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세상] <52>
 

연령별 대표부터 ‘소울 메이트’ 홍정호-김영권

베테랑 관록과 내공 등 발휘로 고군분투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이들은 저마다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간다. 관계 형성의 요인은 제각각이다.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형성되는 연의 고리는 서로 간 유대감을 깊게 만들어내는 잣대로 자리한다. 그러면서 친밀도와 동질감 등이 자연스럽게 축적되면서 관계의 깊이를 더 채워준다. 한 개인의 발전을 위한 동아줄로도 내면에 자리한다. 누구에게나 서로 마음이 맞는 파트너가 꼭 있기 마련이다. 성격이나 성향 등에 따른 상호 보완성을 토대로 함께 호흡하면서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도모하는 모습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버팀목으로 자리한다. 운동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각자 포지션 롤에서 든든한 파트너의 존재는 서로 의기투합하면서 최상의 파트너십을 이끌어내는 밑천이다. 비즈니스 논리 앞에 영구성을 띄기에는 애로점이 크지만, 적어도 함께 파트너를 이루면서 쌓은 날들은 개인의 삶과 커리어에 있어 큰 자산과도 같다. 다른 길을 걷더라도 서로 동일한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각자 커리어의 불꽃을 태우게 만든다.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센터백으로 한 시대를 호령한 홍정호(36. 전북 현대)와 김영권(35. 울산 HD FC)은 서로에게 든든한 ‘소울 메이트’다. 각 급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에서 맺은 파트너십을 통해 개인 커리어의 발전을 불러오면서 노련미와 경험치 등을 장착하는 모습은 혈기왕성한 청년이 어엿한 베테랑으로 성장하는 그래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24년 부상과 부진 등을 딛고 올 시즌 베테랑의 관록을 절로 풍기게 만드는 두 ‘소울 메이트’의 아우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출신(외도초-제주중앙중-제주중앙고-조선대)인 홍정호와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출신(전주조촌초-전주해성중-전주공고-전주대) 출신인 김영권은 고교시절부터 정상급 센터백 자원으로 각광받은 자원들이다. 고교 3학년이던 2007년 제주 백록기 대회를 필두로 각 종 대회 때마다 가진 싹을 어김없이 분출하면서 경쟁력을 뽐냈고, 이를 토대로 ‘엘리트 코스’의 핵심인 연령별 대표팀에 처음으로 승선하면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연령별 대표팀 승선과 함께 이들의 연도 본격적으로 맺어졌다. 2008년 U-19 대표팀 엔트리 한 자리를 확보하면서 파트너십 형성의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마침 이들의 특색은 서로 상호 보완성을 띈다. 188cm의 신장에 스피드와 제공권, 수비 리딩 등이 뛰어난 홍정호와 왼발잡이라는 희소성과 함께 빌드업 능력과 두뇌 플레이, 센스 등이 압권인 김영권의 다른 특색은 서로 미진함을 채워주면서 가치를 더 끌어올리는 동력이나 다름없었다.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췄다. 더군다나 센터백 포지션이 함께하는 파트너들과 호흡의 중요성이 절대적으로 대두되는 포지션임을 감안하면 상호 보완성을 통한 파트너십은 팀과 개인의 생명줄이다.

이듬해 홍명보 감독이 U-20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이들의 파트너십은 제대로 날개를 달았다. 홍 감독 취임과 함께 이들은 당시 ‘홍명보의 황태자’로서 맹위를 떨쳤다. 당시 2008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펼쳐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3위를 거치면서 축적된 호흡은 홍 감독 취임과 함께 더 농익은 모습을 뽐냈고, 한 시대를 풍미한 명 수비수 출신인 홍 감독의 조련 속에 경험치와 내공 등이 업그레이드되며 우상향의 성장 그래프를 쭉 이어갔다. 서로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 것 뿐만 아니라 풀백들에 쏠린 수비 부담을 채워주는 파트너십은 ‘소울 메이트’로서 깊이를 더 축적시켰다. 2012런던올림픽 본선 당시 홍정호가 본선 직전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이탈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2009년 이집트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을 필두로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2014브라질월드컵 등 각 급 메이저대회 때마다 서로 파트너십을 이루면서 쌓은 업적은 한국축구 전체에도 큰 발자취였다.

누구나 각자 마음에 맞는 파트너들과 쭉 파트너십을 써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서로 성향이나 특색 등을 잘 아는 것은 물론, 심리적인 안정감 촉진을 한데 입힌다. 함께한 시간 동안 쌓인 친밀도와 동질감 등 역시도 간과할 수 없다. 개인과 집단이 추구하는 방향에 맞게 동행을 이어가는 파트너십이 서로에게 큰 버팀목이라 칭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너무나 크다. 일정 시기가 되면 헤어짐을 언젠가 마주해야 된다는 숙명에 있다. 제 아무리 상호 신뢰와 믿음 등이 굳건해도 비즈니스 논리 앞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 우리네 삶과 같다. 모든 집단의 비즈니스 논리가 파트너십의 영구성 지속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다. 개인과 집단마다 비즈니스 코드가 제각각이다보니 파트너십이 쭉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마음 한 켠에 헛헛함을 지우지 못하는 내면의 심리 상태가 마주하는 것도 마음맞는 파트너의 부재가 한 몫을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서로 가는 길은 달라도 각자 위치에서 이룬 업적이 그 분야는 물론, 개인과 집단의 발전에도 큰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이는 홍정호와 김영권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걸어가는 노선은 달랐어도 나란히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면서 쌓은 풍족한 커리어는 한국축구 대표 센터백으로서 시장성을 절로 입증했다. 2010년 K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고향팀 제주에 입단한 홍정호는 데뷔 첫 시즌부터 K리그 베스트11 수상과 함께 2013년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구스부르크에 입단하며 한국 센터백 중 최초로 유럽 빅리그 직행의 영예를 안았고, 이후 중국 장쑤 쑤닝(2016~2020)을 거쳐 2018년 전북 현대에 임대로 유턴했다. 2년간 임대 생활 이후 완전 계약으로 전환하면서 팀의 5년 연속 K리그 챔피언 타이틀과 3년 연속 K리그 베스트11(2019~2021)에 선정되는 등 ‘녹색 군단’의 핵심 방패로 굳건한 활약상을 뽐냈다. 2010년 J리그 FC도쿄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김영권도 오미야 아르디자(일본. 2011~2012), 광저우 에버그란데(2012~2014), 광저우 헝다(이상 중국), 감바 오사카(일본)을 거치면서 축적한 경험치와 내공 등을 그대로 팀에 이식시키며 가는 곳마다 핵심 센터백 자원으로 맹위를 떨쳤다. 2022년 스승인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고 K리그 울산 현대(울산 HD FC의 전신)로 유턴한 김영권은 노련한 경기운영과 안정된 수비 리딩, 탁월한 빌드업 능력 등으로 팀의 3년 연속 K리그 챔피언 타이틀, 2년 연속 K리그 베스트11(2022~2023) 쟁취에 앞장서며 베테랑의 관록을 풍기게 했다.

2021년(홍정호)과 2023년(김영권)에 나란히 K리그 MVP를 수상하며 1997년 김주성(당시 대우) 이후 끊겼던 K리그 수비수 MVP 계보를 다시 이어간 이들은 어엿한 팀의 베테랑으로서 젊은 후배들과 함께 살을 비빈다. 이들이 국내-외 무대를 밟으면서 쌓은 경험치와 내공 등은 여전히 후배들의 틈 바구니 속에서도 든든한 자산이다. 베테랑의 관록도 절로 묻어나게 한다. 오랜 프로 생활을 통해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의 존재는 팀 코어의 견고함을 입히는 요소다. 후배 선수들의 틈 바구니 속에서도 두 ‘소울 메이트’들의 팀내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2021년 이후 부상과 부진 등으로 주춤했던 홍정호는 시즌 초반 엔트리 제외로 부침을 겪은 시간을 뒤로 하고 안정된 수비력과 수비 리딩 등을 바탕으로 팀 수비 안정감을 입히고 있고, 지난 시즌 부진을 면치 못했던 김영권은 특유의 빌드업 능력과 두뇌플레이 등으로 팀의 주요 센터백으로서 고군분투함을 잃지 않으며 관록을 입증하고 있다. 두 팀 플랜에서 이들을 논하고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연령대에도 존재 가치는 으뜸이다.

많은 파트너들에게 서로 파트너십을 이루면서 부대끼고 살을 비빈 시간들은 각자 소중한 점이다. 파트너십에 따른 커리어 축적과 업적 장만 등은 서로가 옆에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러한 시간의 축적을 통한 동고동락의 페이지는 상호 간 신뢰와 믿음, 깊은 유대감 등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빚어진 작품들이다. ‘소울 메이트’들에게 파트너 그 이상의 관계를 형성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일이 다반사인 스포츠의 세계에서 비즈니스 논리와 각기다른 코드 형성 등이 파트너들의 파트너십 연을 찢어놓기도 하지만, 동고동락하면서 쌓은 지난날의 동행과 발자취 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각자 마음맞는 파트너들과 관계가 서로 쌓이는 유대감과 맞물려 ‘소울 메이트’로 발전되는 경우가 짙다. 상호 파트너십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걸어가는 길은 달라도 똑같은 지향점 추구가 서로에게 큰 동기부여로 자리한다. 이게 파트너십이 주는 양면성이다. 운동선수와 일반인 할 것 없이 땅에 모든 ‘소울 메이트’들의 파트너십이 노트를 꽉 채우는 그림은 그래서 재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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