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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산행', 아름다운 도전이 시작된다
장애인들의 '산행', 아름다운 도전이 시작된다
  • 김두영 기자
  • 승인 2009.03.16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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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 <10> '장애인 오름동호회'의 오영종씨의 '희망 찾기'

최근 제주도내 장애인들이 오름을 오르기 위해 모임을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이 장애인 오름동호회의 회장을 맡은 오영종씨. 그도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 2급이다.

그는 얼떨결에 오름동호회의 회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지만, 부담스럽다거나 싫어한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운 듯이 장애인 오름동호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전 제주특별자치도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운영하던 오름동아리에서 활동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오름동호회 회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만장일치로 제가 회장이 됐죠. 마땅히 거절할 명분도 없고 평소 운동하는 것도 좋아해서 회장직을 맡게 됐어요. 지금은 지체장애인 협회에서 분리해 새로 오름동호회를 조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이 장애인 오름동호회에 가입한 회원은 지체장애인 26명과 평소 알고지내던 자원봉사자 등 2명을 포함해 28명에 이른다. 처음 몇명 되지 않았는데, 그의 집요한 설득과 모임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로 어엿한 '모임'이 구성된 것이다. 회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하여 모집하고 있다.

"이달까지는 계속해서 회원을 추가적으로 모집하면서 회원명단을 정리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음달인 4월부터 적어도 한달 한번 오름에 나갈 생각이고요. 아마 다음달에 오름에 나갈 때는 회원들이 장애인들을 도와줄 자원봉사자까지 포함해 40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어요."

그는 "지체장애인협회가 아닌 독립적인 오름동호회가 만들어진 만큼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오름 산책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점차 확대시키겠다"고 말했다.

비장애인들과는 달리, 장애인들이 오름을 올라가는 것에 대해 사실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이동속도에서부터 다를 것이고, 모임 운영의 일사불란함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에 회원으로 가입한 이들 중에는 이미 오름에 올라가 본 사람도 많다. 그러나 첫 등반은 참여한 장애인회원 모두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해 비교적 험하지 않은 오름을 택할 생각이다.

오름 등반을 통해 작게는 회원들간 우의를 도모하고, 넓게는 장애인들이 자신감을 갖고 사회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몸이 불편하니까, 마냥 사회적 수혜자의 입장이 아니라, 능동적 주체로 당당히 서보겠다는 욕심이 크다.

오영종씨가 오름동호회를 열심히 운영하는 것은 자신 역시 한차례 큰 고비를 넘겨야 했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2급 장애인이라는 등급판정을 받은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6년전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생사의 기로에 빠졌다. 그 당시 주위사람들과 가족 담당의사도 포기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였다고 한다. 생사를 오가는 큰 부상을 입은 그는 기적과 같이 다시 회복됐다. 비장애인들 보다는 활동하는데 있어 불편함이 있지만, '마음을 회복'을 한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사고를 당했을 때 꿈을 꿨어요. 제가 길을 가는데 소암 현중화 선생님(서귀포 법환동 출신 서예가)이 나타나셔서 대나무로 저를 마구 때리면서 '아직 네가 올때가 아니다. 돌아가!'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꿈을 꾸고나서 의식을 되찾았죠. 그래서 현중화 선생님이 절 구해주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영종씨는 그 사고로 자신은 한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 후 현중화 선생의 질책을 되새기며 집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수묵화를 그리며 마음을 다스린다. 요즘 수묵화를 배우는데 푹 빠졌다.

사고당시 끔찍했던 기억, 그리고 이를 딛고 일어선 과정을 설명하는 그 역시 '오름동호회'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 활짝 웃음이 펴졌다.

"이 오름동호회는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얻은 후 처음 맡게 된 일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어요?"

다른 장애인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집에만 있어서야 되겠어요? 당당하게 밖으로 나가 다양한 활동을 해야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비장애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만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면서 자신이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고도 다양한 활동을 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장애인이라고,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못할 일은 없어요. 예전 서귀포 지체장애인협회에 있을 때에는 서귀포시에 요청해 매해 200그루의 동백나무를 받아서 시내 곳곳에 심기도 했고, 또 축제가 있을 때에는 부스를 하나 빌려 장터를 열러 협회의 지원금을 충당하기도 했죠. 물론 몸이 불편하면 일을 하는데 힘들긴 하겠지만 마음만 받쳐준다면 큰 문제는 없어요."

그는 사실, 이러한 일 말고도 미디어제주가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의회와 3년전부터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아름다운 동행, 함께하는 제주기행' 행사에 거의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이다. 이 행사 참여를 통해 장애인들이 겪어야 하는 사회적 불편요소를 몸소 찾아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간 '소통'을 주선하기도 한다.

자신의 삶은 언제나 도전이라고 말하던 오영종씨. 이번 '오름등반'이라는 새로운 목표와, 끊임 없는 도전, 이것이 현재 그가 살아가는 철학이다. 그와 함께 할 '오름등반'에, 첫 등반에 대한 회원들의 설레임도 무척 큰 듯 하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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