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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제단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천주교 사제단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5.18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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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제주교구 18일 시국미사...해군기지 유치 철회 촉구

천주교 제주교구사제단 5명의 신부가 18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진정한 평화의 길을 가겠다는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의 '비장의 대응책'인 셈이다.

주말 미사와 21일(월요일) 강우일 주교가 집전하는 대규모 시국미사 이후에는 제주도내 24개 본당 35명의 신부들도 단식기도회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되며 전국의 천주교 사제단과의 연대 투쟁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의 단식기도는 전국의 천주교 신도까지 제주해군기지 반대입장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중요한 발단이 되고 있다.

단식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는 신부는 김창훈 총대리 신부와 김석주 교육국장 신부, 윤성남 사무처장 신부, 고병수 사무국장 신부, 현문권 사무국장 신부 5명이다.

천주교 제주교구사제단은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18일 오후 7시 30분 '평화의 섬 제주를 염원하는 평화기도회'봉행하고 단식기도회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 신부 5명, 무기한 단식 돌입

이날 미사를 집전한 총대리 김창훈 신부는 200여명의 신자들 앞에서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8시 50분께 천주교 제주교구청 강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천주교 제주교구사제단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무기한 단식농선을 선언했다.

천주교 제주교구사제단은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국하고 신뢰성과 객관성을 잃은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밀어부치기식으로 결정한 정부와 제주도 행정당국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 같은 결정은 평화의 섬 제주에 참평화를 깨뜨리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간 불신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고 성토했다.

사제단은 "우리 제주교구 사제단은 이러한 주교님의 메시지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국가 중요사업일수록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화합된 가운데 추진돼야 함을 요청하면서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며 "대다수 도민이 해군기지 유치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고 찬반에 대한 확실한 가치판단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유치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와 제주도는 공정한 주민투표의 방식을 묵살하고 객관성과 신뢰성이 없는 여론조사를 강행해 해군기지 제주유치를 결정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 "정부와 행정, 의무 다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주민 기만"

이들은 "정부와 제주도는 해군기지 유치가 국책사업이어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동의를 구하면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정부와 제주도는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민을 기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제단은 "17일 회의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단식 농성이다라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지금부터 기도를 하면서 단식하는 단식기도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우선은 몇몇 신부들이 단식을 시작하고 월요일, 21일 대규모 시국기도회를 할 것이며 그 다음부터는 대부분의 신부들이 농성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투쟁 하고 전국 연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해군기지 문제 수수방관한 의회도 반성하라"

사제단은 해군기지 문제를 수수방관해 온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도 책임을 물으며 반성을 촉구했다.

사제단은 "도민의 대표로 구성된 제주도의회 역시, 도민이 부여해 준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뒤늦게 무력한 대응을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제주도민 전체 주민투표 실시로 해군기지 결정해야

이들은 "정부는 작은 섬인 제주도를 너무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미 FTA 협상 추진과정에서도, 제주도를 배려하는 척 하면서 그냥 통과시켜, 농민 등 대다수 도민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고 여기에다 해군기지 유치 결정에 있어서도, 밀어부치기식으로 일관했다"고 정부를 맹비난했다.

사제단은 "객관성이 없는 여론조사로는 찬성하는 도민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지만, 결국 대다수의 도민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됨으로써, 제주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도민들에게 큰 피해를 끼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라면서 "제주지역의 불신과 갈등을 잠재우고 참된 화합과 평화를 이뤄나가기 위한 방안으로서 ▲ 제주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즉각 철회  ▲ 정부와 제주도지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의 도민에 대한 정중한 사과 ▲ 제주도 군사기지화 의혹 해소와 해군기지에 대한 인지도를 높인 이후 주민투표를 통하여 해군기지 문제를 결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 "무력으로 지킨 평화는 곧 무너진다"...'해군기지 무관심' 반성하고 용서받자

임문철 신부는 사제단 성명발표 이전 봉행된 미사에서 "오늘(18일) 미사 전에 어느 본당 신부와 얘기를 할 기회가 있어서 '그곳 신부님이나 신자들은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자신도 관심이 없고 신자들도 '우리 동네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임 신부는 "이는 한 본당만의 일이 아니며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지 못한 신자들의 반성하고 우리가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의무를 오늘 주님께 용서를 청하고 새로운 길, 평화로 가는 길을 앞서 걸어가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시국미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생명이며 생명보다 우선할 수 있는 가치는 없다"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전쟁이며 어떻게 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겠는가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그러나 그것은 평화의 길은 아니며 눈 앞의 평화를 지키는 것 같지만 곧 무너지고 만다"며 "힘이 축적되면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되며 이는 오랜 역사를 통해 증명된 것"이라며 결코 힘이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재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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