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검찰,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혐의 무죄 ‘뒤집기 카드’ 꺼냈다
제주검찰,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혐의 무죄 ‘뒤집기 카드’ 꺼냈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05.20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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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 20일 항소심 2차 공판 속행
검찰, 증인 신문 통해 ‘아빠 몸에 우연히’ 가능성 희박 주장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지난해 전 남편과 지금의 남편 아들(당시 5)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7·여)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증명하는데 주력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는 20일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피고인 고유정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을 속행했다.

고유정은 1심 재판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및 유기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를 받았다. 의붓아들 홍군이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될 때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집 안에 홍군이 아빠와 고유정 등 3명 밖에 없었지만 1심 재판부는 함께 잠을 자던 아빠의 무의식적 행위로 인한 질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유정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찰은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다.

제주지방검찰청.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검찰청. ⓒ 미디어제주

검찰은 이날 항소심 공판에서 증인 5명을 내세워 신문하며 지난해 3월 2일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홍모군이 고유정에 의해 살해됐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법의학자인 이정빈 서울대 의과대 명예교수와 양경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중앙법의학센터장, 경력 28년의 한석주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외과 과장에 대한 신문을 통해 피해 아동이 함께 자고 있던 아빠 홍모(38)씨의 몸에 ‘우연히 눌려’ 숨졌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함을 주장했다.

피해 아동이 복용한 감기약 성분으로 인해 아빠의 몸에 눌려 숨을 못 쉬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못해 숨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기 위한 것이다.

이정빈 명예교수는 이날 공판에서 자신이 가지고 온 인형을 이용해 숨진 홍군이 어떻게 눌렸을지를 재판부에 보여주기도 했다.

이 명예교수는 누군가 침대에 엎드린 채 누운 홍군의 등위에 올라타 머리를 바닥으로 향하게해 강하게 눌렀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가슴과 얼굴 중 눈가 등에서 나타난 점상출혈과 상대적으로 핏기가 없는 하얀 뺨을 들었다.

20일 피고인 고유정(사진 네모안)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이 열리는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 미디어제주
20일 피고인 고유정(사진 네모안)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이 열리는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 미디어제주

이 명예교수는 질식의 경과를 예로 들며 “등에 올라타 머리 뒷부분을 강하게 누르면 숨을 쉬지 못하는 만 4세 아동의 강한 저항이 쉽게 제압된다”고 말했다.

이어 “점상출혈은 압박에 의해 심장이 압력을 받아 생긴 것이고 얼굴은 피해 아동이 경련 후 호흡정지 상태에 접어들자 사망한 것으로 생각해 누르던 것을 풀었기 때문”이라며 “호흡이 정지된 상태에서도 짧게는 3분 길게는 10분까지 심장이 뛰면서 눌렸던 얼굴에 피가 돌아 하얗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명예교수는 고유정의 변호인이 “(피해 아동이) 감기약을 먹고 침대 위에서 푹신한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쓴 상황도 가정한 것이냐”고 묻자 “이번 사건은 심장이 눌려야 발생하는 것이다. 이불을 덮고 안 덮고는 상관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양경무 센터장은 피해 아동이 엎드려 자고 있다가 옆에서 자던 아빠의 몸에 눌려 숨진 게 아니냐는 부분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양 센터장은 “홍씨가 자면서 숨진 아들의 뒤통수와 가슴 부위를 (몸으로) 덮었다면 어느 부위로 누를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홍씨의) 가슴이나 등 등 평평한 몸통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아이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지속해서 눌리고 탈출 등 자구 노력도 못할 정도로 누르려면 상당 시간을 눌러야 한다”며 “(홍씨가) 무의식적으로 누르려면 수면상태가 너무 깊게 들어가 깨지 않는다는 가정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어른이 가슴이나 등으로 만 4.3세의 아동을 누르면 잠결에라도 불편감을 느끼게 되고, 뒤척이면 밑에 있던 아이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아이가 잠이 들고 계속 힘이 가해지는 이례적인 상황이라면 가능하겠으나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가정에 가정을 더한 가능성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정빈 “등에 올라타 뒷머리 강하게 눌러 저항 제압”

양경무 “가정에 가정을 더한 ‘이례적 상황’이면 가능”

한석주 “유사 사례 영아급성사망증후군 만 1세 미만”

한석주 과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함께 자던 아빠의 몸에 눌려 숨진 사례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과장은 “이와 유사한 게 영아급성사망증후군인데 내가 관련 논문을 찾아보니 32개를 찾았다”며 “이 중 32개가 만 1세 미만 영아이고 1개는 2살까지 범위를 넓혔지만 아동이 1살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숨진 홍군의 아빠가 키 165cm, 체중 65kg인 점을 거론하며 “몸에 눌려 질식했을 가능성이 없느냐”고 묻자 “(아빠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몸을 올리고 팔과 다리 사지를 모두 공중에 띄워 무게를 집중한다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홍군이 복용한 감기약의 클로르페니라민 성분으로 잠결에 눌려 사망했을수도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클로르페니라민의 수면 작용은 매우 미미하다”며 “크로르페니라민 성분은 1949년부터 시판됐다. 오랫동안 많이 쓴 것은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걸로 아이가 (그정도로) 잠이 들었다고는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이 숨진 홍군의 체격이 만 3세에 가깝다는 추정을 근거로 “클로르페니라민 성분으로 만 3세 아동이 잠에 깊게 빠지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조금 졸린 정도다. 쉽게 잠이 들 수 있는 정도지 수면 단계가 더 깊어지는 게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이 외에도 조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과 이상헌 제주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홍씨의 모발에서 검출된 약물 성분 및 고유정 자택에서 압수한 컴퓨터 이미지 복원 작업 등에 대해 증언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달 17일 오후 피고인 고유정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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