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세상] <56>
제주 SK FC 김륜성-수원 삼성 김지현
​​​​​​​제주출신 K리거로 이적 첫 시즌 맹위

최고의 지지자들 앞에서 각자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온갖 시행착오가 힘찬 항해의 큰 난관으로 자리하지만,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원천이 지지자들의 성원에 있다는 점 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팬이라는 ‘VVIP' 고객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운동선수들에게는 더 그렇다. 프로 운동선수들은 연고지 출신, 두꺼운 팬층, 개인 탈랜트 등 각양각색의 요인들이 선수 개인을 향한 지지 기반으로 자리한다. 물론, 기대 심리 충족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지만, 지지 기반이 적어도 입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 만큼은 불변의 진리로 자리한다. 특히 새 둥지에서 지지자들은 선수들에게 엔돌핀을 절로 솟구치게 한다. 일반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새 터전에 옮기게 되면 적응기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어도 본래 특색을 구현하면서 퍼포먼스를 빛내는데 있어 지지자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무시하다. 올 시즌 이적 후 가진 퍼포먼스를 마음껏 표출하고 있는 제주출신 김륜성(23. 제주 SK FC)과 김지현(29.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커리어 하이‘를 향한 여정에 가속도가 붙은 이유가 지지자들의 성원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류‘와 ’비주류‘ 타이틀에 의해 걸어온 길은 상극을 나타내지만, 프로 무대에서 각자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분주한 노력과 열정은 퍼포먼스의 위력을 배가시키고도 남는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선-후임 관계이자 동향 출신인 이들의 새 둥지 연착륙에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뜨거운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이들이 한 인간으로 태어나면서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숙명이 하나 존재한다. 이는 다름아닌 관심이라는 단어에 있다. 한 개인의 스타일은 물론, 수행 중인 롤, 직업적 특성 등 관심의 GIVE&TAKE를 가지는 범주가 굉장히 광범위하다. 이러한 구조 속에 모든 이들은 상호에 대한 관심을 더욱 드러낸다. 각자 신분은 제각각일지 언정 상호 간 GIVE&TAKE는 관심도를 더 높이는 핵심이다. 이 중 운동선수는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대중적 관심을 한몸에 받는 ‘쌍두마차’ 직종이다. 운동선수로서 가지고 있는 탈랜트와 포텐, 개인의 특색, 지난날 스탯 등까지 팬들의 관심도가 하늘을 찌른다. 최고의 퍼포먼스라는 ‘팬 서비스’ 충족이 서로 같은 니즈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GIVE&TAKE의 핵심 존재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처럼 팬들의 선수들을 향한 기대치는 곧 관심의 척도다. 팬이라는 핵심 고객들이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를 통해 관심을 표출하면서 선수와 팀의 핵심 지지자로 변모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대중적 관심도 증가는 개인의 팬덤 확장과 로얄티 확립 등에서도 플러스 효과가 크다.

그런데 하나 흥미로운 점이 있다. 모든 인간은 다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 간 성격, 스타일, 성향, 특성 등에서 차이는 내-외부 요인들에 의해 극명하게 나타난다. 운동선수들에게는 더 그렇다. 운동 환경, 팀 특성, 주변 동료 등 성장 과정에서 모든 부분이 판이한 차이를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인 잔존 악습 중 하나인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이다. 엘리트 집단과 비엘리트 집단 간의 간극은 지금도 크다. 과거에 비하면 많이 개선됐다고 해도 사회적 차별과 선입견 등이 여전히 불쏘시개처럼 크게 작용한다. 명문 학교 출신, 높은 인지도 등을 갖춘 인물들과 그렇지 못한 인물들 간의 높은 간극은 대한민국 사회를 오랜 세월 관통해온 검은 요소다. 엘리트 집단이 주류, 비엘리트 집단이 비주류의 공식 고착화는 역차별 논란만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인사 채용을 필두로 다양한 요소들에서 비일비재하다. 명문 학교 출신과 가진 스탯 등을 필두로 형성된 주류 집단과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비주류 집단의 충돌은 이기주의 야기를 필두로 갈등의 골만 잔뜩 키워왔다. 국가 발전에 큰 마이너스나 다름없었다.

스포츠도 학벌에 의해 주류와 비주류로 구분된다. 명문 학교에 몸담은 이들이 주류, 주목도가 떨어지는 학교에 몸담은 이들이 비주류로 씌여진 타이틀이다. 당연히 명문 학교 출신으로서 스탯과 커리어 등을 풍족하게 쌓은 이들의 이름값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학벌주의와 개인 이름값 등에 따라 시장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삼다도 제주에서 축구의 꿈을 키워간 김륜성과 김지현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서초를 졸업하고 경북 포항으로 축구유학(포철중-고, 포항 U-15, 18)을 떠난 김륜성이 ‘주류’에 속한다면, 외도초-대정중(現 해체)-제주제일고-한라대(강원)를 거친 김지현은 ‘비주류’에 속한다. ‘주류’와 ‘비주류’의 프레임에 축구 커리어를 쌓는 과정의 발자취 또한 상극이다. 김륜성은 어린 시절부터 일찍이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는 ‘엘리트 코스’를 착실하게 밟으면서 또래 레벨 중 정상급의 위엄을 한껏 뽐냈다. 고교 2학년이던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8강 달성에 힘을 보태면서 무한한 싹을 드러냈다. 국제무대를 경험한 물을 그대로 이식한 김륜성은 이듬해 코로나19 확산의 악조건 속에서도 팀의 3관왕(부산MBC배+K리그 U-18 챔피언십+고등리그 왕중왕전)‘ 달성에 앞장서며 강렬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유스와 프로의 연계 확립이 일찍이 뿌리내린 포항의 시스템과 환경에 뼈대가 더 자란 김륜성은 2021년 클럽 우선지명으로 포항에 입단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온 스틸야드에 서는 로망을 실현하게 됐다.

그에 반해 김지현은 학창시절 스포트라이트와 거리가 먼 자원이었다. 섬에서는 정상급 자원으로 분류됐지만, 내로라하는 유망주들과 팀들이 즐비한 육지부의 차원 높은 물은 쉽사리 넘어설 수 있는 요소가 아니었다. 거기에 섬 지역의 지리적인 핸디캡에 따른 스파링 파트너 부재 또한 선수로서 시장성에 자연스레 악영향을 미쳤다. 고교 3학년이던 2014년 협회장배 대회에서 팀을 3위에 올려놓으면서 가진 탈랜트와 싹을 드러냈지만, 3학년 개학 이후 부상 악령이 발목을 잡으면서 날갯짓이 꺾였다. 한창 탈랜트를 펼쳐보일 시기에 부상은 여러모로 치명타나 다름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인제대에 보금자리를 튼 김지현은 2학년을 마치고 한라대에 편입하면서 칼날을 다시금 다듬었지만, 지방팀이자 중위권에 위치한 팀의 특성 탓에 관심도가 적었다. 2018년 신인 자유계약으로 강원에 입단하면서 프로 선수 타이틀을 부여받고도 차원이 다른 레벨을 자랑하는 프로 무대의 벽은 거대했다.

서로 걸어온 길은 상극을 나타내지만, 김륜성과 김지현 모두 프로 무대에서 나름의 영역 확장 만큼은 착실하게 도모했다. 포항 유스로서 일찍이 포항 팬들의 기대치를 한몸에 받은 김륜성은 데뷔 첫 시즌인 2021년 팀의 U-22 자원(K리그는 22세 이하 선수 의무출전 조항을 시행하는 리그다.)으로서 13경기에 나오며 프로 무대의 면역력을 키웠고, 왼쪽 풀백과 측면 미드필더 등을 고루 소화하는 멀티플레이 능력으로 당시 김기동 감독(現 FC서울 감독)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포텐을 증명했다. 프로 입단과 함께 R리그 무대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뽐내며 프로의 내성을 키운 김지현은 데뷔 첫 시즌인 2018년 막판 당시 김병수 감독(現 대구FC 감독)의 두터운 신뢰와 믿음 속에 3골을 뽑아낸 여세를 몰아 이듬해 27경기에 나와 10골-1도움을 기록하며 데뷔 첫 두자릿수 골 돌파와 함께 K리그 1 영플레이어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플레이어상 수상 이후에도 2020년 8골-3도움을 올리는 등 부단한 노력과 열정으로 K리그 대표 ‘신데렐라’로서 이름 석 자도 제대로 각인시켰다. 이를 토대로 2021년 울산에 보금자리를 틀면서 주가는 더욱 치솟았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국방의 의무. 징병제 국가의 남성들에게 의무로서 제대 이후에도 학을 떼게 만드는 단어다. 그러나 군 복무를 통해 자아를 돌아보면서 훗날 삶과 커리어에 큰 터닝포인트를 맞기도 한다. 운동선수들에게 국군체육부대 입대는 개인 커리어에 소중한 씨앗으로 자리하는 케이스들이 즐비하다. 일반 사병들과 달리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메리트와 함께 입대 전 미진한 부분을 채우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도모할 수 있는 터전으로 딱이다. 쟁쟁한 선수들과 학습효과 증진을 꾀하면서 서로 전우애를 돈독하게 다진다. 선수 이전 한 인간으로서 시야와 견문 등을 채워주는 효과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두둑하게 찌우게 한다. 국군체육부대 선-후임 관계(김륜성 - 2022년 6월 군번, 김지현 - 2021년 12월 군번)인 이들은 상무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문경 라이프’의 희노애락을 나눴다. 2022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에 패하며 강등의 쓰라림을 맛봤지만, 이듬해 부산 아이파크를 제치고 K리그 2 챔피언 타이틀을 움켜쥐며 곧바로 K리그 1 자동 승격의 희열을 맛보는 초석을 함께 다졌다. 6개월 선임인 김지현이 2023년 6월 제대하면서 함께 승격 희열을 맛보지는 못했지만, 후임인 김륜성이 승격이라는 제대 선물을 쟁취한 점이 흥미롭다.

상무 제대와 함께 이들은 축구 커리어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다름아닌 새 둥지로 이적이다. 지난 시즌 K리그 2 부산 아이파크로 임대돼 14경기에 출전해 3도움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인 김륜성은 올 시즌 고향팀 제주로 이적해 18경기에 나와 도움 2개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써내리며 제주 플랜의 한 축으로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다. 왕성한 활동량과 예리한 크로스, 정교한 킥력 등으로 팀의 윤활유 노릇을 다해내며 김학범 감독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사이드 어택커들의 공격 롤 극대화로 팀 플레이의 무게감을 입히는 스타일에 김륜성의 특색과 공헌도는 말 그대로 안성맞춤에 가깝다. 2023년 6월 제대 이후 울산에서 쟁쟁한 자원들에 가려 출전 시간이 부쩍 줄어든 김지현은 올 시즌 수원으로 이적해 18경기에 나와 7골-1도움을 기록하며 개인 2번째 두자릿수 골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는 중이다. ‘커리어 하이’를 향한 쾌속행진은 보너스다. 일류첸코, 브루노 실바 등과 함께 수원 화력을 책임지면서 팀 공격의 무게감을 단단하게 채워준다. K리그 2 득점 톱10에 유일한 토종 자원으로 자리하는 상징성은 이적 후 김지현의 비중과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의 새 둥지 연착륙은 개인과 팀 모두 ‘윈-윈’이다. 김륜성은 고향팀 제주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제주 팬들과 도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성원을 한몸에 입으면서 팀에 기여도를 나날이 높이고 있다. ‘로컬 보이’로서 지역 꿈나무들의 새로운 모델로도 손색없다. 대개 고향팀에 오면 팬들이나 지역민, 가족, 지인 등의 성원과 지지에 의해 가진 퍼포먼스를 더욱 폭발시키는 케이스들이 제법 존재하는데 고향이 주는 심리적인 편안함이 김륜성의 퍼포먼스를 더 극대화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륜성과 달리 김지현은 K리그 2 최고의 서포터즈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최상의 폼을 덧칠하는 중이다. 수원 삼성 서포터즈인 ‘프렌테 트리콜로’의 열광적인 응원과 지지는 가히 K리그 대표 명문구단이 아님을 절로 입증한다. 매 경기 응원석을 꽉 채우는 폭발적인 동원력과 함께 떼를 지어 ‘카니발’을 열창하는 서포터즈들의 응원전은 선수들의 전투 게이지를 한껏 드높인다. 이러한 지지자들의 아우라가 김지현을 춤추게 하는데 이의를 달기 어렵다.

흔히 인생은 성적 순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개인 학벌과 개인 커리어 등이 밥줄을 연명해주지도 않는다. 단편적으로 학창시절 학업 성취도를 한 예로 들어보자. 학창시절 우등생으로서 고스펙과 고학력을 뽐낸 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 대학 진학과 취업 전선에서 무조건 승승장구한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반대로 얘기하면 학창시절 학업 성취도와 스펙 등이 부족해도 성인이 된 이후 본연의 롤과 영역 등을 충실하게 확장하면서 싹을 꽃피우는 이들도 즐비하다. 이처럼 각자 성향이나 특색, 주변 환경 등의 코드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면서 커리어 축적과 라이프 확립 등을 꾀하는 방향은 성적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를 놓고보면 ‘주류’와 ‘비주류’라는 타이틀은 그저 참고용에 불과하다. 스포츠계도 예외가 아니다. 학창시절 아무리 좋은 퍼포먼스를 뽐낸 선수라고 한들 성인이 된 이후 팀과 코드 불일치, 자기계발 등한시 등으로 인해 세간의 관심에서 잊혀져간 선수들이 허다하다. ‘주류’와 ‘비주류’ 할 것 없이 방향에 맞게 뚜벅뚜벅 영역 확장과 특색 구현 등을 꾀하는 것이 스펙, 커리어 등보다 더 중요하다. 김륜성과 김지현의 이적 후 최상의 퍼포먼스도 지지자들의 성원과 지지, 땀과 열정 등을 토대로 이뤄진 열매에 가깝다. 그래서 이들의 이적 첫 시즌이 더 두드러지는 이유다. 이 땅에 모든 청춘들은 알아두길 바란다. 성적, 스펙, 재력 등의 화려함에 눈 멀어 영역 확장, 특색 구현 등을 등한시하면 커리어 축적과 라이프 확립은 커녕 나락으로 향하는 것은 순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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