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화난' 유치원 선생님들, "이 정도론 안돼!"
'화난' 유치원 선생님들, "이 정도론 안돼!"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8.25 19:03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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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유치원 종일반 운영지침' 설명회서 표출된 교사들의 '탄원'
"너무 억울해"...공식 설명회 끝나고도 길어진 질의시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유치원 종일반 운영지침에 대한 전면 개정안이 25일 발표됐지만, 지난 한달여간 집단민원을 제기해 온 일선 교사들의 화를 쉬이 달래주지는 못한듯 하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날 오후 3시 교육청 대회의실에서 제주도내 공립유치원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치원 종일제 운영 지침 설명회'를 가졌다.

설명회에서 제시된 운영지침은 원아수 10명 이하인 소규모 유치원에 대해서도 종일제 보조인력을 배치하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내년 3월부터는 원아수가 10명 미만인 가파, 신산, 수산, 풍천, 태흥, 서광 병설유치원 등 6개소에도 종일제 보조인력이 배치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10명 미만의 유치원의 경우 보조인력을 지원받지 못해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방학 중 종일제 운영과 관련해서는 유치원 자체 계획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도록 했다. 방학 중에도 보조인력도 수업을 담당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보조인력 활용이 어려워 정규교사가 종일반 운영을 할 경우 운영비에서 1일 2만원의 지도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달 급식문제를 교사들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 내용의 '교육감 시달사항'을 전달했다가 교사들의 강한 반발로 취소된 것을 의식한 듯, 급식문제에 따른 조리보조원 채용 등에 관한 인건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이 설명회를 통해 일부 교사들에게서 제기됐던 문제점을 해결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 현장에서는 행정상의 지침과 현장 일선간의 괴리, 또 교사들 내에서도 관리급 교사와 평교사간의 골을 그대로 보여줬다.

# "이대로 끝나는건 너무 억울해"

종일반 운영시 교사에 대한 수당 지급과 운영일수 및 시간, 인력배치 등을 골자로한 지침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방학중 차량운행과 책임자를 어떻게 배치하는지에 대한 몇가지 의례적인 질문이 오갔고, 곧 설명회가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무언가에 쫒기듯이 한 젊은 교사가 질문을 하려하자 몇몇 나이 지긋한 교사들이 "뭐 그리 궁금할것이 많냐"며 언성을 높여 타박했다. 그리고는 공식적인 설명회 자리는 마무리됐다.

그러자, 한 교사는 "아직 풀지 못한 궁금증이 너무 많다"며 이대로 질의시간이 끝나는 것이 억울했는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쉬이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1시간여만에 끝난 공식적인 설명회 자리.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장내는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공식 설명회는 끝났지만,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은 교사들이 연이어 '하소연'이 섞인 질의를 이어나갔다.

비공식적 성격의 자리인 질의응답은 오후 5시를 넘어서도 끝날줄을 몰랐다.

# "수당요? 간식비 지출도 벅차요!"

핵심화두는 현장과 지침상의 괴리였다. 지시한대로 따르기에는 현장의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운영비 부분에 있어서 읍면지역 유치원 교사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읍면지역 병설유치원에 종사중인 한 교사는 "제주시 지역 유치원의 경우 자체적인 수익이 있어 추가수당 지급이나 보조교사 활용이 어느정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읍면지역은 지원금 전부를 간식비로 지출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지침상에는 방학중 종일반 운영시 정교사에게 1일 2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교사들의 눈으로 봤을때 이 지침이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교사는 "시간을 기준으로 정해져야 하는 수당이다. 이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채 그저 달래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답변에 나선 현연숙 제주도교육청 장학사는 "아직 시행되지도 않는 지침이다. 문제점이 있는지 없는지는 직접 시행해본 후에 다시 논의해야할 사항"이라며 "영원히 가는 지침은 아니다. 수정해야 할 사항이 있으면 그때가서 수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울며 겨자먹기' 차량운행 금지..."그럼 어떻게?"

무엇보다도 민감했던 문제는 '차량운행'과 관련한 것이었다.

제주도내 많은 유치원에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교사의 차량으로 직접 차량운행을 하는 것은 교사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육청측은 만약의 경우 불거질 책임 문제 때문에라도 이같은 행위를 금지할 것을 요청했고, 교사측은 "그렇다면 해결책을 마련해 줘야하지 않겠냐"고 항변했다.

한 교사는 "읍면지역의 경우, 처음 입학하는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개인적으로 차량운행을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하루아침에 차량운행을 해줄 수 없다고 말하면 어쩌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라리 차량지원비라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사들의 개인적 차량운행이 잘못됐다면 그에 따른 대안이라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즉, 교사들의 차량운행을 못하도록 엄격히 막든지, 아니면 통학버스를 정식으로 내줘서 양성화하라는 요구다.

교육청측은 이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당장 통학차량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인데, 차량지원비를 내준다는 것은 잘못된 상황을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입장이다.

유치원간의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통학차량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뜻을 언뜻 내비쳤으나 이에대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결국 차량문제는 현 상황을 두고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의 교통사고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교사 개인적 차량운행에 따른 책임소재가 문제시될 것이 뻔하지만, 교육청 당국은 이에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시행되기도 전에 잡음이 생기고 있는 유치원 종일반 운영 지침.

교사들의 민원을 최대한 수용한 것처럼 내놓았지만, 정작 이 지침을 교사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앞으로 추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음을 실감케 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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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봐도 2010-08-30 16:16:07
1일 2만원? 교사에게 밥하라? 이건 규정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담당장학사께서 유아교육에 대한 초보적인상식도 없으신거 같은데요...유아교육을 한낱 서류 업무로 보는 건가요?

탄원서 2010-08-29 12:48:27
만족하십니까? 지금의 상황이? 정말 피눈물 날 일입니다.

답답녀 2010-08-26 23:43:53
이제까지 아이들을 위해 사용되어져온 돈을 가지고 교사에게 수당으로 지급하겠다는 생각을 한사람은 도대체 누굴까요? 과연 초등교사, 중등교사들도 그들의 예산중에서 수당을 받는 교사가 있을까요?

아직도... 2010-08-26 18:03:54
이 지침이 어떻게 교사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겠습니까? 앞으로 현장에 돌아가봐야 알겠지만 달라진게 없을것 같네요~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많습니다

대화의 기법 2010-08-26 15:44:30
유치원 아이들과 가장 가까워지는 방법은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입니다. 유치원 선생님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저희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주십시오. 저희들은 열심히 가르치고 싶습니다.