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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이 증언한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근거가 흔들리는 이유
11-20 11:41[미디어제주 = 김은애 기자] 지표에서는 막혔지만, 지하에서는 이미 흐르고 있다. 제주의 물은 언제나 땅 아래의 속살을 스치며 지나간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땅도, 속에서는 아주 천천히 다른 방향으로 변해갈 수 있다.제주의 물 이야기를 하려면, 결국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논쟁을 해야만 한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쉽게 간과되는 물의 흐름 말이다.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그 동네엔 오염원이 없다는데, 그럼 문제없지 않나?”표면만 보면 맞는 말이다. 보호구역 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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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다음날,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 대신
11-14 09:04[미디어제주 = 김은애 기자]수능을 치른 다음날, 검색창은 늘 같은 단어들로 빼곡하다.“올해 킬러 문항 총정리”, “최난이도 문제 분석”, “과목별 난이도”, “재수 고민 증가 전망”…점수표가 나오기도 전에 세상은 이미 서열을 그린다. 난이도 표를 만들고, 아이들의 마음 위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는다.그 소란을 바라보면 언제나 같은 생각이 든다.우리가 오늘 반드시 환기해야 할 이야기는, 정작 저 검색어들 속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오래전의 내가 떠오른다.“시험에 나올 것만 외운다”고 말하던 학생.스스로 요령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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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솔숲을 바라보는 ‘무지’와 ‘무식’의 행정
11-04 04:56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 선정제주도 “소나무숲은 유산적 가치 없다”환경기자클럽상 받은 서녹사에 비수 꽂아[미디어제주 = 김형훈 기자] 글을 쓰는 일은 인간만의 행위다. 쓰는 일은 순전히 개인적인 기록도 있을 테고, 목적의식을 지닌 행위도 있다. 글을 업으로 삼는 이에게는 좀 더 다를 수도 있다. 특히 기자에게 글쓰기는 저널리스트로서 사명이 있어야 한다. 기자에게 그게 없을 때는 글쓰기를 버려야 한다. 을 쓴 헨미 요를 바라볼 때면 그 생각이 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귀에 들리는 것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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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기자들 입에 자물쇠를?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
10-16 14:00[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지난 2일 제주도청 2층 소통회의실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가 마련됐다. 매달 첫 번째 주 목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간담회였다. 한 달에 한 번씩 마련되는 자리이고, 기자들이 직접 제주도지사와 마주해 주제를 정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기 때문에, 기자들은 이 자리를 통해 온갖 질문을 쏟아낸다. 제주의 주요 현안은 물론 정치분야부터 사회, 문화, 경제분야, 그리고 다소 사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까지 물어본다. 이달 2일 진행된 간담회도 마찬가지였다.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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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이후의 질문 ― 제주는 왜 같은 장면을 반복하는가
10-16 03:05올해 64회를 맞은 ‘탐라문화제’ 현장에서 판매된 4000원짜리 김밥이 논란이 됐다. 가격에 비해 재료가 너무 ‘부실하다’는 이유였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제주도는 “운영상 미흡했다”며 사과했다.그러나 이는 김밥 한 줄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축제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 ‘축제에 진심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편집자주][미디어제주 = 김은애 기자]김밥 논란의 분노는 잠시 일테다.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질 해프닝이다.하지만 비슷한 결의 논란이 어딘가의 축제에서 다시 재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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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문화제 르포] “우린 밥도 못 먹고 몇 시간을 서 있었소”
10-12 10:46[미디어제주 = 김은애 기자]10월 11일 오후 5시 30분. 탐라문화제의 꽃, 탐라퍼레이드 현장. 시작은 좋았다. 북소리와 웃음이 겹겹이 번졌다.제주 지역 읍면동의 민속보존회가 깃발을 들고 칠성로를 가를 때, 거리는 잠시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통로가 됐다.흥겨움은 그랬다. 문제는 그 끝자락에서 들려온 한숨이었다.“우린 밥도 못 먹고 몇 시간을 서 있었소. 이게 축제입니까.”몇 분의 무대를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린 사람들늘 그렇듯, 올해 탐라문화제 퍼레이드는 변함없이 화려했다. 이도2동 민속보존회는 무명천 할머니를 닮은 조형물을 앞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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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회 탐라문화제, "화려한 준비 속 남은 질문들"
09-23 17:33[미디어제주 = 김은애 기자]모호하다. 석연치 않다.화려해보이는 행사 소개, 하지만 석연치 않은 물음도 존재했다.9월 23일 오전 11시, 한국예총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이하 ‘제주예총’) 사무실에서 열린 탐라문화제 기자간담회 자리. 주최 측인 제주예총에서는 축제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분명히 설명하려 했다. 반면, 답변에는 여전히 흐릿한 구석이 남아 있었다.올해 64회를 맞는 탐라문화제는 오는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탑동 해변공연장과 탐라문화광장, 산지천 일대 등에서 펼쳐진다. 주최 측인 제주예총은 올해 축제를 '제주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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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넘어지기 쉽고, 상처는 크다 ... 기초자치단체, 서둘러야 하나?
08-22 15:13[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여론은 갈리고 있다. 제주도는 '도민들의 의견은 모아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제주도의 희망사항일 뿐 실상 도민들의 의견은 모아지지 않았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둔 오영훈 당시 후보는 제주의 행정체제개편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제주도지사로 당선된 직후부터 이 공약의 이행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이어 제주도에서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꾸려진 뒤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고, 지난해 1월17일 이 행정체제개편 위원회 활동의 최종 결과물이 세상에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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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 제주 기초자치단체 도입, 정말 가능? 물음표만 키우는 도정
08-21 11:27[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내년 6월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10개월도 남지 않았다. 제주도는 이 지방선거 이후 민선9기가 출범하는 내년 7월에 맞춰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지만, 이는 지방선거일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물리적으로 점차 '불가능'을 향해 가고 있다. 도정은 그럼에도 "내년 7월에 도입하겠다"는 뜻을 굽히고 있지 않지만, 이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신호를 주기보다는 진작에 끝났어야 할 '공감대 형성' 등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내년 도입이 안되는 거 아니야?"라는 의구심만 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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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정구장이 윔블던 구장쯤 되는가 봐요”
08-05 08:49하드코트 엎고 수십 억 천연잔디 ‘솔솔’그럴 경우 장애인 선수들 운동권 박탈“내가 낸 세금 마구잡이로 쓸 수 있나”[미디어제주 = 김형훈 기자] 내년 제주에서 열릴 전국대회를 앞두고 제주도에 깊은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고 한다. 하드코트인 연정정구장을 뒤엎어야 하는데, 그게 고민거리다. 제주에 대회를 유치하면 수많은 이들이 몰려오고, 경제에 도움이 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경기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전국체전 유치에 화룡점정을 찍게 된다.들리는 얘기로는 연정정구장을 모두 엎어서 ‘천연잔디’로 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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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임금 명종이 말한 ‘대첩’을 이제부터 제대로 알리자”
07-30 10:33역사는 ‘사실(事實)’을 기초로 한다. 그렇다고 모든 역사가 역사적 사실인 ‘사실(史實)’로 인정받지 못한다. 수많은 사실 가운데 극히 일부만 역사적 사실로 인정을 받고, 우리 곁에서 역사라는 이름으로 입에 오르내린다.제주대첩도 그런 역사 가운데 하나였다. 더구나 제주대첩은 ‘사실(史實)’임에도 등한시된 역사였다. 제주대첩이 ‘사실(史實)’이라는 증명은 ≪조선왕조실록≫이 해준다. 명종 10년인 1555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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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대할망을 ‘늙음’이 아니라 ‘젊음’으로 새로 해석해야”
06-26 03:23거대 전시관에 이것저것 담으려 욕망 드러내어린이 뛰노는 공간 ‘제주의 미래’ 인기몰이물장오리에 빠져 죽은 이야기로 정리돼 다행중국 의 ‘마고’를 참고할 필요 있어[미디어제주 = 김형훈 기자] 거대함의 욕망은 끝이 없다. 건축물이 그렇다. 흔히 ‘마천루’라 불리는 하늘로 솟아오르려는 욕망은 경쟁을 자극한다. 마천루의 욕망에 빠진 이들은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건축물을 바라보며 소망을 이뤘다는 듯이 흡족해한다. 그게 그렇게 기쁜가? 기뻐할 일인가? 설문대할망전시관(이하 전시관)을 보면 그런 느낌이다. 애당초 전시관을 만들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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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표가 먼 훗날 역사의 수레바퀴를 다시 구르게 하리라”
06-03 07:00[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드디어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이다. 지난해 12월 3일, 당시 대통령 자리에 있었던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로 정확히 반 년이 지났다.그 6개월이 누군가에겐 6주만큼이나 짧은 시간이었을 수 있고, 다른 이에게는 6년처럼 조마조마하게 숨죽이면서 기다린 시간이었을 것이다.정치권은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권 전원 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후 두 달 남짓 짧은 기간 동안 정당별로 정권 교체,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과 선거운동으로 숨가쁜 일정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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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은 살아 있는 현장 교육엔 ‘깜깜’
04-04 08:2710개 시도교육청 4월 4일 생중계 권고제주도교육청은 아이들에게 선택권 안줘“민주 시민교육을 할 좋은 기회를 놓쳐”[미디어제주 = 김형훈 기자] 1980년대 교실 풍경은 지금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프로젝트 수업’이라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있는 것이라곤 초록색을 띤 칠판과 분필이다. 교실은 분필가루를 흡입하는 장소였고, 교실에 앉은 이들의 복장은 교련복 일색이었다. 그와 같은 풍경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옛 모습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교련 시간 때는 얼차려가 일상이고, 양팔을 뒷짐 지고 머리를 땅에 박은 ‘원산폭격’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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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공원에는 43-1, 43-2, 43-3번 버스가 다닌다
04-03 15:17[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모처럼 이른 시간에 버스를 탔다. 43-2번. 제주버스터미널을 출발, 제주국제공항을 거쳐 관덕정, 동문시장을 지나 제주시 원도심을 관통한 뒤 봉개동을 거쳐 제주4.3평화공원으로 향하는 버스다.오늘은 제주4.3 77주기 추념일이다. 지난해까지는 해마다 취재 때문에 직접 차를 몰고 4.3평화공원을 찾았지만, 모처럼 여유있게 일찍 나선 터라 버스를 타기로 했다.사무실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휴대전화의 지도 앱을 켜고 버스 노선을 확인해보니 한 차례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정작 버스 도착 시간이 30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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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책임의 한 주체이면서 제주항공 뒤에 숨어버린 국토부
01-13 15:58[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명칭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지난 3일 제주도가 행정안전부에 사고 용어에 대한 사용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일부 언론에서는 제주도의 협조 요청이 정부에서 거절당했다는 취지의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하지만 가 직접 확인한 결과, 제주도는 아직 행안부로부터 해당 공문에 대한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앞서 언급했듯이 제주도가 행안부에 공문을 보낸 시점은 지난해 12월 29일 사고 발생 후 6일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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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명칭 논란, 국토부가 키웠다
01-03 16:40미디어窓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지난해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사고와 관련, 사고 명칭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정부 차원에서는 일찌감치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 언론에서도 대부분 ‘제주항공 참사’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일부 유튜버나 누리꾼 사이에서 ‘무안공항 참사’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언론 보도를 보면 대부분 ‘무안공항 참사’라는 표현이 자칫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항공사와 항공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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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아커피처럼 되고 싶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아요”
2024-11-18올해 제주도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록사라질 건물을 건축가 노력으로 재생‘우수 건축자산’에 다양한 혜택도 필요[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사람들은 기억을 먹고 산다. 거리를 걷다가도, 노래를 들으면서도, 책을 넘기면서도, 앨범을 뒤지면서도…. 마음의 어느 한쪽에 숨겨둔 기억은 불쑥불쑥 재생되어 나오곤 한다. 그런 기억이 없다면 ‘추억 보정’도 있을 수 없다. 지난 일이 좋게 보이는 ‘추억 보정’은 어쩌면 인간만이 지닌 전유물이다.건물을 볼 때도 그렇다. 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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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작가의 글을 읽는 문학관이어야 문학관은 산다”
2024-08-07기자의 책상은 어지럽다. 일부일 수도 있을 테지만, 특히 문화부 기자의 책상은 책이 산더미다. 아쉽게도 읽는 책보다는, 읽지 않고 버려지길 기다리는 책이 더 많다. 연말이면 그런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산더미로 쌓이다가, 어느 순간 정리 의지가 발동되면 그 많던 책은 묶임을 당해 재활용 날짜를 기다리는 신세로 변한다. 버림을 당하는 책의 상당수는 어디 어디 지원사업의 후원으로 세상에 등장했으나, 언론의 한 귀퉁이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한해 펴내는 책은 연간 7만 종 시대에서 8만 종 시대로 접어들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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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 전도된 ‘제주와의 약속’ … 약속의 주체는 누구인가?
2024-08-04미디어窓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지난 6월부터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이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지난 5월 21일 제주도가 관광산업 관련 유관기관, 단체 관계자들과 함게 한 제주관광진흥 전략회의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외식업, 숙박업, 렌터카 등 관련 업계로 확산되면서 업종별 ‘제주와의 약속’이 릴레이처럼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하지만 이 캠페인은 제주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정작 처음부터 주객이 전도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