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 출범 민선9기로 넘긴다면서 홍보 예산 반영
도의회서 질타 "재정 어렵다면서 이해 안되는 예산 반영돼"

제주시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기초자치단체 설치와 관련한 갈팡질팡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기초자치단체 설치 문제를 민선 9기로 넘기고, 관련 부서도 폐지하겠다는 뜻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본예산에 기초자치단체 홍보 예산을 반영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모양세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26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등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 기초자치단체 설치와 관련한 도민홍보 예산 등이 반영이 돼 있다.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민선8기 오영훈 도정의 핵심 공약이었다. 오영훈 도정이 출범한 직후부터 행정체제개편위원회 등을 가동하는 등 행정체제개편과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활동 결과를 토대로 내년 7월 동제주시와 서제주시, 서귀포시 등 모두 3개의 기초자치단체를 출범시키자는 방향이 정해졌고, 이를 토대로 절차를 추진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절차들이 지연되면서 이는 결국 불가능해졌고,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10월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임기 내에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마무리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공식적으로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 도민들에게 사과했다. 

오 지사는 그 자리에서 기초자치단체 출범과 관련된 내용을 민선9기 도정으로 넘기게 됐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민선8기에서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내려놓게 되면서, 제주도는 관련 부서도 없앤다는 방침을 내놨다.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전담하던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을 내년 초에 없애고, 대신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받는 쪽에 무게를 둔 '특별자치분권추진단'을 만든다는 뜻을 보였다. 

제주도는 민선8기에서 이처럼 기초자치단체 출범과 관련한 내용을 내려놓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내년도 예산안에 기초자치단체 출범과 관련한 홍보 관련 예산을 반영하면서 내년에도 관련 홍보를 이어간다는, 최근의 움직임과는 상반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선 제주도의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질타가 나왔다. 

김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홍보비가 올라왔다. 제주도청 예산도 올라왔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 양행정시도 다 홍보비 예산이 올라왔다. 도지사는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민선 9기로 넘기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엇박자를 내는 예산이 들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민철 제주도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장은 내년 7월에 출범하는 민선9기에서 추진할 부분을 미리 편성한 것이라는 뜻을 밝혔지만 김 의원은 이 예산을 두고 "현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 설치 홍보 예산이 올라온 것은 도민들에게 많은 혼선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지금도 예산이 없어서, 세수가 없다고 해서 다른 예산들은 20~30%씩 삭감해서 들어온 상황이고, 인건비성 예산도 못잡은 곳이 상당히 많은 데 이런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 설치 홍보를 한다는 것이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가"라며 "지금까지 홍보도 너무 많이 했다. 이 예산은 개인적으로 동의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이남근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도 이에 대해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번에 예산이 너무 안일하게 편성됐다"며 "현재 홍보 예산은 아무데도 쓸 수가 없다. 내년 7월까지 쓸 수 없고, 7월 이후에도 공중에 붕 뜨는 예산이 될 수 있다. 차라리 민선8기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해서 제대로 마무리가 못됐는지, 이런 걸 살펴보는 데 예산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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