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혜인 청소년기자(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제주 10학년)
한국국제학교제주 픽사이클 동아리
방치 자전거 수리하며 지역에 기부
기후변화주간에 자전거 등교 ‘열풍’
개나리꽃이 피는 11월, 눈 내리는 4월. 우리는 기후변화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 것일까. 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이 속한 일주일간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 생활 실천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기후변화주간이다.
지난주 제주도 영어교육도시에선 주민들이 저탄소 생활에 동참할 수 있게 하는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 학생들에게 자전거 키링을 증정하고 지구의 날을 홍보하는 ‘BIKE FOR CHANGE’ 행사이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곳은 한국국제학교제주 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픽사이클(Fixycle, 회장 임주안)’이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만든 동아리로 2024년 3월부터 활동하고 있다. 도시내 방치된 자전거를 기부받아 수리하고 저렴하게 판매하여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지난 한 주간 비가 내린 지구의 날 화요일을 제외하고 4일동안 한국국제학교제주에서는 514명의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등교했다. 페달을 밟으며 등교한 학생들은 교문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교실에 들어갔다. 수요일부터는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져 픽사이클 동아리원들에게 먼저 달려와 헬멧과 자전거등교를 인증한 후, 추첨을 통해 아이스크림과 음료 상품권을 받는 즐거움까지, 작은 축제같은 분위기에서 이 행사가 기후위기를 향한 작지만 튼튼한 싹을 틔운 것이 분명해 보였다.
영어교육도시 일대는 등하교시간대면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는, 도심지와 같은 교통 체증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캠페인으로 인해 평소보다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첫날 95명에서 행사 마지막날 149명으로, 헬멧 착용자도 첫날 33명에서 마지막날 73명으로 늘어났다.
자가용 등교시 차 한대당 1km당 0.2kg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가정했을 때, 자전거를 이용한 학생들은 총 205.6kg의 탄소배출량을 줄였다. 이는 10그루의 나무가 1년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양과 같다고 픽사이클은 밝혔다.
주간 캠페인 종료 후 토요일인 26일에는 제주인(대표 차용석 ), 제주수눌음지역자활센터(과장 임재흡), BY100(대표 김형찬) 등 제주도의 대표적인 사회적기업과 함께 영어교육도시 근린공원 관리사무소에서 무상으로 자전거를 수리해주는 행사 ‘FREE BIKE REPAIR DAY’가 열렸다.
토요일 1시 행사 시작과 동시에 자전거를 끌고 많은 주민들이 모여들었고, 정비사와 학생들은 4시간동안 70여 대의 자전거를 수리했다. 천막에 옹기종기 모인 주민들은 수리를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동네에 자전거 수리점이 적어서 불편했는데 이번 기회에 자전거를 고쳐서 너무 좋다. 앞으로 잘 타고 다니겠다.” “이런 취지의 활동들이 정말 좋은 것 같다”, “평소에 잘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봉사 활동이다”, “자전거 고쳐줘서 감사합니다”, “잘 타고다닐게요.” 등의 응원과 감사의 말을 전했다.
BY100의 김형찬 대표는 “‘고등학생들이 자전거를 좋아한다길래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동아리를 알게 되었고,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 수리를 한다길래 쉽지 않을텐데’라며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10명의 학생들이 정말 멋지게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픽사이클 임주안 학생은 정비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제공해 주신 정비사분들과 후원해 주신 대표님들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픽사이클은 앞으로 지역아동을 대상으로 한 무료 자전거 강습, 자전거투어를 하는 외국인 통역 등의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활동계획을 전했다.
자전거 수리외에도 자전거를 기부하러 행사장을 찾은 이웃들도 많았다. 기부받은 자전거는 픽사이클 동아리 회원들이 수리하여 플리마켓, 학교바자회에서 판매하여 기금조성 후 다시 공동체로 환원할 계획이다. 실제로 2024년 추사제에서 리사이클 자전거를 판매한 수익금은 아동보호복지시설 예향원과 캄보디아 초등학생 3명에게 자전거를 기부했다. 캄보디아는 학교와 집이 멀고, 걸어서 등교하기 때문에 학교가 멀고 이동수단이 마땅하지 않을 경우 중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전거를 캄보디아에 기부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자전거에 대한 열정을 모티브로 한 픽사이클이 어디까지 페달을 밟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