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행정안전부 제주특별자치도 생활 공감 정책참여단 고기봉

행정안전부 제주특별자치도 생활 공감 정책참여단 고기봉

매년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자살 예방협회(IASP)가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공동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했으며, 우리나라도 2004년부터 동참하고 있다. 이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사회 전체가 자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함을 다짐하는 날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무겁다. OECD 국가 중 한국은 오랫동안 자살률 1위를 기록해 왔다. 암이나 심혈관질환과 더불어 자살은 주요 사망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공동체의 책임을 묻는 신호이기도 하다.

제주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제주 지역의 자살률은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빠른 지역 특성과 농·어업 종사자의 불안정한 경제 여건, 고립된 생활환경 등이 맞물리면서 어르신 자살률이 높게 보고되고 있다. 또한 청년층과 중장년층에서도 생계 문제, 정신적 부담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지역사회 전체의 경각심이 절실하다.

정부는 2011년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여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강화했다. 이에 발맞춰 제주도 역시 매년 9월 10일을 ‘자살 예방의 날’, 그 전후를 ‘자살 예방주간’으로 지정해 상담, 교육, 캠페인 등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성과는 아직 부족하다. 자살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와 정책뿐만 아니라 주민과 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지역 밀착형 대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마을 단위의 촘촘한 상담망 구축과 이웃 돌봄 체계, 정신건강 복지센터와 의료기관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고립감과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비대면 상담, 인공지능(AI) 돌봄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시도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공감이다. 자살은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재난이다. 가까운 이웃의 작은 신호에도 귀 기울이고, 따뜻한 경청과 배려,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어 줄 때 비로소 생명존중 사회가 가능하다. 제주의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와 마을의 정이 살아난다면, 자살 없는 건강한 섬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되고 ‘내 힘들다’를 거꾸로 하면 ‘다들 힘내’가 된다. 그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생각의 전환으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다가오는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가 주변을 돌아보고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새기길 바란다. 그 작은 관심과 실천이 누군가의 삶을 지켜내는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