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이사장 임명 두고 제주도-4.3평화재단 갈등? 고희범 이사장 사퇴
이사장 임명 두고 제주도-4.3평화재단 갈등? 고희범 이사장 사퇴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1.01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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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지사가 이사장 임명권 갖는 내용 조례 개정 추진 중
제주도 "재단 운영 투명성 지속 지적 받아 ... 책임 강화해야"
고희범 "4.3평화재단 정치적 중립성 훼손될 것" 강하게 반발
제주4.3평화공원 전경.
제주4.3평화공원 전경./사진=제주4.3평화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4.3평화재단의 이사장을 지사가 직접 임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현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조례 개정이 이뤄지고 평화재단 이사장을 지사가 직접 임명하게 될 경우 평화재단의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 결국 이사장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1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현재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제주4.3평화재단의 선출직 이사와 이사장을 지사가 직접 임명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전까지 제주4.3평화재단의 이사장은 정관에 따라 이사회에서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장을 선출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다만 최근에는 공모를 거친 이들을 임원추천위원회가 심사를 해서 추천을 하면, 이사회가 의결을 하는 방식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방식에서 지사가 직접 이사장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것에 대해 제주도는 “지금까지 재단운영의 투명성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과거부터 제주4.3평화재단과 관련해서는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나 경영평가 과정에서 재단의 투명한 운영이라던지 중장기발전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반복돼 왔다”며 “이 때문에 지금의 체제에서 벗어나 책임경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례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례 개정에는 최근 논란이 됐던 지방공기업평가원에서 수행한 제주4.3평화재단에 대한 심층 컨설팅 결과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해당 컨설팅은 평화재단의 업무를 다른 기관들에서 수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4.3평화재단이 없어도 된다’는 수준의 결과를 내놓으면서 도내 4.3단체와 평화재단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이 컨설팅은 이외에도 재단의 인력구조 개편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내용도 이번 조례 개정 추진 과정에서 참고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그러면서 “제주도내에 출자출연기관이 많은데, 제주도지사에게 임명권이 없는 곳은 평화재단이 유일하다”며 “1년에 예산도 국비를 포함해 13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이처럼 막대한 재원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기관장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임명권도 없다보니, 이와 같은 부분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주4.3평화재단 이사진에서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3평화재단의 이사장을 지사가 직접 임명하게 되면 평화재단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조례 개정안의 내용을 파악하고 지난달 30일 오영훈 지사를 만나 이와 같은 우려를 전했다. 하지만 고희범 이사장에 따르면 오영훈 지사는 면담에서도 조례 개정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고 이사장은 결국 사퇴 뜻까지 밝혔다.

고희범 이사장은 <미디어제주>와의 통화를 통해 “4.3평화재단은 4.3 해결의 국가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4.3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이라며 “그런데 이것을 다른 출자출연기관과 똑같이 지사가 이사장과 이사를 다 임명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할 4.3평화재단이 정쟁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고 이사장은 “4.3평화재단은 결국 제주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사장을 임명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의 존립이 위협을 받는다. 평화재단도 이처럼 될 수 있다. 특히 제주도지사가 자기 사람을 평화재단 이사장으로 임명하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도 했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중립성 훼손 지적에 대해서는 “제주도 감사위원회 위원장의 임명권도 제주도지사에게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사위원회의 중립성이 훼손되진 않는다”며 “제주4.3평화재단은 고유목적의 사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주도정에서 좌지우지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조례 개정과 관련해서는 “아직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제주4.3평화재단 등과도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면서 조례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늦어도 올해 중으로는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점도 밝혔다.

한편에서는 이번 조례 개정 추진을 통해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의 갈등이 커지고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어, 이번 조례 개정 추진 과정에 더욱 많은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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