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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연행이라니, 당장 청계천에 갈래요!"
"강제연행이라니, 당장 청계천에 갈래요!"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05.27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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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촛불문화제에서 터져나온 '강제연행' 규탄

지난 25일부터 3일동안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벌어진 경찰의 물대포 발사와 대규모 강제연행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사태로 인해 규탄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비록 그 현장에는 없었지만, 이 소식을 접한 제주도민들도 이를 규탄하기 위해 하나 둘씩 거리에 나섰다. 거리에 나온 제주도민들은 서울 청계천 광장에 모인 사람들보다는 적은 수이지만, 거리에 나온 이유만큼은 동일하다.

2MB탄핵연대는 27일 오후 8시 시청 어울림 마당에서 '미친소 너나먹어' 제5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당초 계획이 없던 이번 촛불문화제는 서울에서 일어난 대규모 강제연행과 관련해 급하게 마련된 것이다.

2MB탄핵연대 한 관계자는 뉴스를 보다가 경찰이 촛불문화제 참가자를 강제연행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원래 계획이 없던 촛불문화제를 급하게 마련해 제주도민들의 염원을 서울 청계천에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7시 30분이 되자, 경찰의 강제연행을 규탄하기 위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번 촛불문화제에는 여느 때와 같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지난 3일동안 벌어진 경찰의 촛불문화제 참가자 강제연행과 관련한 영상을 함께 보았다.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침울했고 간혹, 안타까움에 탄성을 짓으며 눈물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현장에 가지 못해 답답할 뿐...마음은 그들과 함께 하고 있어

강제연행 현장뉴스를 보고 화가 나서 거리로 나왔다는 박씨(36.제주시 노형동)는 영상을 보는 내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직접 현장에 가지 못해 마음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직접 그 현장에 있지 못해서, 함께 하지 못해서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은 함께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을 텐데..."

5번째 연 제주지역 촛불문화제에 모두 참여했다는 한 고3 여고생은 지금이라도 당장 서울 청계천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라며 많이 화난 모습이었다.

그는 "어리지만 사회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어요. 이러한 행동이 도를 넘어선 행동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라며 "너무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청계천에 달려가고 싶어요. 아니 갈꺼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정말 이 상황을 알고는 있는지, 마음에서 우려나오는 진실함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하는지, 이번 사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말도 안되는 연행...더 이상 국민 우롱해서는 안돼

한림읍에서 축산 농가를 하고 있는 한씨(41.제주시 한림읍)는 강제연행 소식을 접하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연행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말한 뒤, 강제연행에 대한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발적인 국민들의 시위를 폭력으로 매도하고 강제연행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의중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섬기는 정부에서 소통하는 정부라고 자신들이 내걸었으며 이런 강제연행이 소통을 하는 것이냐"며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제대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옆에서 '안타깝다'라는 말을 내 뱉으며 한숨을 쉬고 있던 한 중년의 남자는  "국민의 주권이 처참하게 짓 밟힌 사건"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촛불문화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국민들을 강제연행한 행위는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월드컵 때 진행됐던 촛불문화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촛불문화제, 다를 게 뭐냐, 둘다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하고 있는게 개탄스럽다"며 "하루 빨리 재협상을 하고 대운하 백지화, 공기업 민영화를 철회하고 다시한번 서민들이 필요한 것이 무언인지 받아들이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상영이 끝난 후,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스스로 무대에 나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이 시간은 촛불문화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큼 톡톡 튀는 다양한 의견들이 펼쳐졌다.

여느 때와 같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입장에 대한 발언이 진행됐으며,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끝마쳤다.  

이번 강제연행과 관련해 제주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와는 다르게 제주지역 촛불문화제는 조용히 마무리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모인 이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많은 국민들이 다치지는 않을지, 공통된 이슈로 모두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뿔난 국민들은 이번 경찰 강제연행사태를 접한 후, 정부와 시민들간의 골은 더욱 깊어진 듯 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눈 앞에 벌어질지 국민들은 정부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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