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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주민투표 절차 거쳐라"
강우일 주교, "주민투표 절차 거쳐라"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5.21 17: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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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미사서 '대통령께 드리는 글' 발표
사제단 신부 13명 단식기도 합류

[기사 수정=9시 20분] 21일 오후 천주교 제주교구 중앙성당은 평화를 노래하는 신도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18일 해군기지 유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첫 시국미사에 이어 두번째 열린 시국미사에는 단식기도를 하고 있는 사제단의 신부 5명을 비롯해 제주도내 24본당 신도1000여명이 중앙성당을 꽉 메웠다. 

이날 미사를 직접 집전한 강우일 주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주민투표 절차를 통해 해군기지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강우일 주교는 이날 오후 7시 30분 천주교 제주교구 중앙성당에서 시국미사를 가진 후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강 주교는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통해 해군기지와 관련해 ▲ 군사기지 증강 계획 수정 ▲제주도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주민투표를 통한 유치 결정 등을 당부했다.

강 주교는 "평화의 섬 제주에 더 이상 군사기지를 증강하는 계획을 수정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또 "해군기지 유치 결정은 제주도민 전체에 대한 충분한 홍보와 식별의 과정을 거친 후, 민주적인 주민투표 절차를 거치도록 지도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 주교는 이 글에서 "대한민국에서 마지막 청정해역이라고 일컬어지는 제주에 새로운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은, 제주도민 전체와 더 나아가서는 한국 전체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결정이며, 이런 결정이 1500명의 여론조사를 토대로 확정짓는다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하다고 사료된다"며 지난 제주도당국의 일방적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최근 제주도 당국은 여론조사라는 방법을 통해서 해군기지 유치라는 중대한 결정을 했다"며 "제주도 행정을 책임 진 도지사가 가부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고, 이에대한 참고자료로 여론조사를 활용한 것이 불법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나, 제주도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이러한 방법이 객관성은 물론 공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비민주적인 절차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결정은 원천적으로 무효임을 강하게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선포하셨는데, 제주가 참된 평화의 섬이 되기 위해서는 선언과 구호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다시는 인간의 생명을 어떤 이유로든 무력으로 억누르고 짓밟을 수 있는 어리석은 행위나 수단도 강구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의와 약속만이 4.3 영령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김 지사, 용기있게 해군기지 유치 결정 철회하라"

강우일 주교의 '대통령께 드리는 글'에 앞서 평화기도회 강론을 발표한 김창훈 총대리 신부는 "얼마 전 도지사께서 제주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공정성이 없는 여론조사 방법으로 서둘러서 결정해 버림으로써 도민들의 불화와 갈등을 빚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우리는 힘이 없는 우리 제주도민들이 속으로 불평만 할 뿐 손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교회로서 우리 고장의 참담한 현실을 수수방관할 수 없어서 지난 18일 제1차 기도회와 함께 정부와 제주도 당국에 시정을 촉구하는 가장 적극적인 대응방법으로 단식기도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김창훈 총대리 신부는 "아이들이 싸울 때, 원초적 방어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쪽이 돌을 들면 상대방은 더 큰 돌을 들려고 한며 결국, 둘 다 크게 다친다"면서 "문화적으로 발전한 지금은 이런 원초적 방어 본능을 버리고 군비를 축소해 대화와 협력과 신뢰심을 증진시켜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총대리 신부는 "김 지사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양심선언을 하고 제주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용기있게 철회하기를 촉구한다"면서 "그렇게 해야 도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 "제주도의원, 단결해 해군기지 여부 재결정 촉구해야"

제주도의회와 국방부에게도 해군기지 유치 재결정을 위한 노력을 요구했다.

김 총대리 신부는 "우리 도민이 믿고서 대표로 뽑아 세운 제주도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께서도 군 당국과 제주도 당국에 눈치나 보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모두 의연히 나서서 공정하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해군기지 유치 여부를 다시 결정하도록 도 당국에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에는 "무력한 도 당국자로부터 요식 행위로 얻어낸 제주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기뻐하면서 도민에게 감사 광고를 보낸 당국은 과감하게 그 결정을 포기해야만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사제단 13명 단식기도 합류... 18명의 신부 무기한 단식기도

이날 시국미사를 계기로 단식기도를 하는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도 18명으로 늘었다.

지난 18일부터 단식을 해 온 5명의 신부들 외에 13명의 신부가 제주도의 해군기지 정책결정 철회를 요구하면서 단식기도에 합류했다.

강우일 주교는 시국미사를 마치고 단식기도가 진행중인 천주교 제주교구청 2층 강당을 찾아 단식에 나선 신부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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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07-05-21 22:09:40
노무현 대통령과 제주도정은 신부님들의 기도에 귀를 기울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