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4.3 갈등 속, 의견수렴도 부족 ... 제주도, 그래도 조례 개정 강행
4.3 갈등 속, 의견수렴도 부족 ... 제주도, 그래도 조례 개정 강행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1.27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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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이사장 임명권 조례안 곧 제주도의회 제출
일부 내용 수정 ... 실효성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4.3 관련 기관 및 단체 사이에 갈등을 심화시켰던 ‘제주도지사의 4.3평화재단 이사장 임명권’ 내용을 담은 조례안이 조만간 제주도의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최근 입법예고가 마무리된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을 오는 30일 쯤 제주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례 개정안은 지금까지 갖은 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조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주요 내용은 현재의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 이사장으로 전환하고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를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공개모집을 통한 경쟁방식으로 후보자를 선발한 뒤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평화재단 이사회에서 의결 후 제주도지사가 승인하는 형태로 이사장 임명이 이뤄졌다. 하지만 조례의 개정이 이뤄지면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 이후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사가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제주도가 이와 같은 조례 개정에 나선 이유로 제주4.3평화재단의 ‘책임성’ 강화를 들었다. 이전부터 평화재단의 경영 및 투명한 운영의 부재와 중장기발전계획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 등이 있어왔기 때문에, 지사가 임명하는 상임 이사장 체제로 전환해 이와 같은 지적사항을 해소하겠다는 차원이다.

하지만 조례 개정 추진 소식이 들려오자 제주4.3평화재단 측에서 반발했다. 이와 같은 개정이 이뤄지게 되면 4.3평화재단 이사장의 자리에 지사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임명되면서 4.3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나아가 4.3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조례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마찰이 발생했다. 해당 조례 개정에 대해 평화재단의 반발이 이어지자 제주도의회가 제주도와 평화재단 사이 중재에 나섰고, 이를 통해 11월 9일까지 평화재단이 조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면 이를 통해 관련 협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 중재와는 달리 지난 2일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평화재단 측은 “제주도가 도의회의 중재안을 무시하면서까지 조례 개정을 나서려 한다”고 다시 한 번 칼날을 세웠고, 제주도는 “평화재단 의견은 입법예고 기간에 내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갈등은 깊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당시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제주도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사퇴를 했다. 뒤를 이어 오임종 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이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직을 이어갔지만, 오임종 직무대행 역시 평화재단 이사진과의 갈등으로 결국 사퇴했다. 평화재단 이사진이 거듭 조례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자 오임종 전 직무대행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결국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사퇴한 것이다.

오임종 전 직무대행은 이 과정에서 “평화재단이 4.3영령 팔이를 하고 유족들을 들러리나 세운다”고 비난했고, 그 외 4.3유족회 인사 역시 “평화재단 이사진이 오만의 극치를 보인다”며 질타했다. 이어 평화재단 이사진에서 유족회 인사들이 모두 사퇴했다. 결국 이번 조례안을 두고 평화재단과 제주도의 갈등이 평화재단과 유족회의 갈등으로까지 옮겨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해당 조례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끝났다. 이 기간 동안 접수된 의견은 겨우 9건에 불과했다. 입법예고 기간을 통해 해당 조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던 제주도의 입장이 궁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제주도는 이어 오는 30일 도의회에 해당 조례안을 제출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4.3과 관련해 상당한 갈등을 불러일킨 사항을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는 꼴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의 원인이 ‘제주도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조례 개정을 강행하고 있는 것에 있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강행 움직임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다만 제주도는 조례 개정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하기 이전에 내용을 다소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개정안은 이사장을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면 이후 도지사가 임명하는 형태라면, 수정안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 이후 도지사가 평화재단 이사진의 의견을 받고 임명을 하는 식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정안은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더군다나 도지사가 이사장 임명 전에 평화재단 이사진의 의견을 받는다고 해도, 이사진의 의견이 어떤 강제성이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사가 이사장을 임명한다고 해도 여론이 부정적이라면 임명하는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역시 지금까지 부정적 여론 속에서도 임명이 강행된 행정시장 및 기관장 등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이 때문에 이와 관련해 4.3을 두고 갈등 양상이 어떻게 변화될지 한동안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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