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시기 ‘선거운동’과 ‘정당 활동’ 명확히 구분할 수 있나?
총선 시기 ‘선거운동’과 ‘정당 활동’ 명확히 구분할 수 있나?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0.02.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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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 “현직 지사로서 선거운동 제약 … 정당활동 범위 역할만”
[미디어窓] “선거법 위반 책임지겠다”던 원 지사, 아슬아슬 ‘외줄타기’(?)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헤쳐 모여!’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얼어붙은 정국 상황에도 ‘총선 시계’는 여전히 쉼없이 돌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원희룡 지사도 보수 야권의 통합신당인 미래통합당의 최고위원을 맡게 됐다.

지난 지방선거 때 “도민만 바라보겠다”면서 바른미래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당선된 원희룡 지사다. 당선된 후에도 그는 줄기차게 문재인 정권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끊임없이 ‘보수 통합’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 그가 지난 14일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을 맡게 된 데 대한 입장을 정리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언론 보도에서 그가 지사직을 계속 수행할 것인지 등에 대한 거취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한 답변인 셈이다.

원 지사는 이 글에서도 “일찍이 지난해 8월 야권통합을 제기하고 올해 1월 혁신통합위원회에 힘을 보태기로 한 바 있다”면서 “어떤 위치인지에 관계없이 통합정당이 미래 혁신으로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할 책임을 느낀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현직 지사로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기에, 선거운동이 아닌 정당활동 범위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직 지사로서의 직무를 소홀함 없이 수행하겠다”면서 “코로나 재난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위한 혁신을 해나가는 것, 그것은 도민과의 약속일 뿐만 아니라 제가 야당 소속 지사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애초 그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던 그가 자신의 약속을 이미 파기해버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제주도청 기자실을 방문,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지난해 9월 제주도청 기자실을 방문,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원 지사 자신이 언급한 지난해 8월 야권 통합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도 그는 “프레임 싸움에서 우리(보수)가 민심에 서야 한다. 저쪽(문재인 정부)은 권력이고, 우리는 민심”이라면서 “보수 강세지역과 수도권 경합지역의 양편 노를 힘차게 저어야 한다. 비록 제주도에 있지만 제주도민들의 민심과 함께 지원하고 역할을 하겠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발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질문을 받은 그는 “이게 선거법 위반이라면 책임을 지겠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해당 발언이 선거중립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공지한 공문을 받고서도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었다.

최근에는 도내 청년들을 위한 취‧창업 교육기관에서 피자를 돌리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특정업체의 죽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도선관위가 검찰에 원 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미 검찰에 고발된 상태인 원 지사는 앞으로의 발언과 행보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본인은 “선거운동이 아닌 정당활동 범위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상 총선 정국에서는 정당의 모든 활동이 총선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원 지사가 얘기하는 선거운동과 정당 활동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가 애매모호하다. 여기에다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넘나드는 원 지사의 발언과 행보 때마다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져야 하는 선관위를 비롯한 사법기관 뿐만 아니라 도민들도 매번 가슴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총선 정국에서 보수 야권 통합신당의 최고위원을 맡게 된 그가 사실상 ‘선거운동’과 ‘정당 활동’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제라도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게 애초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했던 자신의 약속을 걷어차버린 그가 도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도리다.

매번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정쟁으로 치부하면서 정치인으로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자 하는 거라면 그야말로 ‘도민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도민을 이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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