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2-25 17:23 (일)
평화와 상생이 사라지는 제주4.3 … 갈등 속 상황은 악화일로
평화와 상생이 사라지는 제주4.3 … 갈등 속 상황은 악화일로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1.22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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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재단 이사진에서 유족회 측 인원들 사퇴
갈등 봉합 위한 움직임 보이지 않아 ... 제주도도 '조용'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4.3평화재단의 이사장 임명권을 두고 촉발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에 따르면 이날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과 오임종 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이 제주4.3평화재단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이 두 사람이 이사직에서 사퇴한 것은 최근 4.3평화재단 이사장 임명권을 두고 불거지고 있는 갈등과 관련있다.

제주도는 지난 2일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 조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재의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 이사장으로 전환하고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를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공개모집을 통한 경쟁방식으로 후보자를 선발한 뒤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평화재단 이사회에서 의결 후 제주도지사가 승인하는 형태로 이사장 임명이 이뤄졌다. 하지만 조례의 개정이 이뤄지면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 이후 지사가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제주도가 이와 같은 조례 개정에 나선 이유로 제주4.3평화재단의 ‘책임성’ 강화를 들었다. 이전부터 평화재단의 경영 및 투명한 운영의 부재와 중장기발전계획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 등이 있어왔기 때문에, 지사가 임명하는 상임 이사장 체제로 전환해 이와 같은 지적사항을 해소하겠다는 차원이다.

아울러 제주도내 다른 출자출연기관의 경우 모두 제주도지사가 기관장 임명권을 갖는다는 점도 이번 조례 개정의 이유 중 하나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례 개정에 대해 제주4.3평화재단 측에서 반발했다. 평화재단 측은 조례 개정을 위한 입법 예고가 있기 전인 10월 말 해당 조례의 개정 소식을 접했고, 조례 개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4.3평화재단의 이사장을 지사가 직접 임명하게 되면 평화재단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주4.3평화재단이 있는 4.3평화기념관. 
제주4.3평화재단이 있는 4.3평화기념관. 

지난 10월30일에는 고희범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찾아 조례 개정에 대한 우려점을 전했지만,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조례 개정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그날 고희범 전 이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고 이사장은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평화재단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에 더해 “지사가 상임 이사장을 임명한다고 해서 책임경영이 강화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반발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조례 개정과 관련해 지난 10월31일 제주도와 도의회, 재단의 실무자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조례 개정안에 대한 재단의 의견을 정리하고 추후 다시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제주도가 이를 어기고 재단과의 협의 없이 조례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에 들어갔다는 질타를 내놓기도 했다. 제주도가 지나치게 조례 개정에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고 이사장의 이와 같은 반박에 대해 제주도는 ‘유감 표명’을 하면서 제주도와 평화재단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평화재단과 희생자유족회 사이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고희범 전 이사장의 사퇴 이후 오임종 전 4.3희생자유족회장이 이사장 직무대행이 됐다. 하지만 오임종 직무대행과 평화재단 이사진과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결국 오임종 직무대행도 20일자로 직무대행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평화재단과 유족회 사이의 대립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먼저 평화재단 이사회는 130차 이사회를 통해 제주도가 입법예고에 들어간 문제의 조례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해당 조례 개정안의 철회 시 4.3평화재단 운영의 발전적 방안과 관련된 조치를 논의한다는 점을 결정했다. 뒤이어 지난 20일 열린 제131차 이사회에서는 이 130차 이사회의 의결 내용을 재확인했고, 조례 개정안이 철회될 때까지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한다는 점도 결정했다.

오임종 전 직무대행은 이와 같은 이사회의 결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다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20일 이사회에 사퇴의사를 밝혔고, 그 날 바로 사퇴 처리가 이뤄졌다.

오 전 직무대행은 사퇴 직후인 21일 제주도정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화재단을 향해 높은 수위의 비난을 내놨다. 오 직무대행은 “4.3영령 팔이, 4.3유족들을 들러리나 세우는 재단”이라고 맹비난을 하며 “이와 같은 모습이 되어서는 안되고, 진정 미래를 여는 재단이 되게 힘을 모아 변화시켜야 한다. 평화를 그리는 데 선도하는 재단이 될 수 있도록 도민과 4.3유족 분들이 나서 촉구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4.3유족회 박영수 감사도 “평화재단 이사진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사회가 “오만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을 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평화재단을 향한 유족회 주요 인사들의 비난이 이어진 모양세다. 여기에 더해 평화재단 이사진에서 유족회 소속 이사였던 오임종 전 직무대행과 김창범 유족회장이 사퇴를 하면서 갈등이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4.3이 기치로 내걸였던 ‘평화’와 ‘상생’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그 자리에 ‘비난’과 ‘네 탓’만이 자리하고 있는 꼴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아직까진 갈등 봉합을 위한 뚜렷한 실마리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제주도가 이번 조례 개정안의 처리를 지나치게 빠르게 강행하면서 이번 갈등 사항을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런 지적을 받고 있는 제주도는 깊어지는 갈등사항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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