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제주4.3 정치화 명약관화 … 약속도 어긴 제주도, 뭐가 급했나?”
“제주4.3 정치화 명약관화 … 약속도 어긴 제주도, 뭐가 급했나?”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1.02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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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4.3평화재단 조례 개정 추진, 고희범 반발
"지사가 임명하면 책임성 강화? 무슨 관련이 있는가"
"평화재단, 국가 책무 수행 ... 지사 임명권은 취지 어긋나"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2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2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제주4.3평화재단의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를 도지사가 직접 임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제주도의 조례 개정 사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강한 비판의 말을 내놨다.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2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가 2일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간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은 현재의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 이사장으로 전환하고, 아울러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에 대해 공개 모집 후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는 공개 모집 후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을 하면 이사진이 의결하고 도지사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즉 이사장을 이사진이 선출하는 것에서 도지사가 임명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조례 개정의 이유로 ‘책임성’을 들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도내 다른 출자출연기관과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4.3관련 정책과 실행에 대한 도정의 책임을 강화하며, 책임있는 재단 경영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 이사회 구성과 선임 과정의 투명성 강화와 유족 및 도민 의견 반영도 조례 개정의 이유로 제시됐고, 아울러 다른 출자출연기관의 경우는 모두 도지사가 임명권을 갖고 있다는 점 역시 이번 조례 개정의 필요성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례 개정에 대해서 제주4.3의 정치화 및 도지사의 선거공신 자리 만들어주기 등의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 

고희범 이사장은 이에 대해 반발하면서 먼저 제주4.3평화재단의 이사장이 왜 비상근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고 이사장은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이사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4.3영령들과 유족들을 위로하고 4.3의 남은 과제를 해결하는 일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또 헌신과 봉사에 기초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일이라는 판단에 따라 무보수 봉사직으로 이사장직이 수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임 이사장이 아니라서 책임경영에 문제가 있는 것 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평화재단은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나 감사위원회 감사, 공기업 경영평가 등에 충실히 임해왔고,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여 개선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왔다. 경영평가에서도 최근 5년 동안 ‘나’ 등급 또는 ‘다’ 등급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았다. 이사장이 비상임이라 책임경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헌신적으로 무보수로 일해온 역대 이사장의 노고를 근거없이 폄하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고 이사장은 또 “이사장과 이사를 도지사가 임명하는 것이 책임경영 강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 이사장은 또 평화재단과 다른 출자출연기관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 이사장은 “제주4.3평화재단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독립적인 재단법인으로 설립이 됐다”며 “이에 따라 사업비는 국비로, 재단 운영비는 도비로 예산이 편성됐다. 하지만 2014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불가능해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4.3특별법 개정을 통한 제주도의 지원 근거 마련 이전까지 재단은 한시적으로 제주도의 출자출연기관으로 지정고시됐다. 이후 2016년 4.3특별법 개정에 따라 재단에 국가와 지자체가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전임 원희룡 도정에서 출자출연기관 해제를 하지 않아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이사장은 그러면서 “4.3 해결을 위한 국가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4.3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평화재단이 과연 제주도의 출자출연기관으로 어울리는 일인지도 의문”이라며 “4.3해결을 위한 국가 단위의 기관이 한 지방의 기관으로 격하되는 결과를 감수하면서도 도지사가 이사 임명권을 갖겠다는 것은 재단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고 이사장은 또 제주도가 평화재단 및 제주도의회와의 약속도 어기고 조례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고 이사장은 “10월31일 제주도와 도의회, 재단 실무자들이 모인 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제주도의회의 중재에 따라 조례 개정안에 대한 재단의 의견을 11월 9일까지 제출하고, 이와 관련한 협의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를 팽개치고 2일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무엇이 그리 다급한가? 도의회의 중재안까지 무시하면서 조례 개정을 강행하는 태도를 보면서 독단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 이사장은 이어 “저는 4.3의 정치화라는 불행하고 부끄러운 결과가 명약관화하고, 4.3 정신을 뿌리부터 뒤힌들 조례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도지사 임명권을 확보하기 위해 4.3해결이라는 국가 책무를 가볍게 만드는 조례 개정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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