산은 당연히 통과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비춰질 소지가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을 보인 곳은 상하수도본부만이 아니다. 제주도 복지가족국에서도 예산심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1일 내년엔 노인 일자리 사업에 872억원이 투입되고, 이를 통해 1만7475명에 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밝히며 마치 이 예산이 확정된 예산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내용을 전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해당 사업들은 국비 매칭 사업으로, 국비가 투입되는만큼 그 비율에 맞춰 지방비가 투입돼야 하다보니 예산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봐도 무방해 이같은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제주도의회의 입장은 달랐다. 제주도의회 관계자는 "국비 매칭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사업별로 들여다봤을 때, 삭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삭감되는 경우가 있다. 국비 매칭 사업이라고 해도 예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제주도가 마치 예산이 확정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보도자료를 낸 부분에 대해선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지적이 나왔다. 

제주도의회 양경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갑)은 21일 열린 제444회 도의회 제2차 정례회 환경도시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예산이 심의 중임에도 불구하고 상하수도본부에서 보도자료를 낸 부분을 지적하며 "이와 같은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고 지적했다. 

이에 좌재봉 상하수도본부장은 "송구스럽다"며 마치 예산이 확정된 것처럼 보도자료가 나간 부분에 대해 잘못을 시인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