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판부 제출 증거서류‧목록 600여개 달해
변호인 “피해자 만난 적도 없다” 공소사실 부인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2009년 2월 제주서 발생한 모 어린이집 여성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관한 첫 재판이 14일 열렸다.
첫 재판부터 피고인의 죄를 입증하려는 검찰 측과 이를 방어하는 변호인 측의 다툼이 치열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드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50)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박씨는 2009년 2월 1일 실종돼 같은달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서 숨진채 발견된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박씨가 2009년 2월 1일 오전 3시 8분께 제주시 용담동에서 피해자 이씨를 자신의 택시에 태우고 애월읍 방면으로 이동 오전 3시 45분께 도로 상에서 강간하려다 반항하자 목을 졸라 숨지게 하고 사체를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서류 및 목록만 600여개에 달한다.
피고인 박씨의 변호인 측은 이날 검찰이 제기한 혐의(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우선 사건 당일 피해자가 114에 전화한 것을 콜택시를 부르기 위한 것으로 보고 피해자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고 전제한 수사가 잘 못 됐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전화를 건 114는 제주지역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이동통신사와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씨가 반드시 택시를 탔다고 보기 어렵고 이동 동선도 (검찰이 주장하는 동선으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피력했다.
검찰‧변호인 적게는 3~4명 많게는 6~7명 증인 신청 검토
향후 재판서도 치열한 공방 예상…4월 4일 두 번째 공판
변호인 측은 이와 함께 "이씨가 당시 남자친구 집에서 택시를 바로 타고 고내봉으로 이동했다고 해도 고내봉까지 오전 3시 24분으로 추정돼 피해자가 술을 마신 상태라고 하더라도 (그 시간 동안) 잠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동 중간에 본인의 집이 있는데 이를 지나쳤을 때 아무런 항의가 없었겠느냐"고 따졌다.
변호인 측은 이씨가 114에 전화한 뒤 지나가던 박씨의 택시에 타고 이동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피고인은 이씨를 택시에 태운 적이 없고 사건 당일에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서도 대부분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건을 재조사하고 피고인을 기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섬유 증거'에 대해서는 사실조회, 감정보완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측은 증거로 제출한 수사보고서 대부분을 변호인 측이 부동의 함에 따라 이에 대한 의견서를 추후에 제출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 기일을 오는 4월 4일 오전으로 예고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변호인은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적게는 3~4명, 많게는 6~7명 가량의 증인 신청을 고려 중이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 해 1월부터 3월까지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를 중심으로 네 차례에 걸쳐 시행한 동물사체 실험을 통해 이씨의 사망 시간이 최초 부검의 의견과 달리 실종 시점부터 당시 비가 내리기 전(2009년 2월 3일)까지로 추정되면서 재수사가 본격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