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세상] <54>

프로농구 스타 허훈, KCC 이적

형 허웅과 프로 무대 첫 한솥밥

이 땅에 모든 혈육을 관통하는 속설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에 있다. ‘희로애락’을 나누고 공유하는 부분에서 서로에게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함께 지지고 볶은 세월 속에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견고하다. 이처럼 쌓인 형제 애(愛)는 모든 혈육들에게 크나큰 등불이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같은 핏줄로서 애틋함은 형제 애를 더 고취시키는 수단이라는 것에 이의를 달기 어려운 이유다. 무엇보다 형제가 한 공간에서 함께 한솥밥을 먹고 서로 의기투합하는 광경은 하나의 낭만과도 같다. 같은 혈육이라도 모든 면에서 제각각인 성향과 특성 등을 띄기에 더 그렇다. 각기 다른 요인들로 인해 흩어졌다가 돌고 돌아 재회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형제애의 가치를 더 높인다. 프로농구 대표 스타 플레이어 형제인 허웅(32)과 허훈(30)의 프로 첫 한솥밥도 그렇다. 아버지인 ‘농구대통령’ 허재(60) 전 데이원스포츠 대표의 강렬한 그늘과 그림자를 딛고 프로농구 대표 스타 플레이어로 거듭난 두 형제의 프로 첫 한솥밥은 형제 애와 유전적 대물림을 통한 또 다른 발자취 창조의 서막과도 같다.

인간의 본성은 참 흥미롭다. 모든 이들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는 부분에 있다. 이는 단순한 성별의 차이를 넘어 각기 다른 요소들에 의해 비롯된다. 세상의 품 안에 나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2차 성징이 이뤄지는 과정을 필두로 신체, 환경, 기능 등의 변화가 일관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는 같은 부모의 품 안에서 태어난 가족 관계라도 예외가 아니다. 형제 혹은 남매, 자매지간에 똑같은 핏줄을 안고 성장을 거치지만, 자아가 형성되면서 개인의 성격을 비롯, 모든 요소는 엄연히 다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모든 2세들이 태어나고 성장을 거치는 과정에서 물려받는 부분이 바로 유전적 DNA다. 부모들에게 갖추고 있는 각각의 요소들은 2세들에게 고스란히 전파된다. 그러면서 DNA의 대물림이 이뤄진다. 부모의 존재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2세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유전적 DNA와 대물림은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부모의 그늘과 그림자. 모든 2세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사항들이다. 제아무리 ‘마이웨이’를 외친다고 해도 부모의 그늘과 그림자는 2세들에게 족쇄처럼 지독하게 따라다닌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자녀가 부모와 동일한 분야로 나아갈 때 더 그렇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는 얘기가 있다. 부모의 커리어나 스탯, 업적 뿐만 아니라 성향, 특성 등이 자녀들이 동일 분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당연히 평가의 잣대가 일반 부모들의 자녀들보다 더 엄격하다. 주변 선입견을 필두로 모든 행위에 대한 눈총이 당연히 따갑다. 실제로 자녀가 부모의 공든 탑과 외적 요소에 미치지 못할 때 비난과 조롱 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육체,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부모와 2세들에게 상상을 초월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동일 분야 진출 때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다. 이를 놓고 보면 부모와 자녀의 유전적 대물림이 잘하면 본전, 못하면 먹칠이라는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그러나 허웅-허훈 형제는 프로 커리어의 축적과 업그레이드, 개개인의 가치 향상 등을 꾸준히 도모한 케이스들이다. 빼어난 탈랜트와 퍼포먼스에 노력, 열정, 기질 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면서 해당 포지션에서 작은 신장(허웅 - 185cm, 허훈- 180cm)의 핸디캡을 보기좋게 뛰어넘었다. 1번 포지션(포인트가드)인 허훈과 2번 포지션(슈팅가드)인 허웅 모두 빼어난 클러치 능력과 폭발력이라는 확실한 무기가 시장 가치를 높이는 촉매제였다. 2019-2020시즌 정규리그 MVP인 허훈은 안정된 경기운영과 리딩, 빠른 스피드는 물론, 다양한 공격 옵션의 특색을 십분 발휘하며 폭발력을 더 극대화시킨다. 2023-2024 시즌 챔프전 MVP인 허웅도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저돌적인 돌파력과 정확한 슈팅력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격 옵션을 퍼부으며 공격 폭발력을 입힌다. 각자 해당 포지션 정상급으로 칭송받는 두 형제 모두 아버지 허 전 대표처럼 클러치 상황을 즐기는 담대함과 배포까지 장착하며 팀 전체 텐션을 업그레이드시킨다. 클러치 상황 때 무섭게 몰아치는 폭발력은 상대에 여간 피로도를 선사하는 요소가 아니다. 팀 옵션에서 이들의 존재 유무가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거기에 출중한 외모와 스타성을 기반으로 팬들의 높은 지지도까지 등에 업는 스타성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동력이었다.

2살 터울(허웅 - 1993년생, 허훈 - 1995년생)로서 연세대 시절까지 늘 함께하면서 형제 애를 나눈 두 형제지만, 프로 입단 이후 헤어짐을 필연적으로 마주했다. 연세대 3학년을 마치고 2014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동부(DB의 전신)에 입단한 허웅이 얼리 엔트리(대학 4학년 졸업예정자 제외 고교 및 대학 재학생 대상 신인드래프트 참여자를 말한다.)로 프로에 첫 발을 내딛었다. 허훈은 형 허웅과 달리 대학 4년을 꽉 채우면서 2017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T의 부름을 받았다. 그렇게 두 형제는 상무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프로 무대에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박 터지는 매치업을 벌였다. 서로를 필히 막아야 하는 가혹함 속에 ‘전투 게이지’가 매치업 때마다 불타올랐다. 두 형제의 매치업에 팬들의 시선과 관심도가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형 허웅이 2022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DB에서 KCC로 보금자리를 틀고, 동생 허훈이 2023년 11월 상무에서 제대하면서 두 형제의 매치업 ‘판’은 더 커졌다. 무엇보다 2023-2024 시즌 챔프전은 두 형제의 매치업을 열광의 도가니로 내몰았다. 챔피언 반지를 향한 용호상박의 ‘쇼다운’이 팬들에 뜨거운 환호성을 자아냈다. 클러치 상황을 즐기는 두 형제의 담력이 서로의 간담을 제대로 서늘케하며 매치업의 ‘꿀잼’ 퍼즐을 완성시켰다. 당시 KCC가 KT를 4승1패로 돌려세우고 챔프전 챔피언을 움켜쥐면서 두 형제의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됐지만, 챔프전 MVP를 움켜쥔 허웅이나 시리즈 내내 초인적인 투혼을 불사른 허훈 모두 가진 끼를 마음껏 분출하며 스타성을 입증했다.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는 와중에도 남다른 형제 애를 뽐내며 ‘케미’를 입증한 두 형제에게 FA 신분은 또다른 대물림 형성의 시초였다. 2024-2025 시즌 직후 FA 시장 최대어로 손꼽혔던 허훈이 5년간 첫 시즌 보수 총액 8억원에 정든 KT를 떠나 KCC에 둥지를 틀면서 형제가 한 공간에서 한솥밥을 먹는 그림이 실현된 것이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서는 상상의 현실화는 농구팬들을 비롯한 농구계에 크나큰 쇼킹을 불러왔다. 핵폭탄이 제대로 투척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허훈의 KCC 이적은 FA 시장은 물론, 차기 시즌 판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대형 사건과 다름없었다. 이전부터 서로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는 욕구가 가득했던 상황에 아직 챔피언 반지가 없는 허훈의 동기부여가 형제의 의기투합을 이끄는 큰 복선이 됐고, 초호화 라인업으로 ‘슈퍼팀’의 수식어가 절로 붙는 KCC의 구색과 1번 포지션 취약의 비즈니스 논리도 딱 맞았다. 이는 두 형제가 2014년 연세대(당시 허웅 3학년, 허훈 1학년) 시절 이후 11년만이자 프로 무대에서 첫 한솥밥을 먹는 결과를 낳았다.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를 뛰어넘은 형제 애는 두 형제에게 프로 커리어에 있어 큰 이정표로 자리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KCC 감독을 역임하면서 팀의 2회 챔피언(2008-2009, 2010-2011)을 이끈 아버지 허 전 대표와 형 허웅에 이어 동생 허훈까지 ‘삼부자’가 KCC에 몸담는 진귀한 이력은 농구를 넘어 한국 스포츠 역사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타이틀로 남게 됐다. 다가올 새 시즌 이상민 감독 체제로 개편된 KCC에서 두 형제가 챔피언 반지 쟁취로 ‘허(許)’ 삼부자의 동일 팀 챔피언 반지라는 업적까지 이뤄낼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증폭된다.

모든 형제와 자매, 남매들에게 공통분모가 하나 존재한다. 어린 시절부터 곁에 함께 있으면서 지지고 볶는 날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간단하다. 같은 혈육이라도 서열의 우월성, 상호 코드 불일치 등이 빚어진다. 이 안에서 다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말해준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싸우면서 큰다고 말이다. 서로 지지고 볶는 과정에 쌓인 많은 추억들과 서로 잊지 못할 에피소드들은 생애 주기와 성별의 1, 2차적 성징 등을 거치면서 내-외면에 깊게 자리한다. 이게 형제 애를 관통시키는 수단이자 각자 페이지에 있어 소중한 자산이다. 물론, 계속 같이 하기란 쉽지 않다. 각자의 길을 위해 흝어져야 하는 필연성이 자리한다.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와 상호 코드 일치 등과 맞물리면 확률은 더 낮아진다.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혈육이 한 공간에서 성인 신분으로 재회했을 때 감정은 어린 시절과 확 다르다. 감정 변화의 폭이 큰 유-청소년 시절과 달리 성인으로 접어들면서 내-외면의 성숙, 가치관 확립, 개인 방향성 구축 등이 이뤄지는 단계를 거치기에 그렇다. 그러면서 상호 간 의기투합은 형제 애를 더 꽃피우게 만든다. 그래서 혈육의 소중함이 크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허웅-허훈 형제의 프로 첫 한솥밥이 뜨거운 형제애를 바탕으로 각자 커리어의 화양연화를 위한 모든 조건을 다 갖췄으며, 이 땅에 있는 많은 혈육들도 서로 동고동락하고 의기투합하면서 써내리는 스토리가 화양연화로 연결되면 형제 애를 더 무르익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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