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조리 연안습지 지킴이 고기봉(전직 이장)

제주 성산읍 동부 해안의 작은 마을 오조리는 2023년 연안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새로운 변화를 경험해 왔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민들의 생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단순한 생활 공간으로 여겨지던 바다가 이제는 마을의 자산이자 후손에게 물려줄 생태 유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민들은 “평생 보아온 바다가 달라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생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넓어졌다.

실제로 지정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이 확대됐다. 청소년 대상 연안 생태 체험, 주민해설사 교육, 해양 환경 관찰 활동 등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꾸준히 늘어나며 마을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어르신과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탐조 활동, 연구기관과 연계한 갯벌 모니터링 등은 ‘지속 가능한 마을’을 위한 새로운 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지 자연을 보전하는 것을 넘어 지역 정체성을 ‘생태 기반 마을’로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오조리 일대의 연구와 조사가 확대되면서 연안습지의 블루카본 잠재력과 생물 다양성이 널리 알려지고, 이를 활용한 마을 발전 전략도 모색되고 있다. 생태 해설 코스, 계절별 체험 관광, 연안 환경 관찰 프로그램, 로컬푸드 연계 탐방 프로그램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보호지역 지정을 단순한 ‘제한’이 아니라, 마을 경제와 문화 발전의 새로운 기회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보호지역 지정 과정에서 일부 불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정 지역의 출입 제한이나 관리 규정 변화에 대한 혼란도 있었지만, 주민과 행정의 꾸준한 소통으로 대부분 해소되었다. 무엇보다 자연을 지키는 것이 결국 마을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불편보다 보호의 이유에 대한 이해가 더 커진 상황이다.

이제 2년을 맞은 오조리 연안습지는 ‘시작의 단계’를 지나 ‘발전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는 생태 프로그램을 지역 경제와 교육, 문화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주민 주도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해 지속가능한 관리 모델을 구축한다면, 오조리는 제주 동부권의 대표적인 생태·문화 마을로 성장할 수 있다.

오조리 연안습지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 2년. 이 기간 동안 마을은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연을 중심에 둔 미래 전략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작은 변화들이 쌓여 큰 변화를 만들 듯,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는 앞으로 오조리를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마을로 이끌 것이다. 자연을 지키는 일이 곧 마을의 희망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오조리는 누구보다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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