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2:01 (화)
‘엄마 얼굴도 기억 못하는’ 다섯 살 배기 죽음 결국 미제로 남나
‘엄마 얼굴도 기억 못하는’ 다섯 살 배기 죽음 결국 미제로 남나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07.15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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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의붓아들 살해 혐의 고유정 항소심서도 무죄
재판부 ‘우연히 눌려 죽었을 희박한 가능성’ 인정
상고 시 대법 남았지만 책임·진실 규명 어려울 듯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지난해 3월 청주에서 발생한 고유정(37.여)의 의붓아들 사망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누군가에게 숨을 쉬지 못 할 정도로 눌려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만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는 15일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고유정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의붓아들(당시 5세)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번 항소심에서 관심 사안은 고유정이 재혼한 남편 홍모씨 아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 여부였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및 유기한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 상태. 검찰은 지난해 3월 집에서 숨진 홍군도 고유정이 살해했을 것이라고 보고 기소 혐의에 추가했다.

27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박모(51)씨에 대한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이 열린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 훼손 및 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항소심 재판부(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는 15일 전 남편 살해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청주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홍군은 2014년 10월생으로 숨질 당시 만 4세다. 홍씨가 두 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들이다. 홍군의 엄마는 아들을 낳은 지 석 달도 채 되기 전인 2015년 1월 중순 사망했다.

홍군은 그간 제주에서 할머니 손에서 키워졌다. 제주가 고향인 아빠 홍씨는 충청북도 지역에서 직장 생활을 해 젖먹이를 혼자 키우기 힘든 상황이었다.

홍군은 지난해 2월 28일 아빠, 그리고 의붓엄마인 고유정과 함께 살기 위해 청주에 도착했고 이틀 뒤인 3월 2일 오전 10시 침대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아빠 옆에서 잠든 홍군의 얼굴에는 누군가에게 눌린 정황과 코와 입 주변에 피를 흘린 흔적을 남겼다.

검찰은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고유정이 홍군도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추가 기소했다. 고유정이 남긴 문자메시지, 지난해 3월 1일 저녁부터 3월 2일 새벽까지의 정황, 외부 침입이 없는 점, 홍씨의 모발에서 검출된 수면제 성분, 외력(압착)에 의한 질식 등의 정황 증거로 홍군의 살인범으로 고유정을 지목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 살해에 대해서는 우발적인 범행으로 인정했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해왔다.

재판부의 판단은 검찰과  달랐다.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내놓은 간접 증거만으로는 고유정이 홍군을 살해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옆에서 잠을 자던 아빠에 의해 우연히 눌려 죽었을 ‘희박한 가능성’을 남겨 놓은 1심의 판단에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의견을 냈다.

두 번에 걸친 재판을 통해 홍군이 누군가에 의해 숨을 쉬지 못 할 정도로 눌려 숨졌다는 것은 인정됐지만, 누가 눌렀는지는 밝혀내지 못 한 셈이다. 검찰과 고유정 측의 상고 시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있으나 1심과 항소심을 놓고 볼 때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년 간 떨어져 살던 아빠와 살기 위해 청주로 향했던 다섯 살 배기 홍군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채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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