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8:24 (금)
"울화통이 터진다!" 단단히 화난 강정주민들
"울화통이 터진다!" 단단히 화난 강정주민들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10.14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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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단식농성장 강제철거 규탄 촛불문화제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의 단식농성장 강제철거 소식에 강정마을 주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13일 오후 7시, 해군기지 건설 철회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서귀포 강정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제주도청 앞에 도착한 마을 주민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강하게 항의했다.

마을 주민들은 인위장벽이 쌓인 제주도청 앞에 서서 제주도당국을 향해 목청이 찢어지도록 외치며 질타했고, 대부분 얼굴이 굳은 채 화가 잔뜩 난 표정들이었다.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 때문일까? 마을 주민들은 더욱 더 강하게 항의했고 울화통을 삭이지 못했다.

특히,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하는 강정주민들이 설치한 최소한의 비바람막이 천과 파래트 등이 강제 철거된 잔재들을 보고 있자니, 강정마을 주민들은 더욱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듯 했다.

#"생업에 피해를 보더라고 끝까지 투쟁할 것"

이렇게 30분이 지나서야 해군기지 건설 철회와 단성농성장 규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촛불문화제는 시작됐지만,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마을 주민 일부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제주도청을 향해 목청껏 규탄했다.

특히, 강동균 회장의 어머니가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 아들이 당한 수모에 화가 났는지, 아주 거칠게 항의했다. 하지만,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이들의 감정을 추스리면서 다소 진정된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촛불을 환하게 밝혔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강정마을 주민을 비롯해 천주교제주교구 평화특위,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 기장 제주교회와 사회위원회, 제주군사기지범도민대책위 등이 참석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자유발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양홍찬 제주 강정마을회 해군기지반대 대책위 위원장은 이날 자유발언을 통해 "정말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제주특별자치도의 '공권력 행사'에 강정마을 주민들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규탄했다.

그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까지 해야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거듭 토로하다, "주민들과 대화를 하지 않고 이런 상태로 계속 추진한다면, 우리의 반대투쟁은 더욱 더 강해질 것이고 피를 부르는 상황까지 치달으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또 "우리는 절대 포기할 수 없으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반드시 하나가 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생업에 피해를 보더라고 우리마을의 자존과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강봉균 제주진보신당 제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의 자유발언이 시작됐다. 강봉균 위원장은 "주민들이 지역현안에 대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제주도청 앞에 수없이 농성장을 설치해왔으나,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한 경우는 없었다"며 "제주도당국에 대한 강제철거에 심의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제주도청은 신성한 자리가 아니다. 이제는 강정주민들과 도민들의 한을 풀기위한 장소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 자리를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며 이 자리를 지키면서 싸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또 "앞으로 어려운 투쟁이 될 수도 있지만,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수도 있지만, 모두 함께 힘을 내서 어떻게 이 싸움을 머리를 맞대고 함께해야 하는지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쌀쌀한 가을 밤, 강동균 회장 노상 단식투쟁 계속 이어져

촛불문화제에서 만난 강정마을 주민은 "울화통이 치밀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어요. 울화통이 터져버릴 것 같아 분을 삭이지 못하겠다"며 "정말 제주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강정마을 주민들은 말이 건네기가 무서울 정도로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물어보지 않아도 그들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가 있었다.  

촛불문화제가 끝났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무거운 지, 그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쌀쌀한 가을 밤, 여전히 제주도청 정문 앞에는 인위장벽을 쌓게 한 후, 폴리스라인까지 치며 이들의 도청 앞 진입을 막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청 맞은편 인도에는 이불 하나에 의지한 채 단식농성을 하며 밤을 지새는 강동균 회장과 강정마을 주민, 그리고 시민단체 회원들이 있었다.<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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