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직후 사망 가능성 추론…TF 구성 용의선상 범위 좁혀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 경찰이 2009년 2월 발생한 어린이집 여 보육교사 피살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5일 ‘제주 보육교사 살인 사건 관련 피해자 사망시간 추정을 위한 동물이용 실험 실시’ 결과를 발표했다.
제주 보육교사 살인 사건은 2009년 2월 1일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여)씨가 실종돼 다음 날 오전 실종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이씨는 2월 1일 오전 3시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제주시 용담2동에서 택시를 탄 뒤 사라졌다.
같은 날 오전 4시 5분께 휴대전화 통화가 마지막이었다.
경찰은 실종신고를 접수한 다음 날인 2월 3일 공개수사로 전환, 6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 소재 맡에서 이씨의 전화와 지갑 등을 발견했다.
이씨는 결국 같은 달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농로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의 사망 시점을 실종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때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부검 결과 사체 발견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라는 소견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찰은 부검의 소견과 현장 상황 등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며 택시기사 400여명의 DNA까지 채취, 당시 확보한 유전자와 대조까지 했지만 결국 범인을 붙잡지 못한 채 2012년 6월 5일 수사본부가 해체됐다.
변사체 발견 당시 조건 맞춰 같은 장소서 네 차례 동물실험
사후 7일된 돼지‧개 부패 없어…직장 체온도 대기보다 높아
경찰은 이에 따라 이씨의 사망 시점을 재차 추정하기 위해 지난 1월 29일부터 3월 2일까지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 주관으로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이정빈 석좌교수 등은 이씨의 사체가 발견될 당시의 조건에 맞춰 같은 장소에서 네 차례에 걸쳐 동물 실험을 했다.
이를 통해 이씨의 사망 추정 시점이 사체 발견 24시간 이내가 아니라 실종 직후 일수도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애초 부검의 의견은 사체가 부패가 없었고 직장 체온이 13℃로 대기온도 9.2℃보다 3.8℃가 높아 사망 추정이 발견 24시간 이내였으나 이번 실험에서 사후 7일이 경과된 실험용 돼지와 개(비글)의 부검 결과 부패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번 실험에서 직장 체온도 대기온도보다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씨가 실종 된 지 하루 이틀 새 사망했을 수도 있다는 추론을 얻어낸 것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9년 전 용의선상에 올린 이들의 범위를 더 좁혀 수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김기헌 제주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이 사건이 9년 전 사건으로 진행과정이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지난달 26일 이 사건과 관련한 TF를 구성했고 이정빈 교수의 감정서를 바탕으로 사망시점이 명확해지는 판단에 따라 수사 방향도 명확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