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1일 개방 데이’를 연 예래초의 시도
집단 지성으로 학교 알리는 행사 만들어
[미디어제주 = 김형훈 기자]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초등학교에 들어오는 학생수도 자연스레 줄고 있다. 게다가 제주살이 열풍도 식으며 제주를 떠나는 이들도 는다. 서귀포의 예래초등학교도 그런 세태의 여파를 실감한다. 2021학년도 예래초 학생수는 100명을 웃돌았으나, 이젠 갓 50명을 넘긴다. 몇 년 사이의 변화다. 그 변화를 그냥 눈감고 지날 수는 없다. 움직임이 필요했다. 아니, 움직여야 했다.
간절함과 기대. 이는 예래초의 바람이다. 간절함은 학생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며, 기대는 실제로 학생수가 늘기를 바라는 욕망이다. 그런 간절함과 기대를 잔뜩 안은 행사가 지난 11일 예래초에서 진행됐다. ‘1일 개방 데이’라는 타이틀을 걸었다.
‘1일 개방 데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현실을 알리는 일이 필요했다. ‘소규모’라는 이름의 굴레는 ‘적정 규모 대상 학교’라는 이미지로 굳어지고, 수년 후에는 자칫 더 작은 학교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이런 위기 상황을 주변인들과 공유했다. 예래초를 나온 동문들, 마을 사람들, 학부모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학교를 주변에 열어젖히는 날을 만들자는 의견이 도출됐다. 그렇다고 작은 학교가 마냥 나쁜 건 아니다. 학부모 고동희씨는 자녀 셋을 두고 있다. 큰 애는 이 학교를 졸업했고 예래초에 다니는 3학년과 1학년을 두고 있다.
“작은 학교라면 사회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얘기하잖아요. 여러 명의 학생들이 있어야 사회성이 키워지고, 작은 학교는 그렇지 않다고 하죠.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작은 학교는) 엄마 품처럼 품을 수 있어요. 아이들은 자연에도 노출되고요. 학생들이 많지 않다 보니 선생님들이 일대일로 케어를 해주고, 굉장히 디테일하게 봐 주세요.”
그는 작은 학교에 대한 편견을 일축한다. 학생수가 많은 거대학교에서 볼 수 없는, 선생님과의 ‘감정 케어’가 작은 학교는 가능하다. 그러니 학생들끼리의 갈등도 적다.
“학생수가 많으면 갈등이 생겨도 곧바로 해결하기 어렵지만 예래초는 그러지 않아요. 선생님들도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아이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지켜볼 수 있어요.”
작은 것이 강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드는 얘기다. 그렇다면 학부모와 교사들의 관계는 어떨까.
“가족적인 분위기죠. 학생들 한명 한명을 너무 아껴주시니 학부모들도 서로 ‘제가 도울게요’라며 나서요.”
하지만 안타깝다. 이런 분위기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작은 학교만이 지닌 장점이 숱함에도 큰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 학부모 고동희씨는 말을 덧붙인다.
“예래초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예래초가 어떤 곳인지 알고 선택하면 좋잖아요.”
알고 나면 달라진다. ‘개방 데이’를 연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예래초를 경험한 이들은 변한다. 실제 그런 사례들이 등장한다. 다른 학교에 아이를 보내려던 학부모 가운데 예래초로 발길을 돌린 이들이 있다. 물론 학교와 학부모의 노력이 더해져서 가능했다. ‘1일 개방데이’를 열게 된 예래초의 이봉화 교장에게도 물었다. 개방데이가 갖는 의미를.
“집단지성이죠. 개방데이를 가지지는 의견이 나왔고 학교 리플릿과 홍보영상, 홈페이지도 새로 구축했어요. 또 그 다음을 생각해 봤어요. 유·초이음 연계행사가 있으니까 그때 공유하는 행사를 가지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러면서 그는 예래초등학교가 ‘신축적 통학구역’임을 강조했다. 초등학교는 고정된 통학구역에 따라야 하지만 예래초는 예외에 해당된다. 다른 지역에 사는 이들도 학교를 오갈 수 있다. 어쩌면 작은 학교가 지닌 장점이 여기서 발현된다.
“개방 데이 행사를 하기까지 학부모님들의 노력이 컸어요.”
예래초는 학교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 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없다. 학부모 스스로가 학교를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여기고, 학교 역시 학부모의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개방데이를 치렀으니, 이제 시작이다. 그 결과물은 ‘행복한 학교’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혜택은 학생들이 받는다.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행복한 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봉화 교장은 ‘지금’을 강조한다.
“학교가 지닌 강점이 있어요. 제주형 자율학교로 ‘마을 생태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내년에 3년 차를 맞아요. 이를 더 심화시켜 예래를 지킬 아이들을 길러낼 수 있도록 해야죠. 현재 진행하는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에 더 집중하고자 해요. 특히 아이들이 학교 도서관을 자랑스러워해요.”
예래초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학생수만 단순히 늘어나는 학교가 아니라, 생태마을 예래동을 아낄 수 있는 아이를 길러내려는 의지가 교사와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의 몸짓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