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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법원 판결, '날치기 통과'가 갈랐다?
해군기지 법원 판결, '날치기 통과'가 갈랐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7.15 17:0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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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법원 해군기지 절차적 문제 소송판결의 의미와 과제
실시계획 승인처분은 '무효', 1년 후의 변경계획은 '적법'

서울행정법원이 15일 판결한 '국방.군사시설 사업실시계획 승인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의 선고결과는 애매모호하면서도 헷갈림을 더하게 했다. 

최초의 계획은 절차적 문제가 명확해 '무효'이지만, 이후 변경계획은 최초 계획의 미비점이 보완됐기 때문에 '적법'한 것으로 판결했기 때문이다.

강동균 서귀포시 강정마을 회장 등 주민 449명이 제기한 이 소송은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월 승인한 해군기지 건설 관련 국방.군사시설 사업실시계획을 무효화해 달라는 취지의 청구다.

당시 환경영향평가 등이 이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실시계획 승인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무효'로 판결했다.

국방부가 사전에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제주도지사 등과의 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승인처분을 함으로써 협의내용을 사업계획에 반영시키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됐고, 강정마을 주민들의 직접적이고 개별적인 이익 또한 근본적으로 침해됐다는게 그 이유다.

그러나 1년 후인 올해 3월 고시된 '변경계획안' 승인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기본계획 승인 이후 군 당국이 제주도지사와 협의를 거쳐 환경영향평가를 했고 올해 3월 계획을 변경해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다소 절차가 부실하더라도 변경된 계획을 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게 판결 이유다.

최초의 설립 계획(2009)은 절차적 문제로 무효이지만 이후 계획을 변경(2010년)하는 과정에 미비점이 보완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최초 처분이 무효이면, 나중의 변경계획안 또한 무효라는 청구인측 주장과 관련해, 재판부는 "변경승인처분은 최초 승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를 보완하고, 기존 일련의 절차를 유효하게 존속시킨다는 전제 아래 이뤄진 독립된 처분이므로, 최초 실시계획의 승인처분의 하자가 변경승인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여기에 변경계획안의 적법 판단에 있어서는 환경영향평가 절차상 문제와 절대보전지역 지정 해제 논란, 제주도지사의 주민의견 수렴절차상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큰 틀에 있어 변경계획안의 승인처분에는 절대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해석했다.

#법원의 '무효'-'적법' 판결 왜 나왔을까?...1년전 판결 이뤄졌더라도 같은 결론?

결국, 이번 법원의 이같은 판결내용은 '2010년 7월15일'에 선고공판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역 해석할 수 있다.

즉, 지난해 4월 제기된 소송의 선고공판이 지난해 12월 이전에 이뤄졌다면, 최종 결론은 당연 '무효'였다는 것이다.

도의회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동의안 및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 등의 처리시점이 지난해 12월17일기 때문이다.

그것도 정상적으로 이 두 안건이 처리된 것이 아니라, 사상 초유의 본회의장 파행속 날치기 통과로 이뤄졌다.

소송이 제기된 시점은 1년여전인 2009년 4월인데, 심리는 2009년 12월19일의 2개 안건의 통과를 모두 인정하고, 그리고 올해 3월 새롭게 고시된 변경계획안을 포함해 이뤄진 것이다.

때문에, 최초 소송제기 취지였던 실시설계계획 승인처분의 '무효화'라는 결과는 얻었지만, 1년 후 이뤄진 변경안은 적법하다는 헷갈리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찬성-반대 단체, 희비 엇갈려...'갈등요인' 여전히 상존

어쨌든 이번 결과는 그동안 해군기지 반대투쟁에 나섰던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반대단체에는 좋지 않은 내용인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해군측의 경우 공사 강행의 상당한 명분을 얻게 됐다.

찬성단체와 반대단체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해군측은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변경계획이 적법하다는 판결로, 지난해 1월(최초 실시설계 고시 시점) 감정가 기준으로 이뤄지던 토지보상협의의 경우 올해 3월 기준으로 다시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제주도당국도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그동안 "주민의 편에 서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던 우근민 제주지사도 해군기지와 관련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도청 관계부서도 코멘트를 극도로 삼가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경우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란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고시된 실시계획 승인처분의 무효는 당연한 것이지만 변경계획이 위법이 아니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해군기지 반대투쟁"은 지속적으로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소송결과와 관련해 변호인단과 협의 중에 있는데,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판결결과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해관계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문제에 있어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 실시계획 승인처분이 무효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당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주기 때문에, 뒤늦게 '날치기 통과'가 병행돼 이뤄진 변경계획안의 적법성을 강정마을 주민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제8대 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 등 해군기지의 절차적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나섰던 문 대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은 15일 "안타깝다"고 평가하면서,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법원의 판결로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계속적으로 추진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은 반드시 확보해야 함을 역설했다. 앞으로 의회차원에서 동료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강력히 대응해 나갈 뜻도 밝혔다.

길고 길었던 법적 소송, 그리고 수많은 논쟁과 갈등, 15일 판결의 결과는 찬반 양측에 속시원한 해답을 주지는 못했다. 민선 5기 제주도정은 어떤 입장을 내놓을까.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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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e 2010-07-16 15:26:31
시간,세월이흘러도말그대로국가사업은아무도막지못한다..국가사업이니까

맞구요~ 2010-07-16 10:15:59
그렇습니다. 만약 작년에 판결했다면 무효화됐고 원점에서 시작됐을겁니다.
이런 판결이 어디 있노?
작년 4월시점에서 제기한 문제인데 올해 3월 변경계획안까지 감안해서 심리해서 적법성을 인정하다니...
결국 도의회가 합법화시켜줘버렸구먼

격려 2010-07-16 09:53:43
도민 혈세로 월급 받으면 제대로 일을 해야지,, 다들 폼만 잡고 있으니

이거야 2010-07-15 17:48:44
결과만으로 보면 그렇지만 너무 매섭게 하지맙시다
다 잊고 새로운 도의회 출범했는데 격려도 좀 해주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