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사체 발견 당시 조건과 동일하게 진행
2009년 2월 사체 발견 당시 조건과 동일하게 진행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8.04.2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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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女 보육교사 피살 사건 사망시간 추정위한 동물 실험 어떻게]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2009년 2월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여)씨의 사망 추정시간 (재)추정을 위한 동물 실험은 당시의 조건과 최대한 동일한 상태로 만들어 진행됐다.

이씨가 실종된 2월 1일부터 변사체로 발견된 2월 8일까지의 날씨와 기후 조건에 맞췄고 그 사이 비 날씨와 유사하도록 살수차를 이용해 물까지 뿌리기도 했다.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25일 제주지방경찰청에서 동물이용 실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25일 제주지방경찰청에서 동물이용 실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실험은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주관했고 전북지방경찰청 현철호 검시사무관, 경찰수사연구원 송태화 교수를 비롯해 전국의 지방청 과학수사요원 등이 참여했다.

이정빈 석좌교수 등에 따르면 실험은 당시 상황과 유사한 기후조건에서 진행하기 위해 지난 1월 29일부터 3월 2일까지 이씨의 사체가 발견된 현장에서 이뤄졌다.

실험동물에 대한 윤리심사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 안락사와 사체 처리 등의 규정을 준수하면서 돼지 4마리와 개(비글) 3마리 등 총 7마리의 동물을 이용해 회차당 7~10일씩 모두 4회에 걸쳐 시행됐다.

조건을 맞추기 위해 발견 당시 이씨가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를 동물들에게도 입혔다.

돼지 4·개 3마리 이용해 회차당 7~10일씩 모두 4회 걸쳐 시행

사체 발견 당시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 동물들에게 입혀 실험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관련 피해자 사망시간 추정 위한 동물 이용 실험 진행 방법 도표.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관련 피해자 사망시간 추정 위한 동물 이용 실험 진행 방법 도표.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실험팀은 대기온도, 습도, 풍향, 풍속, 이슬점, 온도를 측정하는 전문 기상관측장비와 직장온도, 점퍼를 입은 내‧외부 온도, 피부 온도, 바닥과 사체 사이의 온도, 배수로 온도, 조도, 습도 등을 측정하는 온도기록계를 설치해 24시간 측정했다.

사건 당시와 동일하게 7일째 되는 날 오후 8시 30분께 실험동물을 천막 안으로 옮겨 직장온도와 대기온도를 측정했고 부검을 통해 장기 조직을 채취, 부패 여부를 확인했다.

실험은 이씨가 실종 직후 사망했을 가능성이 여러 정황으로 추정됐지만 ‘사망 시간이 사체 발견일로부터 최대 24시간 이내’라는 부검의 소견이 나오면서 논란이 돼 이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실시됐다.

경찰은 사체 발견 당시 소화되지 않은 위의 음식물 상태, 0.141%의 혈중알코올농도 등이 2월 1일 실종 당시의 먹은 음식과 음수 등에 부합하고 같은 날 오전 4시께부터 휴대전화 사용내역 등이 없는 정황상 이씨가 실종 직후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부검에서는 변사체의 부패가 없고 직장체온이 대기온도보다 3.8℃ 가량 높다는 이유로 사망 추정시간이 2월 8일 사체 발견 당시로부터 24시간 이내라는 소견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이번 동물 실험에서는 현장의 지형적 특성과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의 상태가 사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확인, 사망시간을 보다 명확히 추정하기 위해 계획됐다.

사후 7일 지나도 냉장·보온 효과로 부패 지연 높은 직장체온 확인

이정빈 석좌교수 “실험 결과 2009년 2월 1일 사망 추정 가능해져”

구체적인 상황 및 조건에 따라 ‘냉장’ 효과와 ‘보온’ 효과 발생으로 사체의 온도 변화, 부패의 지연 여부 등에 영향이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관련 피해자 사망시간 추정 위한 동물 이용 실험 결과 도표.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관련 피해자 사망시간 추정 위한 동물 이용 실험 결과 도표.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그 결과 사후 7일이 지나도 냉장 및 보온 효과로 사체의 부패 지연, 대기온도보다 높은 직장체온 등을 확인했다.

실험팀은 낮은 기온과 높은 습도는 기화열로 인해 체온저하 효과를 발생시켜 부패 지연을 유발하고 무스탕을 입어 내부 보온영향 및 바람의 차단, 배수로 콘크리트 벽면의 복사열 흡수 등으로 직장온도가 대기온도보다 높은 현상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정빈 석좌교수는 25일 동물실험 결과를 설명하며 “내가 부검을 했어도 사체 발견 당시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는 사망 추정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동물실험 결과 이씨가 실종 당시인 2009년 2월 1일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이 가능해졌다”고 부연했다.

동물실험 결과가 추후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실험팀은 자신감을 피력했다.

현철호 전북지방경찰청 검시사무관이 25일 제주지방경찰청에서 동물이용 실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현철호 전북지방경찰청 검시사무관이 25일 제주지방경찰청에서 동물이용 실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실험 결과 발표 자리에 참석한 현철호 검시사무관은 “법의학적 소견은 시체가 놓인 상황에 따라 다양해진다”며 “이 같은 실험 결곽 법정에서 증명력 있는 증거로 채택된 사례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번 건은 증명력 있는 증거로 채택되리라 본다”고 답했다.

이정빈 석좌교수도 “2년 전 의정부에서 니코틴을 남편에게 먹여 사망에 이르게 한 여성의 사례가 있는데 이 때 동물 실험을 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이씨 변사사건 재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헌 제주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사건 수사를 재개할 것”이라며 “확보된 증거 관계를 면밀히 분석 및 보강해 신속한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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