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의·감정서 감정인 등 증인 신문
‘외력에 의해 강하게 눌림’ 공통 답변
변호인 급사증후군·포압사 등 제기도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고유정(36·여)의 의붓아들인 H(5)군 사망 사건에 대한 두 번째 재판에서는 H군이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16일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인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을 속행했다. 병합된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 사건 재판부터 시작하면 9차 공판이다.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 3월 2일 새벽 4~6시께 청주 자택에서 아빠 옆에 엎드린 채 잠든 H군의 등에 올라타 얼굴이 침대에 파묻히도록 한 뒤 10분 가량 강하게 눌러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날 공판에는 사망한 H군을 부검한 부검의와 부검의가 작성한 감정서를 감정한 법의학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H군이 누군가에 의한 외력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는 쪽에 초점을 두고 신문했고 고유정의 변호인은 H군과 함께 자고 있던 아빠 H(37)씨가 자면서 누르거나, 돌연사 쪽에 무게를 뒀다.
이 자리에서 부검의는 사망한 H군의 눈꺼풀 결막과 얼굴, 가슴 등 몸에서 넓게 나타난 점출혈과 외상이 없는 점 등을 토대로 질식에 의한 사망이 추정된다고 밝혔다.
목뼈 등에 골절 등이 없어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이 아닌 외력에 의해 강하게 눌린 압착성질식사에 무게를 뒀다.
부검의는 "안면과 가슴, 몸통 부위에 점출혈이 많아서 압착성질식, 기계적질식이 우선 추정됐다"며 검사가 H군의 사인에 대해 '기계적질식사나 압착성질식사를 가장 높게 보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H군의 사망 추정 시간에 대해서는 "추정이 어렵다"며 사망 시 혈액이 몸의 아랫부분에 모여 생기는 시반이 H군의 등과 배(가슴) 양쪽에 있는 것에 대해서도 "(H군이) 엎드린 상태에서 시반이 생기고 심폐소생술이나, 발견 이후 계속 똑바로 누워있었기 때문에 등에도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압착성질식사가 매우 강한 외력에 의한 것으로 재해사고나 산사태, 작업 중 기계 등에 끼이거나 군중에 깔리는 경우임을 거론하며 "어른이 아이의 위에 타는 것만으로도 가능한 것이냐"고 물었고 부검의는 "그 정도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변호인은 "통상 타인을 의도적으로 살해하려할 때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게 호흡을 멈추고 질식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 경부압박"이라며 "상식적으로 효율일 떨어지는, 가슴(몸통) 부위를 눌러 질식에 이르게 하는 경우를 선택 시 그 동기가 무엇인지 추측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와 함께 1세 미만 영아가 수면 혹은 휴식중 갑작스레 사망하는 영아급사증후군도 이야기하며 "이 사건이 돌연사 혹은 급사증후군에 포함될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의도 했다.
부검의는 이에 대해 "(효율적 및 비효율적 질식사에 대한) 동기 추측은 하지 않는다"며 H군의 사망이 돌연사나 급사증후군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부검의 증인신문 이후에는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연구소 교수 A씨가 감정증인으로 증언대에 올랐다.
A교수는 H군의 사인에 대해 외력이 작용한 외상성질식사를 강조했다. 부검의가 추정한 압착성질식사와 유사하지만 A교수는 외상성질식사라고 표현했다.
A교수는 검찰 측이 "H군과 함께 잠을 자던 H씨가 자신의 허벅지 정도로만 (H군의) 머리나 가슴 부위를 압박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만으로 만 4세에 키 98cm, 몸무게 14kg을 질식에 이르도록 하는게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A교수는 "아이가 좀 작아 보여도 결국 만 4세여서 일상적으로 성인의 몸이 걸쳐있는 정도론 (질식이) 안 된다"며 "반항을 은폐할 정도로 의도적인 외력이 가해져야만 그러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숨진 H군의 얼굴에 남아있는 흔적에 대해 "침대 위에 깔린 바닥 요의 패턴과 유사하다고 보인다"며 "엎드린 상태에서 상당한 외력이 머리와 몸통에 가해졌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검사가 "(숨진 H군의) 사진 속 얼굴이 창백한 것을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몸통과 얼굴 부위에 압박이 넓게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변호인은 A교수에 대한 신문에서 어른이 아이와 자면서 감싸거나 누른 경우인 '포압사'를 제기했다.
A교수는 그러나 변호인이 "사체를 직접 보고 해부까지 한 부검의 감정회부 내용에 보면 포압사가 있을 수 있디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답변을 요구하자 "이 사건은 현장이 굉장히 중요한데, 여기에 (포압사를)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A교수는 이와 함께 변호인이 부검의에게 한 질의와 유사한 '경부압박'을 이야기하자 "왜 경부압박이 여기서 나오는 지 의문이다. 이 경우는 경부압박을 의심할 부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게다가 "가해자가 쉽게 할 수 있는 방법(경부압박)이 아닌 외부에서 넓은 힘을 가한 이유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물음에 "손쉬운 것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잘 밝혀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A교수는 변호인이 "이 사건은 급사 가능성이 아예 없느냐"고 하자 "없죠"라고 단정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6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고유정에 대한 신문까지 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