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인 “우발적 사고”·의붓아들 사건 “모르는 일”
“재혼한 남편 약봉지 갖다 준 뒤 초동수사 미흡 사라져”
“너무나 험악한 여론과 무자비한 언론” 등 강한 불만도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와 청주서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7.여)이 검찰과 언론이 자신을 잔혹한 범죄자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은 17일 오후 속행한 항소심(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 결심공판에서 피고인 최후 진술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고유정은 “저는 A군(숨진 의붓아들, 당시 만4세)을 죽이지 않았다”며 “(당시 집 안에 있던) 두 사람 중 하나인데, 내가 아니면 상대방이다. 자꾸 나로 몰고 있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어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 기자들도. 어느 누가 내 얘기에 귀를 기울이겠느냐”며 “결국 내가 여기서 억울하게 뒤집어써야 하는 것이냐”고 이야기했다.
고유정은 검찰이 주장하는 ‘계획적 범행’에 대해 “그 어떤 계획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자신이 살해한 전 남편(당시 36)의 경우 아들(5)과 법원이 정한 면접교섭 때문에 만났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살해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들과의 만나기 위해 미리 잡아둔 제주시 조천읍 소재 펜션까지 따라온 전 남편이 저녁 식사 뒤 자신을 성폭행 하려 하자 저항하는 과정에서 손에 잡힌 흉기를 휘두르게 된 ‘우발적 사고’라고 1심과 같은 주장을 내놨다.
고유정은 “우발적인 상황에서 전 남편이 죽게 된 것으로 둘이 만나는 것은 (면접교섭일을 정한) 법원이 아는 상황인데 완전범죄를 꾸몄다는 것은 수사기관의 비난을 (나에게) 돌리기 위한 고의적인 상상이 아니냐”고 자신을 기소한 검찰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고유정은 “크게 잘못한 일에 대한 대가는 제대로 치르겠고 유족과 피해자에게 죄송스럽다. 정말 사죄드리고 싶다”고 울먹였다.
사체 훼손에 대해서는 “사건이 발생하고 당황해 갑작스레 벌어진 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은 (재혼한 남편에게) 이해받을 시간을 벌기 위해 그런 것이다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훼손된 사체를 어떻게 유기했는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청주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서 드릴 말이 없다. 정말 아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재차 울먹였다.
고유정은 재혼한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언론에 대한 불신 등도 피력했다.
고유정은 “구속 이후 오랫동안 현 남편(재혼한 남편)을 믿고 의지했는데 그가 내게서 마음을 돌렸고 그 사람이 집에 있던 약 봉지를 경찰에 갖다 줬다고 한다”며 “이후 수사기관의 초동 수사 미흡이 언론에서 사라졌다”고 담담한 어조로 풀어갔다.
또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이 나를 믿어줬지만 험한 여론에 못 견뎌 결국 나만 혼자 남게 됐다”고 했다.
최후 진술 과정에서는 모 언론이 자신을 찾아와 아들의 이름을 들먹이기도 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고유정은 “이제 내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세 분의 판사(항소심 재판부)님”이라며 “너무나 험악한 여론 때문에, 무자비한 언론 때문에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과 다른 생각을 갖기 부담되실 것”이라고 재판부의 이해를 구했다.
이와 함께 “한 번 더 생각해 달라. 오직 내 아이를 위한 한 가닥 희망”이라며 “판사님들이 어렵겠지만 용기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고유정 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는 오는 7월 15일 오전 10시 선고공판을 속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