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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죽든 말든, '바닥깔개'마저 다 내놓으라구요?"
"굶어죽든 말든, '바닥깔개'마저 다 내놓으라구요?"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10.15 16: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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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도청 앞 '단식농성장'에 또다시 2차계고장 '충돌' 우려

강동균 서귀포시 강정마을회 회장이 해군기지 건설 철회를 촉구하는 단식을 시작한지 6일째인 15일.

이날 오후 2시40분께 김용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이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단식농성장이라고 해봐야, 바닥에 스티로폴과 판자 몇개 붙여놓은게 고작이다. 비가 올 경우에 대비한 비가림 하나 없다.

지난 13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유일한 비가림을 모두 철거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4차 IUCN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김용하 의장은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막바로 이곳을 찾아 강동균 회장과 자리를 함께 했다.

10여분간 앉아있으면서도, 둘은 가벼운 악수와 안부만 주고 받았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당 지역구 의원이기도 한 김용하 의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 김용하 의장은 뾰족한 수를 제시하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만 앞선 모습이었다.

농성장 위로를 마치고 자리에 떠나는 김용하 의장은 최근 단식농성까지 이어지게 된 일련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현지에 있을 때 천막농성이 끝남과 동시에 단식농성으로 이어지고, 천막 강제철거 등의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이 소식을 듣고 정말 가슴이 아파 위로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농성장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김용하 의장의 방문이 있고 난 후, 농성장에는 이들의 투쟁을 위로하기 위한 발걸음은 간간이 이어졌다.

김혜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도 전날에 이어 농성장을 찾아봤다. 그는 제주도당국의 지나친 과민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지난 14일 한때 탈진해 쓰러져 링거주사에 의지하기도 했던 강동균 회장은 아직은 버틸 수 있다는 듯,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았다. 방문객들이 없을 때는 책을 읽는다.

그런데 농성장 주변은 또다시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이 또다시 강제철거를 할 기세이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이날 농성장에 다시 두번째 계고장을 놓고 갔다.

지난 13일에는 단식농성장에 설치된 천막과 '김태환 퇴진' 깃발을 강제철거한지 며칠 되지 않아 또다시 '계고장'을 들며 강제철거를 할 태세다. 누가 단식농성을 하든 말든 길거리에 깔고 앉아있는 스티로폴 마저 내놓지 않는다면 17일 예정된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이전에 또다시 강제철거로 한바탕 소동이 빚어질 전망이다.

강동균 회장과 함께 1일 단식농성에 나선 한 시민은 계고장이 든 봉투를 가리키며 쓴웃음을 짓는다.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고, 해군기지 반대라고 하면 무조건 적대시 하는데, 농성을 하겠다고 하니 천막을 철거하더니만, 이젠 그냥 노상에 앉아있는 것도 안된다고 하네요. 정말 기가 막혀서. 제주도당국의 행태는 전국 어느 시.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꽉막힌' 행동만 돌발하고 있으니 정말, 저런 사람이 공무원이 맞나 의심이 드네요."

외국 출장에서 돌아온 김태환 제주지사가 아침 출근을 시작하는 16일 오전에는 또다시 법을 들먹이며 농성장 사람들을 내쫓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방문객들도 있었다.

일을 하루 쉬고 이곳에 들렀다는 또다른 시민은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공무원은 없고, 눈치를 보다가 밀어붙이기가 필요하면 맨 앞에서 '쇼맨십'을 통해 충성경쟁을 하려는 공무원들만 많으니 정말 제주의 미래가 참담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인도 위에 놓여진 2차 계고장. 하나 뿐인 바닥깔개 마저 송두리째 빼앗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이나, 농성장 분위기 또한 여전히 강경해 또 한바탕 충돌이 우려된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 박소정 기자/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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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0-16 09:36:31
김혜자특별자치도의원 일찍도 방문하셨네요.
그저 '안타깝다'가 담니까?
뭐라도 해야지요. 분발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