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빛을 잃어 보이지 않는 그 어둠의 길에 전기수리차 한 대가 들어선다. 전기수리공들은 하나둘 씩 차에서 내린 다음, 전기수리차에 달린 좁은 크레인 바구니에 올라 타, 빛을 잃은 전기를 고치기 위해 전봇대로 서서히 올라간다.
혹시 모를 고압으로 인한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안전모를 쓰고 두꺼운 고무 장갑을 손에 끼우고 그 위에 가죽장갑을 겹겹이 끼운다.
이렇게 전기수리공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과의 대부분을 전봇대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작업을 한다. 몸에 안전장치를 두르니, 작업을 하는데 움직임도 불편하고 전봇대에 매달린 채 아래를 바라보면 머리가 '어질어질'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높은 곳에 있으면 무섭지 않냐고요? 처음 전봇대에 매달려 있을 때에는 다리가 '휑~'하고 발에 밟히는 게 없으니깐 무서웠죠.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한 후 바로 취직해 16년 동안 전봇대에 오르다 보니 이젠 무섭지 않아요."
전기수리업체 주식회사 '현우전설'에 근무하는 전기수리공 장천필(36)씨는 '높은 곳에 하루종일 매달려 있으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달려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육체적인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동시에 오는 복잡미묘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평도 안되는 크레인 바구니에 안전장치를 몸에 두르니, 몸이 둔해지고 움직임이 불편해 육체적 피로가 2배 더 힘들다고 했다.
높은 고압의 전기를 고칠 때에는 자칫 잘못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항상 마음이 '두근두근', 그에게 이 일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는 만약, 안전장치를 두르지 않은 몸의 부분에 쇠종류의 물품이 닿기라도 하면 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수없이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전자파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이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다부진 표정으로 말했다.
"요즘 사람들은 전기가 없으면 누구도 못 살아요. 빛을 잃은 어둡고 깜깜한 장소를 제가 작업해 다시 빛을 밝혀줄 때, 쾌감과 보람을 느껴요. 세상의 모든 것이 밝아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웃음)"
그의 희망사항은 바로 할 일이 넘쳐나 회사 사정이 좋아져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올해 희망사항은 어쩌면 모든 노동자가 바라는 요구사항일지도 모른다. 요즘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거리가 점차 줄어들어 돈 한 푼을 벌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세상에 빛을 밝혀주는 그 보람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기 위해 오늘도 일거리는 없지만, 거리가 생기면 바로 투입될수 있도록 전기수리 장치들을 점검하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희망의 빛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어제와 같은 작업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미디어제주>
<박소정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